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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늪에 빠진 농협

농업인들의 종잣돈 마련의 꿈이 지역 농협 직원의 욕심을 채우는 데 사용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단순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경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중앙농협 구의역지점 직원 A씨는 고객 명의로 4500만원을 몰래 대출받은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피해 고객이 대출받기 위해 다른 농협 지점을 방문했다가 본인 명의로 최근 농협에서 대출이 된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현재까지 파악된 횡령 피해 규모는 고객이 신고한 금액 4500만원이지만, 경찰은 피해자 수와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기 파주시 한 지역농협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파주 지역의 농협은 5년간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30대 직원 B씨를 수사해 달라고 파주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는 농산물과 생활물자 등의 재고를 관리하면서 매입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수십 배가량 부풀려 회계 장부에 작성한 뒤 남은 차액을 본인 계좌나 차명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가 다년간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미뤄 횡령 규모가 약 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B씨는 횡령 사건이 알려지자 돌연 잠적했다. 그러다가 파주시 관내 도로에서 음주운전 상태로 교통사고를 내면서 출동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B씨는 횡령한 돈 대부분을 가상화폐(코인) 투자나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에는 경기 광주지역 한 농협에서 자금 출납 업무를 맡았던 30대 C씨가 회삿돈 5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달에만 세 차례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C씨는 주식 투자와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잇따른 횡령 사건으로 금융권의 신뢰도가 추락한 가운데 지역 농협에서도 횡령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월에는 경남 창녕의 한 지역농협 간부급 직원이 내부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고객 돈 9800만원 상당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같은 해 4월에도 경남 진주의 한 지역농협에서 근무하던 과장급 직원이 2년여에 걸쳐 농민 돈 5800여만원을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농협중앙회는 윤리 경영·청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사이버교육과 월별 캠페인 등을 벌이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횡령 등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관용 원칙에 따라 해임·보상 등 중징계 조치를 하고 있지만, 개인의 일탈 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내부 통제시스템을 정비하고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근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횡령 등 사건에 대해서는 해임, 보상 등 중징계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일이 생겨 송구스럽다"면서 "시스템을 보완해서 개인의 일탈 유형에 대비하고 내부적으로 감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주 기자 |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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