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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패턴 바뀌나…영끌 사라지고 실수요 위주로

1980~2000년대생 MZ세대를 중심으로 빚을 내 집을 사고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던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를 맞아 점점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차주들은 가급적 덜 빌리고 상환 가능한 대출부터 갚는 모습이다. 이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감소세를 지속하는 반면 실수요자 중심의 전세자금대출은 늘어나는 추세로 재편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7조4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조2155억원 감소한 규모다.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11조6163억원 줄어들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506조6804억원으로 전월보다 910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28조8256억원으로 1조8533억원 줄었다. 반면 실수요자 중심의 전세대출은 133조4007억원으로 4946억원 증가했다. 집단대출 잔액도 160조4676억원으로 5256억원 늘었다. 전세대출은 6개월 연속, 집단대출은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에 투자하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난 바 있다. 월급만으로 집을 마련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치솟고 주식과 코인 시장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더 늦기 전에 이른바 '영끌'에 뛰어드는 수요층이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물가가 치솟고, 이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계속 높아지는 이자 부담에 차주들은 되도록 신규 대출을 줄이고 상환 가능한 빚부터 갚고 있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에서 영끌족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지만, 최근에는 영끌이 사라지고 실수요 중심의 전세대출이나 집단대출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은행권에서도 이를 반영해 하반기 실수요 중심의 대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실수요자들의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날 신규코픽스 6개월 기준 3.87~5.769%를 나타냈다. 은행별로 ▲국민 3.87~5.27% ▲신한 4.03~5.03% ▲하나 4.369~5.769% ▲우리 4.23~4.63% ▲농협 4.24~5.44% 수준이다. 상단이 6%대에 육박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청년층과 신혼부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발맞춰 은행권의 대출금리와 함께 수신금리도 높아지면서 예·적금 잔액은 늘어나고 있다. 시중의 유동자금은 주식과 코인 시장에서 빠져나와 이자가 올라간 저축으로 몰리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1834조29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2조6760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말 1752조3592억원에서 올해 들어 81조9328억원 불어났다. 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712조4491억원으로 전월보다 27조3532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정기적금은 38조1167억원으로 6524억원 늘었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88조3442억원으로 37조3367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주식과 코인 시장은 약세를 보이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리스크가 높아져 영끌 수요가 사라졌다"며 "추가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가급적 덜 빌리고 더 갚으려는 분위기에 디레버리징(부채 감소)이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다만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중심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청년과 신혼부부 등 필요한 차주는 대출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정필 기자 | 이주혜 기자 | 남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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