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재 KAIST 교수,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서 '피지컬 AI' 제조 혁신 제언
AI 경쟁, 산업 현장 생산성 창출서 판가름…다크팩토리 전환 필요성 강조
햄버거 주방처럼 공장 전체 표준화해야…용접 로봇보다 '물류 혁신'이 급선무
AI 경쟁, 산업 현장 생산성 창출서 판가름…다크팩토리 전환 필요성 강조
햄버거 주방처럼 공장 전체 표준화해야…용접 로봇보다 '물류 혁신'이 급선무
|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100년 넘게 세계 제조업을 지배해 온 '컨베이어벨트' 중심의 생산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하고 로봇이 제품 생산과 물류를 도맡는 '자율형 공장(다크팩토리)'이 국가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장영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11일 개최한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에서 '제조 피지컬AI: 자율형 공장 다크팩토리'를 주제로 대한민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장 교수는 "이제 AI 경쟁은 단순히 모델의 성능 대결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이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높은 생산성과 가치를 창출하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피지컬 AI'가 제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가 제시한 핵심 대안은 컨베이어벨트를 걷어낸 자리에 독립된 작업 구역인 '셀(Cell) 제조' 시스템과 '자율이동로봇(AMR)'을 채워 넣는 것이다. 자율형 공장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 피지컬AI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처럼 디지털 모니터 안에서 글자나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 로봇과 설비를 제어하며 물리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제조업의 AI 투자가 공정 관리와 설비 관리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공장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생산 공정 일부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물류와 재고, 설비, 생산 흐름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공장 전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맥도널드 빅맥 세트와 김밥·라면의 가격 차이를 예시로 들며 생산 효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빅맥은 7600원, 김밥·라면 세트는 8000원에서 1만2000원까지도 한다"며 "맥도널드는 식자재 조달부터 주방 동선, 조리 절차, 인력 배치까지 운영 체계를 표준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AI도 공정이나 설비 하나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장 운영과 프로세스 전반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돈을 버는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화된 주방 운영과 물류 체계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만드는 것처럼 제조AI도 개별 공정이 아니라 공장 운영과 프로세스 전반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공정 자동화보다 물류 체계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많은 기업이 용접이나 조립 등 작업 공정의 자동화에 집중하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자재와 완제품 이동, 창고 운영, 재고 관리 등이 생산성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조선소 사례를 들며 용접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접 로봇 도입이 논의되지만 실제로는 대형 구조물을 야드에서 생산 현장으로 운반하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생산 공정 자동화보다 물류 흐름 개선이 더 큰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돈을 버는 공장의 핵심은 운영"이라며 "공장 전체 흐름과 현금 흐름을 관리하는 물류 체계 변화가 제조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개발한 무인공장 플랫폼 '카이로스-X'도 소개했다. 카이로스-X는 이기종 로봇과 센서, 설비, 디지털트윈을 단일 운영체계(OS)로 통합 제어하는 플랫폼으로 전 구간을 국산 기술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한국은 제품을 파는 나라를 넘어 공장 운영의 지능을 수출하는 나라로 도약해야 한다"며 "독일·일본 선도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K-다크팩토리 수출 모델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재유 포럼 의장(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개회사에서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국방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라며 "위험하고 고된 공정은 AI 로봇이 전담하고 숙련 노동자의 경험은 AI가 계승함으로써, 인구 감소 시대에도 우리의 제조 경쟁력과 생산성을 지켜내는 핵심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 김근교 NC AI 실장은 산업 특화 AI 모델 '배키(VAETKI)'를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 전략을 소개했다. NC AI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과 현실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월드모델(WFM),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환경까지 피지컬 AI의 전 요소를 갖추고, 가상 환경에서의 로봇 훈련과 검증부터 실제 제조 현장 적용까지 이어지는 풀스택 피지컬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