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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 희망이 보입니다"
 천막농성 7개월 미화원들

비보는 갑자기 찾아왔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에게 실직은 사형선고 같았다. 전북 전주에서 7년째 음식물쓰레기 수거 업체에서 일한 양성영(49)씨는 지난해 12월26일 회사로부터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간접 고용이기 때문에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것이 사측 입장이었다. 앞서 전주시는 음식물쓰레기 수거 대행업체를 변경했다. 바뀐 대행업체는 성영씨와 박상주(47), 김진수(41), 이재원(39)씨를 고용하지 않았다. 이전 업체 직원 33명 중 4명만 고용승계하지 않은 것이다. 양씨 등은 사측의 고용승계 거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측에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지난 1월13일 사업을 위탁한 전주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천막 안에서도 입김이 나오는 한겨울이었다. 희망은 계절이 바뀌어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들려왔다. 지난 20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전주시와 대행업체에 '대형업체에서 환경미화원 4명을 고용승계하지 않은 것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위반된다'는 시정권고를 내렸다. 7개월 동안 앞이 보이지 않던 이들에게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성영씨는 농성 중 턱뼈 복원수술을 받기도 했다. 몇 해 전 치석암에 걸려 오른쪽 턱뼈 제거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오른쪽 아랫니 절반이 없는 상태다. 지난 1일 3차 수술을 받기도 했다. 온전치 않은 상태로 길거리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박상주씨는 노부모와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야 했다.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상주씨는 "제주공항에서 수하물 운반 일을 하다가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고향을 찾아 왔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었다"며 "수입이 없어 집을 팔고 부모와 아들을 시골로 이사 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진수씨와 이재원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진수씨는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가장이다. 가장의 실직은 가계 경제에 타격을 가져왔고, 아빠의 부재로 양육은 아내의 몫이 됐다. 재원씨는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다. 7개월째 수입이 없어 부모의 병원비와 생활비는 고스런히 빚으로 남아있다. 이 같은 상황에 복직 희망이 생긴 것이다. 아직 복직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노동부 권고와 전주시 고용승계 조치가 결정됐다. 하지만 대행업체가 완강히 버티고 있다. 업체측은 "보호지침 위반은 업체가 아니라 행자부나 기관, 지자체가 지켜야하는 지침이다"며 "이번 노동부 시정권고도 업체가 아닌 전주시가 잘못한 지침에 대해 내린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양성영씨는 "이제 한 발 내딛은 기분이다. 전국에 많은 비정규 노동자가 있다. 사용자 입맛에 따라 해고가 쉽게 이뤄진다면 진정한 민주사회로 볼 수 없다"면서 "올바른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kir12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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