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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한일 관계④]도쿄올림픽 때 한일 정상 만날 수 있나

'평창 어게인' 기대한 韓, 北 불참·日독도 도발에 고심
한일, 과거사 해법 없이 대화 국면 열릴 가능성 적어

등록 2021.06.1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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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지난달 17일 일본 도쿄에 설치된 올림픽 오륜 조형물을 시민들이 촬영하고 있다. 2021.04.06.

[도쿄=AP/뉴시스]지난달 17일 일본 도쿄에 설치된 올림픽 오륜 조형물을 시민들이 촬영하고 있다. 2021.04.06.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정상 간 약식 회담이 불발된 가운데 다음 달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는 한일 정상이 제대로 마주앉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외교가에서는 꽉 막혀 있는 한일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 정상이 스포츠와 별개로 한일 갈등의 중심에 있는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의미 있는 논의를 할 수 없는 데다 일본이 독도 도발을 이어가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 없이 회담에 나설 경우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스가 총리의 지지율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은 계속 띄우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5일 한국 측이 외교 경로를 통해 "평창의 답례로 (도쿄올림픽 때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양자 회담을 진행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답방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관련 질문을 받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요미우리 신문 역시 일본 정부가 신중한 자세라고 전하면서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에서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할 전망이 없다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는 "현재 언급할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일본과의 고위급 교류에 열린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어, 정상회담 가능성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평창 어게인(again)' 구상을 계획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 진전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고 말했고, 3.1절 기념사에서는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에 따른 선수 보호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의 계기로 삼으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지도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하면서 국내에서 반발 여론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평창=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2018.02.09. scchoo@newsis.com

【평창=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2018.02.09. [email protected]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지도에서 독도를 수정하지 않은 채 일본을 방문할 경우 국내에서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며 "한일 간에 유화적 분위기를 만들어서 갈등 해결 국면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지지를 얻지 못하고, 반대로 일본에도 보여주기 식으로 비춰질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쿄올림픽에 정상급 인사가 참석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의 해법 제시 없이 대화에 나섰다간 스가 총리의 지지층인 극우파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딜레마다.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의 직후 간담회에서도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국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가는 것을 한일 관계 개선의 카드로 여길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일본 정부 역시 할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대화 국면이 점차적으로 열릴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다만 도쿄올림픽까지는 아직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아베 전 총리도 올림픽 개막식 불참 입장을 밝혔다가 불과 보름 전에 방한 사실을 확정한 바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일본이 마땅치 않아하고, 소아병적으로 일하더라도 통 크고 대범하게 손을 먼저 내미는 게 이길 수도 있다. 반면 치밀하게 준비해서 버릇을 고쳐놓는 것도 필요하다"며 "모든 걸 내려놓고 판단해야 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