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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급부상한 '기본소득'…대선판까지 달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취약계층의 생계 유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기본소득' 의제가 대선판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들이 기본소득을 놓고 백가쟁명을 벌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아예 새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명시하며 의제 선점에 나섰다. 당초 기본소득이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암울한 미래상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새로운 복지 체제라는 점에서 내년부터 다가올 대선 레이스에서도 복지 문제의 주요 화두로 기본소득 논의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기본소득 관련 공약이 대권 판도를 흔들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물꼬 트고 국민의힘이 띄웠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다. 국민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국가가 일정 금액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을 일컫는다. 심사 등의 까다로운 절차나 자격 조건 없이 특정 집단 개개인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성 지원을 한다는 점이 기본소득의 특징이다. 핀란드와 캐나다 일부 주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한 바 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한 국가는 아직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민생 위기로 정치적 의제화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물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며 트였다. 여기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정당으로서는 파격적으로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나아가 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하면서 정강정책 개정을 통해 기본소득을 제1야당의 기본 정책으로 전면에 내세움에 따라 차기 대선의 주요 어젠다로 떠오르게 됐다. ◇대선주자 선호도 1·2위 입장은…'신중' 이낙연 vs '강경' 이재명 대선주자 선호도 1·2위를 다투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 지사는 기본소득 논의를 놓고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기본소득 관련 논의를 환영한다"면서도 이를 장기적 검토 과제로 둘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보다는 우선 전국민고용보험과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기초보장제도 확충 등에 우선 주력할 때라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반면 이 지사는 자타공인 '기본소득 전도사'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꾸준하게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 왔다. 정치권의 다른 현안들로 기본소득 논의가 부침을 겪을 때도 이 지사는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의 온도차는 기본소득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수 있다는 현실적 제약에서 비롯된다. 1인 가구에 30만원이 제공됐던 지난 1차 긴급재난지원금 규모를 고려해 기본소득이 월 30만원씩 지급된다고만 가정해도 연간 180조원 가량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당장 교과서적 의미의 기본소득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다른 사회안전망 확충을 우선 한 뒤 기본소득 논의는 시간을 갖고 사회적 논의를 이뤄가자는 입장이다. 반면 이 지사는 소액이더라도 당장 재원이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추가적으로 증액해 가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차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당내 논쟁에서도 재현됐다. 이 대표의 '선별' 지급과 이 지사의 '전국민' 지급 주장의 충돌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해 "방식은 코로나로 인해서 더 많은 재난을 극복했으면 (하는), 또 고통을 당한 분들에게 긴급 지원하는 원래 이름에 충실한 게 좋겠다"면서 선별 지급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국민 지급 주장의 주요 논거로 시간 단축과 행정비용 절약이 거론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통계상으로 잡혀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소득 하위 계층을 중심으로 하면 신속한 지급이 가능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선진국 대비 당장은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인 만큼 소위 부채를 늘려도 좋다는 생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설전 공방으로 비화된 "30만원씩 50번, 100번 지급해도 서구 선진국의 평균 국가부채 비율에는 도달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이같은 인식에서 나왔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기류와 관련해 "받는 사람은 기분 서럽고, 못 받는 사람은 화나고, 국민들 갈등하게 될 테고, 결국은 누군가를 원망하게 될 것"이라며 "그게 결국은 문재인 정부의 부담이 되고 민주당의 지지율도 떨어지는 불이익을 입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두 사람의 경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1·2위를 다투는 대권주자들 간의 '대선 전초전'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재난 기본소득 개념에 준하는 현금지원 성격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은 기본소득 논쟁의 길목에서 다시 정책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진보 어젠다 선점해 외연 확장 노리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아직 차기 대선주자군이 뚜렷하게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둘러싼 당내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대신 국민의힘은 경제민주화, 양성평등사회 구현,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등과 함께 진보진영의 어젠다였던 기본소득을 정강·정책에 넣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내년 재보궐선거와 대선을 염두해 중도·진보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본소득과 관련해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고 명시했다. 정치권에 기본소득 화두를 던지면서 진보 진영 의제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 위원장은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새 당명 발표 뒤 "기본소득과 교육평등을 통한 양극화 해소를 가장 앞선 과제로 채택했고 국민의 통합과 화해를 위한 노력에도 진심을 다 할 것"이라며 "당명과 정강정책의 개정은 국민의 신뢰와 당의 집권 역량을 되찾는데 큰 기둥으로 세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민주당에서 얘기되는 기본소득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기존 복지제도를 최대한 유지한 채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추가하는 교과서적 의미의 기본소득인 반면, 국민의힘은 기존 소득보장체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쪽에 논의의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일종의 '복지 구조조정'인데 여기에 세출조정 등으로 재원을 충당해 기본소득을 감당하자는 것이다. 이는 기존 소득보장체계를 없애거나 축소한 뒤 이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비판의 소지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다"며 "기존 복지정책을 통합해서 기본소득으로 합치자는 것도 그런 작업이 용이하게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형 기본소득을 어떤 형태로 실시할지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해서 다음 선거에서 실질적 공약으로 실현시킬 수 있을지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 복지 제도와의 통폐합을 전제로 한 기본소득 논의에 선을 그으면서 국민의힘 만의 '한국형 기본소득'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계해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나 다음 대선 승부수로 띄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기존 복지 재편 대신 일정 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선별적 기본소득을 추가하는 쪽으로 기본소득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여권과 차별점을 둬 기본소득에 대한 보수 진영 내 거부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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