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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사법농단 법정…연속 무죄, 첫 유죄, 또 무죄[법정, 그 순간⑦]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2019년 1월11일 헌정 사상 초유로 전직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재 재판으로 이어진 다수의 의혹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밝혔다. 그는 의혹들을 두고 '선입견'이라고 부르면서 부당한 재판·인사 개입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①7개월 가량 틀어준 증언 녹취…"재판의 정석" 지난해 법관 인사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임정택·민소영)의 구성이 바뀌었다. 재판부 구성이 바뀌게 되면 공판절차를 갱신하게 된다. 양 전 원장 등 사건은 현재까지 190차 공판, 7개월이 소요됐다. 재판은 왜 이처럼 늘어졌을까. 주요 증인들의 녹음 파일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증거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은 대법원 형사소송규칙을 근거로 공판중심주의의 실현을 위해 이같은 방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의 정석'이라고 표현한다. 한 변호사는 "공판 갱신을 위해 법관이 채택된 증거들을 읽는 방식과 달리 녹음파일을 재생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도 검찰이 증거서류를 모두 '낭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증거의 요지만 밝히는 것은 공판중심주의 강화라는 형사소송법 개정의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주장이다. 임 전 차장 측의 신청은 기각됐다. ②사법농단 1심서 첫 유죄…"양승태 공모 인정" 지난해 3월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이었지만,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중에게 선고된 첫 유죄 판결이었다. 이 전 실장 등의 재판부를 제외한 다른 재판부는 모두 판사에게는 다른 판사의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성립 요건인 '직권'이 없기 때문에 유죄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 전 실장 등의 재판부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게는 지적 사무가 존재한다고 봤다. 국민이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게으른 판사를 경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는 이 전 실장 등의 재판부 판결을 두고 "법관이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③사법농단 무죄 확정도 줄이어…대법, 일부 징계 임 전 차장의 재판은 기피 신청으로 인해 다시 중단됐다. 임 전 차장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가 임 전 차장의 기피 신청을 간이기각했지만, 이 결정이 파기환송되면서 기일이 모두 추후지정 상태가 됐다. 양 전 원장과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이 장기화되는 사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현 수원고법 부장판사) 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법관 징계위원회는 지난 10일 신광렬·조의연 부장판사에 대해 각각 감봉 6개월과 견책 처분을 의결했다.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무혐의 처분했다.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의 대상이 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도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류인선 기자 | 이기상 기자 |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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