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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방과후학교 조례'
의회·교육청 공방…시행 진통

경기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제정한 '방과후학교 운영조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의 재의(再議) 요구와 조직적인 반발에 이어, 도의회의 재의요구안 처리를 앞두고 특정 지역 도의원들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가 전달돼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러는 사이 도의회는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조례의 재의요구안 처리를 또 미뤘다. 전국 처음으로 마련한 방과후학교 운영 규정이지만, 시행은 요원한 상태다. ◇ 전국 최초 방과후학교 운영 규정 도의회는 올해 21일 전국 처음으로 방과후학교 운영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미리(비례) 의원이 낸 방과후학교 운영 조례는 교육감과 학교장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질 제고, 강사의 활동 여건 조성,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 등에 노력하고 매년 방과후학교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과후학교 운영협의회와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단위학교별로 방과후학교 실무인력을 둘 수 있게 했으며, 외부강사의 수업 준비를 위한 전용 공간도 설치하게 했다. 방과후학교는 초·중·고교에서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는 교육체제다. 2006년부터 10년 넘게 일선 학교에서 운영됐지만, 근거 규정을 마련한 곳은 경기도의회가 처음이다. 그동안 매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이 정한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됐다. 경기지역은 지난해 초·중·고교 22곳(초 12곳·중 7곳·고 3곳)을 제외한 2326곳(99.1%)이 방과후학교를 운영했다. 활동한 외부강사만 2만6615명에 달했다. 도교육청이 방과후학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은 83.8%, 학부모 81.0%가 긍정적으로 답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 방과후학교 강사 지위 둘러싼 공방 하지만 조례에서 정한 외부강사의 지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도교육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애초 조례에 외부강사를 '채용한다'고 표현했다. 도교육청은 근로자성을 강조한 이 표현으로 자칫 2만6000명이 넘는 외부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반발했다. 이제껏 해왔던 대로 '위탁 계약'이라고 표현해야 학교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도교육청의 주장에 도의회는 '채용' 대신 '계약'으로 표현을 바꿔 최종 의결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위탁 계약'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며 지난 3월 재의를 요구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위탁 계약'은 상대를 사업자로 보지만, '채용'은 근로자로 해석된다"며 "근로자로 인정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부담뿐만 아니라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의 재의 요구에 이번에는 당사자인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도교육청의 재의 요구는 2만6000명 경기지역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눈물겨운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라면서 "도교육청이 '학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논리를 내세우지만 진짜 현실을 모르는 책임 떠넘기기"라고 항의했다. 또 "강사들은 학교장 말 한마디에 직장을 잃고 강사료도 제때 받지 못한다. 교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예고 없이 휴강과 보강을 한다"며 "조례는 불안한 고용과 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했다. 이런 공방 외에도 도교육청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경기꿈의대학'과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도교육청이 사실상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학교인 꿈의대학을 추진하면서 처우 등은 기존 방과후학교 강사들과 다르게 해 오히려 차별 행정을 펼친다는 것이다. 도의회 교육위의 한 의원은 "도교육청도 인정하다시피 꿈의대학도 방과후학교의 하나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기존 방과후학교 강사들과 다른 처우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존 것은 방치하고 새것만 추구하는 꼴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행정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특정 지역 도의원에 위협 문자…새 국면 도의회는 도교육청의 재의요구안을 미루다 3개월여 만인 이달 26일 제319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71조 '재의요구서가 도착한 날부터 10일(본회의 기준) 이내에 재의에 부쳐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날이 기한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회의를 앞두고 도교육청이 재의결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사실이 드러났다. 본회의 이틀 전 도교육청의 한 간부는 도내 25개 교육지원청 교육장협의회에 '조례안 통과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교육장협의회 회장은 이 요청을 받은 뒤 다른 교육장들에게 '조례안의 부당성을 도의원과 학교에 전달해 달라. 조례안이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SNS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를 받은 의정부 교육장이 다시 의정부 지역 33개 초등학교 교장단에게 같은 내용을 전했고, 이 지역구 도의원 전체가 "재의결을 막아달라"는 청탁성 전화를 받았다. 특히 도의원들이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은주(한·의정부3)의원 등 의정부 지역 도의원 5명은 자신들의 명단, 연락처와 함께 '조례안이 통과되면 학교와 교육청에 어려움이 생김으로 의원들께 전화, 메시지, 면담 등을 통해 부당함을 알리고, (재의결) 통과 시 낙선 운동을 벌입시다'고 적힌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국 의원은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이번 사건이 교육감의 지시로 이뤄진 것인지, 일부 공직자의 독자적 행동인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며 "도교육청의 지시와 불법이 밝혀지면 교육감은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례를 발의한 김 의원도 "도교육청의 악의적인 선동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다음 달 7일까지 진상 규명 자료 일체를 제출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자 전원에 대한 법적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항의했다. 조례를 둘러싼 공방이 도의원 협박에 따른 진상규명 사건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도의회는 이 조례의 재의요구안 처리를 또 보류했다. 아직 많은 의원이 조례 내용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이유인데,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안건 처리를 미룬 데 따른 시선은 곱지 않다. 도의회 사무처 한 관계자는 "재의요구안은 본회의 10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는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9대 의회 마감 전까지만 다루면 된다"며 "흔치는 않지만 8대 때도 사례는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감한 조례일수록 공론화 작업을 서둘러 가부를 빨리 정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면서 "사안이 민감하다고 안건 처리를 미루는 것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손해만 끼치는 행위"라고 했다. jayoo2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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