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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수리·도배'…집주인-세입자 누가 부담?

등록 2016.07.24 11:15:09수정 2016.12.28 17: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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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보일러 수리, 도배·장판 교체 등 주거시설 수선비용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공인중개업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임차주택의 유지·수선 의무에 관한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절차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일상에서 종종 목격하게 되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분쟁 사례와 판례를 소개한다.

 ◇보일러 등 대수선은 집주인 의무

 #. 세입자 A씨는 지난해 겨울 이사한 집의 보일러가 노후화로 고장나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수리를 해주지 않아 한겨울에도 온수를 쓰지 못했고, 결국 자비로 고쳐야 했다.

 집주인은 보일러를 고쳐줘야 할 의무가 있다.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에는 '집주인이 목적물을 세입자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임차주택에 문제가 생겨 세입자가 제대로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주인은 이를 수선해줘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계약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임차인이 별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수선하지 않아 임차인이 계약에 의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될 것이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즉 형광등 교체 등 단순한 것이라면 세입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 보일러 수리처럼 비용부담이 상당한 경우라면 집주인이 수선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더불어 집주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세입자는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및 필요비상환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선비 영수증과 증거물을 확보해야 한다. 

 민법 제 626조(임차인의 상환청구구권)에는 '세입자가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경우 집주인에 대해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임대차 계약 체결시 세입자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특약을 했더라도 집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파손이나 기본적인 설비부분의 교체 등은 집주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도 '특약이 있다 하더라도 통상 생길 수 있는 정도의 파손의 경우 임차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지, 집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기본적 설비인 보일러를 교체하는 것까지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도배·장판 교체는 집주인-세입자 합의

 #. 세입자 B씨는 지난 3월 전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집주인으로부터 도배와 장판 교체를 구두로 약속받았다. 하지만 막상 이사날이 되자 집주인은 그런 약속을 한적이 없다며 발뺌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도배의 경우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는 집주인이 하는 관행이 있다"며 "누가 교체해줘야 한다는 명확한 법적 규정이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시 당사자 간에 합의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김경천 서울시 주택건축국 전월세팀 주무관(변호사)은 "임대차 계약시 집주인이 도배와 장판을 교체해주는 것으로 특약을 하지 않았다면 세입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세입자는 집주인과 한 구두계약을 녹음하는 방법 등으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분쟁을 피하려면 임대차 계약시 특약을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이상훈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관행상 월세와 전세로 구분지어 부담 주체를 정하긴 어렵다"며 "기존 벽지나 장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단순히 색이 바란 벽지를 월세라고 해서 무조건 교체해달라고 요구할 순 없다"고 전했다.

 ◇집주인의 '원상회복청구', 세입자 고의성 있어야

 #. 집주인 C씨는 지난 2014년 세입자가 아파트의 벽에 수많은 못을 박아 벽과 벽지를 훼손하고 안방 및 외부 욕실 손잡이를 파손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경우, 판례를 보면 집주인이 고의성 여부 등 증거를 입증하지 못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대전지방법원은 "부동산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의 본질상 훼손·마모는 당연히 예정돼 있다"며 "통상적인 가치 감소는 감각상각비나 수선비 등의 필요경비로서 이미 차임에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세입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김 주무관은 "최근 접수되는 분쟁 사례를 보면 집주인이 계약만료시 세입자에게 도배를 새로 해놓고 나가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액인데다 양쪽 모두 소송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계약 투명성 확보…"표준계약서 개선"

 이같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선 임대차 계약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현행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주택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데 있어 주택의 상태를 보증할 만한 장치가 없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는 주택 및 주거시설의 상태 등의 정보에 대해 중개업자에게 중개목적물인 주택의 상태에 대해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률 계약대상이 되는 주택 내 시설물의 수리 상태, 동절기 난방 수준 등에 대한 정보제공의 의무를 집주인이 아니라 중개업자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인 집주인은 주택의 상태에 대해 세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어야 할 의무를 회피한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도 이전 세입자가 사용상 부주의 등으로 주택의 시설물을 손상시킨 정보를 제대로 모를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의했다.

 그러면서 "주택상황보고서를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동 입회 하에 작성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재옥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현재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분쟁사항에 대한 규정(임차인의 보존의무 및 임대인의 안전배려의무)을 표준계약서에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임대차 거래는 대부분 법의 틀 밖에서 개인간의 관계로 설정되고 있다"며 "권리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등 선진형 임대차시장 관리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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