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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만 따는 은행들③] 금감원 검사 `허점투성이'

시중은행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횡령이 일어나면서, 금융감독원의 감독·검사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우리은행에서 6년 동안 650억원 횡령이 발생했는데도 금감원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수십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금은 총 67억6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시중은행에서 수백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 A씨가 2012~2018년까지 이란 업체에 돌려줄 기업 인수합병(M&A) 계약금 650억원을 수차례에 걸쳐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은 아직 횡령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의 검사시스템으로 횡령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금감원은 2012년부터 우리은행을 11차례 검사했으나, 6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횡령을 포착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종합검사를 했을 때도 횡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은행 수시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금감원에 책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정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책임이 있는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내부통제를 운영하는 금융사뿐 아니라 그것을 외부감사 하는 회계법인,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금감원 모두 일정부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후제재에만 초점이 맞춰진 금감원 검사방식으로는 횡령을 적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사후적 제재 중심 감독을 지양하고 사전예방적 감독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금감원이 사후제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횡령과 같은 금융사고를 적발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번 횡령 사건은 사후 제재보다 사전 모니터링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금감원에 쏠려 있는 금융사 검사권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권을 활성화해 금융사들의 관리·감독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다만, 공동검사권이 활성화될 경우 피감기관인 금융사들의 부담이 커져 금융시장 자율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권과 관련해 "상호견제가 가능하도록 감독·검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분배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다만 이는 피감기관의 부담이 늘고,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홍 기자 | 이주혜 기자 | 이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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