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8

'반전에 반전, 또 반전'…결말 앞둔 김학의 사건 [법정, 그 순간①]

등록 2021.12.29 07:01:00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블로그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사건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사건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지난 16일 오후 5시20분. 502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내려놓고 다른 안경을 꺼내 썼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종이에 써온 글을 읽어 내려갔다.

"몇 자 적었습니다"라며 말문을 뗀 그는 "그간의 과정을 숙명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심정과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이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고 살았다. 실낱같은 목숨 하나 남았을 뿐인데, 부질없는 가정을 지키려고 버텨내는 가족을 보면 너무나 힘이 들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의지할 곳은 재판부 밖에 없다. 억울함이 없게 해달라"며 진술을 마쳤다.

자리에 앉은 그는 안경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흐느꼈다. 

검찰은 이날 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벌금 100만원과 4300여만원의 추징 명령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김 전 차관 사건이 8년여 만에 최종장에 다가서고 있다. 파기환송심 선고는 내년 1월27일로 예정돼있다.

①영상 속 인물 "김학의 맞다"

'남성과 여성이 술에 취해 뒤엉킨' 1~2분짜리 동영상이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의 시작이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지난 2019년 5월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05.0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지난 2019년 5월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05.02. [email protected]

2013년 진행된 첫 수사는 무혐의로 결론 났다.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들의 진술 번복도 무혐의 결론에 힘을 실었다.

피해자는 이듬해 진술을 번복했고, 재수사가 진행됐지만 이번에도 결론은 무혐의였다. 검찰이 김 전 차관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아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수사였다.

반전은 6년이 지난 2019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를 통해 나왔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이 2005년부터 2012년 사이 사업가 윤중천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의심된다며 수사를 권고했다.

이에 다시 한번 수사가 진행됐고, 김 전 차관은 윤씨로부터 2006~2007년 강원 원주 별장과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성명불상 여성을 상대로 한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사업가 최모씨에게 2003~2011년 사이 신용카드와 차명 휴대전화 대금 대납 등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김 전 차관은 동영상 속 인물은 자신이 아니며 성접대를 받은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그에게 2019년 11월22일 무죄를 선고했지만,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윤씨에게 받은 성접대 등 향응 금액이 1억원 미만이어서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뇌물수수 및 성접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지난 2019년 11월22일 오후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9.11.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뇌물수수 및 성접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지난 2019년 11월22일 오후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9.11.22. [email protected]



②무죄→유죄, 2심서 뒤집어진 판단

2심도 김 전 차관의 성접대 향응 수수 혐의 등은 공소시효 도과 등을 이유로 무죄 및 면소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업가 최씨에게 43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2020년 10월28일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009년 6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김 전 차관의 차명 휴대전화 사용요금 174만원을 최씨가 대납한 것을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뇌물로 인정하면서다.

1심과 달라진 최씨의 진술이 2심 판단을 바꾼 핵심 근거가 됐다.

최씨는 2심에서 김 전 차관과의 일을 더 구체적으로 밝혔고, 1심과 달리 "차명 휴대전화는 순수하게 피고인을 도와준다거나 단순히 휴대전화를 빌려준다는 사유로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는 진술도 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5. [email protected]


③대법 "최씨 증언, 신빙성 없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사건의 반전은 지난 6월10일 한 번 더 나왔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환송 결정하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유는 '최씨 증언의 신빙성 부족'이었다. 대법원은 최씨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점점 구체적으로 했다"며 "차명 휴대전화 등과 관련해 최씨의 법정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최씨를 증인으로 부르기 전 사전면담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2심에서 이런 최씨 증언의 신빙성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최씨를 다시 한번 증인으로 불렀고, 최씨는 법정에 나와 2심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변호인은 최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믿을 수 없다며 문제 삼았다.

이 사건은 수사 당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으로 금지해다는 논란이 일어났고, 이를 수사하던 수사팀에 대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외압 의혹까지 이어졌다.

현재 진행 중인 굵직한 사건의 시발점인 만큼 이 사건의 결과에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차관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은 내년 1월27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