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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직고용 판결]②"줄소송 이어지고 인건비 수조원 들수도"

대법원이 포스코 협력업체 노동자 59명을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원청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광양제철소에 파견돼 크레인 운전, 제품 생산·운반·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던 하청업체 노동자 15명은 2011년에, 44명은 2016년에 각각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업무 지시를 내린 사실이 인정된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와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포스코는 이외에도 협력업체 노동자 1200여명이 제기한 다수 소송에 얽혀 있다. 현대제철은 3000여명의 사내 협력사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 중이다. 또 현대자동차·기아, 한국GM 등 대기업들도 협력업체 직원 직고용과 관련한 소송에 참여 중이다. 협력업체 직원의 규모는 포스코가 1만500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현대제철 7000명, 현대차 2000~3000명, 기아는 800~900명 규모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면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판결로 경제단체 및 경영계는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기업과 하청업체 노동자간 소송이 기업에 불리해지는 것은 물론 향후 '줄소송'이 이어지고, 기업과 협력업체 노동자 관계가 도급으로 인정될 여지가 줄어들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홍종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대법원에서 도급의 인정 여지를 좁게 인정했다. 도급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을 파견으로 판단했다"며 "그러면 대기업들이 다 직고용해서 생산, 유통, 물류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분업을 하는 것인데, 파견 노동은 법에서 엄격하게 막아놨다. 32개 업무만 파견이다. 그래서 도급을 하는데, 다시 파견법을 들이대서 불법 파견에 해당하니 직고용을 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줄소송이 확대되는 한편, 기업들의 국내 투자 기피나 업무의 외주화(외국업체로 변경)가 생길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용춘 팀장은 "국내 주력 산업이 제조업인데, 하도급 관계의 생태계를 거의 무력화시키는 판결"이라며 "하도급 관계가 무너지면 결국엔 산업 경쟁력도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며 "파견법 등이 적용이 안되는 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긴다든지, 외국업체로 외주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처럼 노동자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어떤 사람은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어떤 사람은 운 좋게 협력업체 들어갔다가 직고용이 되어서 대기업에 가면 인국공 사태에서도 보듯이 또 하나의 노노(勞勞) 갈등 요인으로 될 수 있다. 이는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에 사용자성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인정할 거라고는 기업들이 예상을 못 했던 것 같다"며 "관련 법률도 미비돼 있는 상태에서 자꾸 이런 판결들이 나오다 보면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비슷한 사례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정 기자 | 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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