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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차경석 보천교, 과연 사이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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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8-29 08:03:00  |  수정 2016-12-28 15: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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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호국영웅 차일혁(1920~1958) 경무관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538> 

 1946년 6월3일 대통령 이승만이 전북 정읍을 방문,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한 것이 ‘정읍 발언’이다. 중차대한 사안을 서울이 아닌 정읍에서 언급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승만의 정치적 라이벌인 김구도 “정읍에 빚을 많이 졌다”고 했다. ….

 당시 정읍에는 보천교(普天敎)라는 종교가 있었다. 동학운동 접주 차치구의 아들인 월곡(月谷) 차경석(1880~1936)이 창종, 600만 신도를 거느리며 위세를 떨쳤다고 한다. 보천교는 일제강점기에도 광화문을 그대로 본떠 본거지인 정읍 대흥리를 도시 계획했다. 자급자족을 위해 상공업에 힘쓰는 등 나라 잃은 민족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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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차경석의 묘. 한때 ‘천자(天子)’라고 불렸다.
 엄청난 교세를 통해 모은 금전으로 차경석은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변영로, 송진우, 허정, 안재홍, 백관수 등 숱한 지식인들이 차경석과 직간접 인연을 맺었다. 조만식은 1920년 차경석의 배려로 대흥리 본소에 1년여 머물렀다. 장덕수는 러시아 모스크바 원동약소민족회의 참가비용을 보천교에서 받아갔다.  

 보천교는 비폭력주의를 내세웠다. 친일집단 취급을 받은 이유다. 차경석은 그러나 독립운동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다. 문제는 증거사료다. 극도의 보안 속에 돈을 전달한 탓에 기록 대신 증언만 전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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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보천교 중앙 본소
 보천교에 대한 기존의 평가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신도들 간에는 그가 천자(天子)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그를 차 천자로 부르게 됐다. 1922년에는 서울 창신동에 보천교라는 간판을 걸게 되면서 보천교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해 정읍 본부에 대규모 교당을 신축했는데 백두산에서 목재를 운반해 사용할만큼 교세가 확장됐다. 교세가 커지자 일제는 회유정책으로 전환했고, 교단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친일적 성향이 됐다. 조선총독부와 일본총리대신에게 사절단을 보내는 한편, 시국대동단(時局大同團)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면서 대동아 단결을 강조하는 친일행각을 했다. 많은 교단간부들은 차경석의 이와 같은 행동에 크게 반발해 보천교를 탈퇴, 따로 교파를 만들어 독립하면서 교세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이 보기다.

 전혀 다른 견해도 나오고 있다. 보천교와 독립군의 연결고리를 탐지한 총독부가 보천교와 민중을 이간, 탄압하다가 차경석을 독살하고 보천교를 와해시켰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다. 차경석은 단순종교 이상인 보천교로 민족해방운동을 돕고, 독립운동의 보이지 않는 구심점이 되려 했다는 것이다. 민족 정체성을 고취하고 종교운동 측면에서 민중운동의 길을 찾았지만, 일제의 와해공작으로 뜻을 펴지 못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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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차경석과 옛 보천교 십일전
 최근 남창희(51·인하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항일운동의 핵심적 자금원은 전라북도이며, 그 중심에는 보천교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지사 김홍규는 보천교 재정 간부였으며, 1930년대 이후 신사참배 압력에 굴복한 기성종교 지도자들과 달리 보천교 간부 중에는 변절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거대한 보천교 본부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파괴됐다는 사실은 곧 일제와 보천교의 관계를 대변한다고 짚기도 했다. 

 무너진 보천교의 본당인 십일전(十一殿)은 조계사 대웅전의 기둥, 내장사의 전각 등으로 재활용됐다. 십일전 청기와는 총독부 지붕으로 올라갔다. 청와대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기왓장들이다. 보천교와 함께 몰락한 교주 차경석의 묘는 돌보는 사람이 없다. 잡초만 무성할 뿐이다. 

 차경석의 맥이 전쟁영웅인 경무관 차일혁(1920~1958)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특기해야 한다.

 편집부국장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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