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일방적으로 은행에 유리한 구조…순익 폭증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저금리 지속으로 대출자산이 늘어나는 동시에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온 영향이다. 반면 예금금리는 더디게 오르면서 수십조원대 예대마진을 남기게 됐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1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5927억원보다 4282억원 증가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2114억원에 이른다. 리딩금융으로 우뚝 선 KB금융과 그 뒤를 바짝 뒤쫓는 신한금융은 연간 '4조 클럽'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역대급 실적은 코로나19 이후 대출자산이 증가한 데다 시장금리가 오르며 이자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말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금리 상승보다 대출금리의 상승 속도가 빨라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3분기 중 은행 당기순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1000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4000억원)보다 1조300억원 증가했다. 순이자마진 1.44%로 1년 전보다 0.04%포인트 올라갔고, 대출채권 등 이자수익 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6%로 전년 동기(0.47%)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7.36%로 전년 동기(6.29%) 대비 1.07%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내 6%에 이르고, 신용대출 금리는 5%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이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로 따가워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리를 결정하는 게 은행 자율 권한인 만큼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다만 여론이 나빠지자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금리는 시장 자금 수요·공급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지만 은행의 가격 결정·운영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당부를 거듭했다. 그 결과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당일 서둘러 예·적금금리를 0.20~0.40%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오른 금리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고스란히 반영돼 다시 대출금리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코픽스는 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원가성예금에 예치된 금액이 많았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면 가장 베스트인데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대출금리를 인상한 명분이 생겼다. 결국 예대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서 예대마진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비 기자 | 최선윤 기자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