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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 '조였다 풀었다' 평면·입체 넘나드는 정운식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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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8-05 14:11:37  |  수정 2016-12-28 17: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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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 오드리 헵번, 그 이름만으로도 아련함이 밀려와 추억 돋는 배우. 가냘프고 여려 보이지만 우아함과 강단이 느껴지는 외모는 그녀의 성품과 인생을 고스란히 닮았다. 만인의 연인이자 여성들의 롤모델이기도 했던 그녀는 수 많은 아티스트들의 뮤즈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인물에 시간과 추억을 담아내는 정운식 작가(32) 역시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가지고 여러 차례 작업했다. 평면인 듯 입체적이고, 회화적이면서도 다각도의 형태를 드러낸다.

 작가는 인물에 주목하고 그 중에서도 ‘얼굴’을 묘사한다. 미켈란젤로, 피카소를 시작으로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자코메티, 콩바스, 앤디워홀 등의 얼굴을 그렸다. 역사 속 정치가나 철학자를 비롯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최근 영향력 있었던 인물도 다룬다.

 “사람들은 서로의 기운을 주고 받잖아요. 역사 속 인물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지금의 저 역시 그런 관계와 영향력으로 형성됐고, 계속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얼굴이잖아요. 그래서 얼굴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1차원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얼굴이란 것은 묘한 구석이 있다.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던가. 얼굴에는 그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기도 하거니와 때론 세상의 이치를 말해주는 심오함이 담겨 있기에 그렇다.

 작가는 그런 생각에서 낱개의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가며 얼굴을 완성시킨다. 스케치와 드로잉을 거쳐 그래픽 작업을 하고 철판을 레이저로 커팅한다. 그렇게 나온 조각을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서 때로는 바로 겹치다시피 연결하고, 때론 조각들 사이를 많이 벌어지게도 한다. 이 작업 과정에서 얼굴에 공간감과 깊이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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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화를 찍어내기 위해 제작한 원판은 조각일까요? 회화일까요? 마찬가지로제 작업은 입체일까요? 평면일까요? 그런 궁금증과 넘나듦이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완성된 얼굴을 정면에서 봤을 땐 인물의 모습이 오롯이 드러나지만, 조금만 각도를 틀어서 보면 전혀 다른 입체적인 형상으로 보인다. 낱낱의 조각 틈 사이 사이에 생기는 공간은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숨구멍이자 사유의 공간이 된다.

 정 작가는 “제 작품 안에 벌어진 틈은 보는 이들이 자신만의 시간과 추억을 느끼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며 “그래서 같은 오드리 헵번 얼굴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각자의 추억을 오버랩 하며 전혀 다른 작품으로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60대 이상의 콜렉터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재료는 현대적이고 차갑지만 세월의 흔적이 묻은인물을 다루며 ‘옛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보는 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작품과 연관 지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에 스토리를 더한다. 또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느낌에 끌린 20대~30대에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종종 TV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그에 작품이 소품으로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의 작업은 언뜻 보기에 단순하고 말끔해 보이지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지난해 개인전에서 16개 작품을 전시했는데, 볼트 너트가 5만개 가까이 들었단다. 이걸 모두 손으로 직접 조였다 풀었다 하는데, 정 작가의 손가락 마다 굳은살이 지워질 틈이 없는 이유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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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에 작업에 컬러를 입히는 순간 철재는 따뜻한 회화 작품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어떤 얼굴은 각각의 조각마다 다른 색을 얹기도 하고, 또 다른 얼굴은 전체를 하나의 톤으로 채색하기도 한다. 철 조각 위에 색을 칠하는 것은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관계, 그 인물의 삶과 특징을 바탕으로 기법을 택한다.

“이 모든 저의 작업은 ‘제 기억’일 수도 있고, ‘그 존재에 대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가시적인 인물의 얼굴을 통해 ‘영향, 기억, 추억, 시간, 생각’ 등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계속 담고 싶습니다.”

 다음 달부터 서울 두 곳, 청담동 모즈갤러리(9월3일~10월29일)와 평창동 이정아갤러리(9월23일~10월12일)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 작가 정운식= △국립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2010)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학과 석사 졸업(2016)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kunstashle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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