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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초양극화 시대③]경매시장 찬바람에도 똘똘한 한 채 '선방'

집값 선행지표로 불리는 경매시장도 고금리와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과 평균 응찰자수 등 경매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부동산 거래절벽 여파가 경매시장으로도 번진 가운데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는 강남 지역의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14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상위 10위권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가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 경매21계에서는 강남구 대치동 대치현대 전용면적 115㎡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이 아파트의 감정가는 26억 원인데 1회차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26억1120만원에 낙찰되면서 낙찰가율 100.4%를 기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위치한 아파트라는 점도 높은 낙찰가율에 영향을 미쳤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매매할 경우 실거주 의무가 있지만 경매 물건은 실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경매로 낙찰 받은 뒤 전세를 주고 경매 대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4일 열린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57㎡ 경매에는 응찰자가 6명이 몰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말 감정가 51억7000만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격이 41억3600만원으로 낮아졌다. 매매시장에서는 같은 평형의 아파트가 지난 6월 50억원에 실거래됐다. 실거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응찰자가 몰리면서 48억원(낙찰가율 93%)에 매각됐다. 지난 9월6일에는 강남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상징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84㎡에 대한 2차 경매가 열렸다. 최초 감정가는 23억1000만원인데 한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격이 18억4800만원으로 낮아졌다. 타워팰리스 역시 저가 매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응찰자가 16명이나 몰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지역 아파트는 예전부터 수요가 많은 편이어서 경매시장 침체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낙찰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금액도 워낙 커서 1회만 유찰돼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다 보니 2회차부터는 거의 입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도 급격히 침체되면서 강남 지역 아파트도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전월(22.4%) 대비 4.6%포인트(p) 하락한 17.8%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낙찰가율 역시 전달(89.7%) 보다 1.1%p 낮은 88.6%를 기록해 올해 7월부터 매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또 한 번의 기준금리 빅스텝(0.5%p) 인상이 단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매수세도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세희 기자 | 고가혜 기자 | 박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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