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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고향서 보냈으면"  광주 실향민들 합동 차례

추석인 24일 광주지역 실향민들이 합동 차례를 지내며 망향의 한을 달랬다. 이북5도위원회 광주시사무소와 이북도민회 광주연합회는 추석을 맞아 이날 오전 11시 광주 북구 장등동 이북도민 망향의 동산에서 합동 망향제를 열었다. 실향민들은 고향인 이북 방향으로 세워진 망향비 앞에 차례상을 차린 뒤 술잔을 망향비에 올리고 절을 했다. 이날 망향의 동산은 실향민 가족 500여명으로 북적였다. 거동이 불편한 1세대 실향민들은 자녀와 손주의 부축을 받으며, 이 곳에 묻힌 친구·형제의 묘를 찾았다. 실향민 가족들은 묘지에 난 풀을 낫으로 베고 정돈하거나 손수 차려온 음식들로 차례상을 차렸다. 한 실향민은 먼저 보낸 형의 묘소 앞에 술을 올리고 절을 한 뒤 눈물을 훔쳤다. 망향의 동산에는 1세대 실향민의 묘 380여기가 있으며, 이북5도에서 월남한 실향민들이 고향인 이북 방향을 향해 세운 망향비가 세워져 있다. 1950년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홀로 월남한 명상엽(88) 씨는 "고향을 떠나오면서 68년 동안 동생 생사조차 모르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이름만 알 뿐 얼굴조차 가물가물한 동생들이지만 전화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세대 실향민들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병환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하루 빨리 고향 산천에서 선친 묘소에 절 한번 올리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고 하소연했다. 광복 직후 4살 때 고향인 함경남도 북청군을 떠나온 김정숙(77·여) 씨는 "지금도 외가친척이 살고 있을 고향을 한시도 잊은 적 없다"면서 "어린 나이였지만 빨래하는 어머니 곁에서 물장구 치고 놀던 마을 냇가가 요즘도 꿈에 나온다"고 밝혔다. 자녀와 함께 아버지의 묘소를 찾은 실향민 2세대 박귀현(62) 씨는 "생전의 아버지는 매년 명절 때마다 망향의 동산을 찾아 고향을 그리워했다"면서 "북에 있는 가족을 평생 그리워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늘 무겁다"고 토로했다. 최근 평양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상설면회소 설치가 합의되는 등 남북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고향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실향민들도 많았다. 한국전쟁 당시 고향인 함경남도 정평군을 떠나온 김성연(86) 씨는 "요즘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면서도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실향민들이 고향을 방문할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북도민회 광주시연합회장 오건웅(76) 씨는"이산가족 상봉은 짧은 만남 이후 긴 슬픔을 안고 살아야한다"면서 "정부가 실향민들의 고향방문을 추진, 성사시켜 내년 명절은 고향인 황해도 금천에서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북5도위원회 광주시사무소에 등록된 광주 지역 1세대 실향민은 55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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