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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발표' 이젠 그만…"로드맵 제시해야"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가능 시점을 11월 둘째주로 언급했지만 정확한 시점이나 그 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단순 거리 두기 단계 조정이 아닌 코로나19 대응 전략 기조를 바꾸는 일인 만큼 어떤 근거로, 어떻게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갈지 미리 알려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9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식 '위드(with) 코로나' 방안인 '단계적 일상 회복' 대응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는 시점을 11월 둘째주로 예상하고 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단계적 일상 회복' 시점으로 '10월 말부터 11월 초'를 언급한 이후 정은경 질병청장이 이달 7일 그 시점을 '11월9일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시작은 해볼 수 있겠다"고 말하면서 시점이 한층 구체화됐다. 정부는 전체 인구 70%가 접종을 완료하면 만 18세 이상 성인의 80%, 60세 이상 고령층의 90%가 접종 완료 상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접종일 기준 완전 접종 시기는 이달 하순인 10월25일부터 시작하는 주다. 항체 형성 시기 등을 고려해 그로부터 14일이 지난 11월 둘째주에는 70% 인구가 접종 완료자가 된다는 게 정부 예상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밝힌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은 대대적인 코로나19 대응 체계 전환을 예고한다. 우선 확진자 억제 중심에서 중환자 치료 중심으로 전환한다. 지금처럼 실내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예방접종자를 중심으로 방역적으로 위험이 낮은 분야부터 단계적·점진적으로 거리 두기 규제를 완화할뿐만 아니라,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격리 조치도 예방접종 여부 등 위험도를 근거로 한다. 의료대응 체계는 중증 환자 진료 중심으로 구축하고 재택 치료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유지해 온 '검사(test)-역학·추적(trace)-격리·치료(treat)'의 '3T' 전략의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구체화된 건 재택 치료 확대 정도다. 정부는 8일 본인이 동의하는 경우 기저질환 등 입원 요인이 없는 만 70세 미만 무증상·경증 확진자로 재택 치료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이달 18~22일 사이 2차 토론회를 예고한 만큼, 구체적인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이 나올 시점은 빨라야 전 국민 70%가 예방접종을 마치는 10월 마지막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번째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안도 적용을 11일 앞두고 발표한 바 있다. 6월20일 개편안 발표 이후 실제 지역별 거리 두기는 적용 4일 전 확정했다. 새로운 거리 두기 체계 적용을 포함해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와 사적 모임 제한, 공연장 추가 수칙 적용, 대규모 점포 방역수칙 조정 등 총 14차례 거리 두기를 조정했다. 발표일로부터 적용일까지 준비 기간은 평균 2.2일에 불과했다. 거리 두기 단계의 경우 금요일 발표 이후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적용해 평균 3일가량 시간을 뒀다. 전문가들은 적용 가능 시점을 한달 남짓 남긴 상황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 일정을 구체화하지 못한 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반적인 거리 두기 개편이 아니라 방역 체계 기조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과정인데 아직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건 늦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 로드맵 발표를 미루게 되면 마치 11월9일이 되면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는 것처처럼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중장기 계획은 무엇이고 거기까지 가기 위한 로드맵에는 어떤 게 있는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말 예방접종을 시작하고 올해 2월22일 봉쇄 해제까지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3월8일 학교 문을 열면서 1단계를 시작하고 4월12일 2단계로 실외 공간과 소매점 운영 재개, 5월17일 3단계를 통해 실내 6명·실외 30명까지 모임이 허용됐다. 6월21일로 예정됐던 마지막 4단계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늦춰졌지만,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접종 효과를 확인한 이후 7월19일 나이트클럽과 대규모 행사 제한을 풀고 사회적 접촉과 일상생활에서의 법적 제한도 두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 상황에서 경제적인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는 영업 재개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다. 장영욱 부연구위원은 "11월9일이 됐을 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못 하고 있다"며 "18일 거리 두기 단계를 한번 더 조정하게 되면 그때라도 명확하게 얘기를 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위드 코로나'에 진입할 때는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예상 가능한 게 좋다"며 "단계적 일상 회복에 있어 평가를 위해선 2~3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방역 당국이 한층 더 다양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자들에게서 중증·사망 위험이 현저히 낮은 건 사실이지만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서 유행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초기에도 예상했듯이 팬데믹이 지날수록 치사율은 낮아지지만 유행은 증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증·사망자 위주로 관리하겠다면 그 숫자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며 "하루에 몇명이 위·중증 환자라고만 할 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위험하고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감염됐는지 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 구무서 기자 | 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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