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성장 개선과 물가 안정 가운데, 부동산·환율·가계부채라는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 7명 전원 일치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함께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관망 기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6회 연속 2.5%로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이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위원 7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6개월 후 금리 경로를 보여주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는 밀려났다. 이번 달부터 도입된 점도표 방식에서는 금통위원 7명이 각자 3개씩, 총 21개의 점을 찍어 6개월 뒤 기준금리 전망을 제시했다. 21개 중 16개가 현 수준인 2.50%에 집중됐고, 4개는 2.25%, 1개는 2.75%에 찍혔다.
이 총재는 점 4개가 2.25%에 찍힌 데 관해 "금리를 낮게 제시한 경우에는 부문 간 회복세 차이가 커서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환율과 주택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한은의 관망 기조가 드러났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포함됐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 문구 대신,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결정할 것"이라는 문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금리 조정에 나서지 않는 배경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물가가 목표치(2.0%)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관리되고, 성장은 예상보다 개선되는 흐름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1.8%에서 2.0%로 상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9%에서 1.8%로 내려갔다. 올해 상승분의 기저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2%, 2.0%로 제시했다.
성장률 상향의 주된 동력은 반도체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세계경제의 양호한 성장 흐름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올해 성장률을 0.35%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소득 측면에서도 양호한 기업 실적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으로 0.05%포인트 높이는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건설투자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은 성장 전망을 0.2%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성장 전망의 상향 조정에도 비IT 부문 성장률은 지난 전망과 동일한 1.4%를 유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IT와 비IT 부문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안정 요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번 금리 결정에 있어 환율이나 부동산에 대한 우려는 지난달 대비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구조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이후 서울 주택 가격 오름세가 진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가지 정책들이 함께 집행돼야 장기적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은은 부동산 대출을 통한 가계대출이 늘어나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왔기에 유동성을 더 공급하지 않아야된다는 생각이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 총재는 "최근 몇 주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달러를 팔기 시작하면서 수급 요인으로 환율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연말 대비 수급 요인이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해외 요인에 대한 변동성은 큰 상황으로, 환율은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국고채 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가 지난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상당폭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지만, 이후 금통위에서 채권시장 안정 의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시 진정세로 돌아섰다. 그는 "금리인하 기대 약화와 머니무브 등에 따른 수급부담으로 상당폭 상승했다가 최근 그 흐름이 일부 되돌려졌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외화를 확보하는 수단이 커지기 때문에 헤지(위험 회피)를 하기 더 쉬워진다는 의견은 있지만 레버리지가 늘어나서 원화 자산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외화채 발행분을 국가 채무에 들어가게 해야될지에 대한 문제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