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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금융시장

원·달러 환율이 1440원선까지 무너지며 연일 연고점을 새로 쓰고 있고, 코스피는 2200선 밑으로 내려앉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15조원을 웃도는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놓으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임시방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2.2원까지 오르며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환율이 144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곧 1500원까지 뚫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세일즈앤트레이딩)센터 리서치팀장은 "미 달러 쏠림으로 펀더멘털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미 달러 독주에 전 세계 통화가 끌려가는 상황"이라며 "유럽, 중국 등도 미국과 더불어 동반침체 위험에 노출되며 미 달러를 제어할 상황 아니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도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가 역시 연일 급락세다.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1% 내려간 2155.49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이는 2020년 7월 이후 2년2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도 672.65까지 몸을 낮추며 연저점을 새로 썼다. 정부와 외환당국도 크게 출렁이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각종 시장안정 조치를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제3차 거시금융 상황점검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은 24시간 국내외 경제상황 점검 체계를 가동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한 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조치를 내놨다. 기재부는 방기선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2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날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또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공단은 1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 스왑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14년 만의 재개로, 이번 통화 스와프 체결로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외환당국과의 통화 스와프 거래를 통해 조달할 수 있게 돼 외환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금융당국도 증시와 채권시장 안정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과 관련해 실무협의에 착수한 상태다. 증안펀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 말 조성된 것으로, 당시 5대 금융지주와 각 업권 금융사, 증권 유관기관 등이 출자에 참여해 총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당초 2020년 4월 초 본격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이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실제로 자금을 투입하진 않았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자, 정부는 금융권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필요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투입하는 '증안펀드 카드'를 약 2년 6개월만에 다시 꺼내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필요한 경우 즉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증시 모니터링 강화 차원에서 다음달부터 90일 이상 장기 공매도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차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일부 개정 규정안' 변경을 예고한 상태이며,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카드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대응조치가 시장불안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5조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해 국채 시장을 안정화할 경우, 이를 통해 국내 증시 시총의 30%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국채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어할 수 있고, 달러에 대한 과잉 매수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달러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이 미국 등 각국의 고강도 긴축정책과 영국 등 유럽 경기 부진 등 대외적인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4300억 달러 이상으로 충분해 "대외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절하 폭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무역수지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국들도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 안정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파운드화 급락에 대처하기 위해 최대 650억파운드(약 101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매입을 시작했다. 13일 동안 하루에 50억파운드(약 7조8000억원)씩 장기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외환 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끌어올렸고, 일본 당국도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약 24년 만에 엔화 매수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 일본은행이 지난 22일 실시한 외환시장 엔화 매수 개입 규모는 3조엔(약 30조원)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서둘러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 긴축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폭을 확대하고 한미 금리차를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해 원화 절하 압력을 다소 줄이고, 외국인 차익거래유인을 유지해 급격한 자금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적으로 환율이 급등하는 이유는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과의 내외금리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입 원자재 가격 락인(Lock-in)으로 비용을 줄여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줄이면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앞으로도 환율 상방 압력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통화 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가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가계부채 문제는 취약 차주에 대한 저금리·장기 대환 대출 등 정책적 이슈를 통해 해결을 해 가급적 1% 이내의 내외금리차를 유지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지금처럼 극도의 강달러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외환 개입 효과는 떨어진다"며 "그나마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고, 미래 대응 여력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의 긴축 속도가 확인된 만큼 한은의 대응도 강화될 필요성이 커졌다”며 “다가올 10월 금통위에서 다시 한번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옥주 기자 | 류병화 기자 | 강수윤 기자 | 류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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