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용인 팹 공사기간 3개월 단축…'속도전' 승부수
공급자 우위 시장 대응…내년 하반기 HBM 양산 예상
공급자 우위 시장 대응…내년 하반기 HBM 양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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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메모리를 못 줘서 미안하다"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이 31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물량 총공세'로 구체화됐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31조원을 투입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 시점을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뒤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괴물칩'을 시장에 대거 공급해 글로벌 AI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포석이다.
SK하이닉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Fab)에 대한 신규 시설 투자비로 약 21조6000억원을 추가 집행하기로 의결했다.
SK하이닉스 자기자본의 29.23%에 달하는 규모다. 2024년 7월 발표한 초기 투자비 9조4000억원을 포함하면 1기 팹(공장)에 투입되는 누적 재원은 총 31조원에 달한다.
31조원은 1기 팹의 6개 클린룸 구축에 집중 투입된다. 주목할 점은 31조원이 노광장비 등 실제 제조 장비 도입 비용을 제외한 순수 건설 및 인프라 구축 비용이라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로 용인 1기 팹 클린룸 오픈 시점을 2027년 5월에서 같은해 2월로 앞당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2월은 건물이 완공되어 장비 반입이 시작되는 준공을 의미한다. 이후 장비 설치와 시운전, 웨이퍼 투입 등의 과정을 거쳐 제품이 본격 출하된다.
업계에서는 HBM 등 차세대 '괴물칩'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실질적 양산 시점을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뒤인 2027년 하반기 초입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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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파격적 투자 배경에는 전례없는 시장 호황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국내 반도체 산업이 범용 D램 품귀현상에 사상 최대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을 각각 476조원과 447조원으로 제시해 합산 전망치만 924조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SK하이닉스가 이번 투자에 속도를 높인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을 만난 최 회장은 HBM을 '괴물칩'으로 지칭하며 "고객사가 원하는 만큼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인사하러 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AI 인프라가 메모리 칩을 전부 빨아들이고 있다"며 올해도 HBM 공급이 수요에 비해 30% 넘게 부족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적극적인 공사기간 단축은 삼성전자와의 양산 속도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는 조치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평택 P4 공장의 준공 시점을 올해 4분기로 앞당기고, P5 공장에 패스트트랙 공법을 적용하는 등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달 초에는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HBM 시장 주도권 탈환에 나섰다.
특히 삼성이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결합한 '턴키 전략'으로 점유율 탈환을 노리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압도적인 생산 능력 확충으로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4개의 최첨단 공장을 건설하고,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50여 곳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협력 단지를 구축한다.
전체 프로젝트의 총투자액은 6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생산 역량 확대로 고객과의 신뢰를 높이고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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