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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근로자 작업 도중 사망시 CEO 처벌 가능해진다

새해부터 광주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경각심이 커진 가운데 오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 적용에 따른 중대재해와 처벌 대상의 범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근로자 1명 이상 사망 중대재해시 경영책임자 처벌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건과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참사를 계기로 제정됐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과 같은 기존 법규로는 중대재해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고용부가 관리·감독 권한을 쥔 중대산업재해는 ▲사업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화학 물질 등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산안법상 산재에 해당한다면 사고에 의한 사망뿐만 아니라 직업성 질병에 의한 사망도 중대산재에 포함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급성중독, 화학적 인자, 열사병, 독성 감염 등 각종 화학적 인자에 의한 24개 직업성 질병에 대해서도 중대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산재에 해당하기 위해선 업무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하거나 작업 등 업무로 인해 발생한 직업성 질병임이 증명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의무 주체는 원칙적으로 대표이사로 사업 총괄 권한이나 책임을 가진 이다.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담당 이사)도 경영책임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안전담당 이사는 대표이사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총괄하고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최종 결정권자다. 일부 기업에선 안전담당 이사를 별도로 두고 있어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이 법은 원칙적으로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관리에 관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어 안전담당 이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 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고용부 입장이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조치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구축 등이다. 중대산재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가 이 같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법 처벌 대상이 된다. 근로자 사망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징벌적 손해배상도 적용받을 수 있다. 법인 또는 기관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망 외 중대산재의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겐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법인 또는 기관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법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 대해선 2024년 1월27일부터 법을 적용키로 유예를 뒀다. ◆정부 "처벌보다는 예방에 방점"…경영계 우려 심화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사업주에 대한 처벌보다는 예방에 있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선 경영책임자가 직접 안전·보건에 관한 리더십을 갖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해야만 전체 종사자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7월 기존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확대 개편해 산재 예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제조·건설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을 올해에도 이어가는 한편 중대재해법 해설서와 업종별 자율점검표,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 등도 배포했다. 특히 최근 광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건설현장에 대해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전국 건설현장에 대한 일제점검에 나서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한 점검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자체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억원 이상 공사 발주자를 대상으로 자율점검표 이행 여부 등을 점검한 뒤 고용부에 취약 사업장을 통보하면 패트롤 점검과 불시감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위험기계·기구 교체와 노후 위험공정 개선도 추진 중이다. 끼임·추락사고와 같은 재래형 사고가 노후화된 장비를 사용하며 발생하는 사례가 잦은 만큼 이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법 조항 일부가 여전히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추후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 우려가 잇따른다.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의무가 모호하게 명시돼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고,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또 법이 근로자의 부주의 등으로 경영책임자에게 고의 중과실을 묻기 어려운 상황 등 예외 사유에 대한 면책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여론 심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연초부터 광주 붕괴사고 이후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광주 사고의 경우 법 시행 이전이라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HDC 그룹 총수인 정몽규 회장까지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는 안전관리 인력을 보충하는 등 안전 관리에 전방위적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다. 사고가 빈발한 건설업계를 비롯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품질 및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본사에서 대대적으로 지시를 하달하지 않아도 다들 초긴장 상태로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김진아2 기자 |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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