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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가정의 달 공동 기획]두 평 컨테이너서 사는 열두 살 희준이

등록 2017.05.04 06:00:02수정 2017.05.08 09: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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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녀가 춤을 춥니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귀 끝까지 걸린 입. 활짝 웃는 천진난만한 열두 살 소녀는 손님들이 온다며 가장 좋아하는 옷을 꺼내 입고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소녀는 컨테이너에 삽니다. 어두컴컴한 방, 작고 네모진 문으로 보이는 밝은 빛은 방 안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봄이 온지 한참이지만 작은 철제 컨테이너는 어둡고 싸늘합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녀가 춤을 춥니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귀 끝까지 걸린 입. 활짝 웃는 천진난만한 열두 살 소녀는 손님들이 온다며 가장 좋아하는 옷을 꺼내 입고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소녀는 컨테이너에 삽니다. 어두컴컴한 방, 작고 네모진 문으로 보이는 밝은 빛은 방 안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봄이 온지 한참이지만 작은 철제 컨테이너는 어둡고 싸늘합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 소녀가 춤을 춥니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활짝 웃는 천진난만한 열두 살 소녀가 아끼던 옷을 꺼내 입고 노래에 맞춰 흥얼거립니다.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함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고, 정을 나누는 그 시간이 마냥 즐겁습니다. 두 평 남짓한 철제 컨테이너가 소녀의 무대이자 삶의 공간입니다.

 컨테이너 밖 세상에는 봄이 왔다지만, 소녀에게 봄은 아직입니다. 비좁고 어두운 컨테이너 안, 한 점도 없는 빛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간절합니다. 소녀의 미소만이 어두운 그늘을 걷어냅니다.

 그대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더하거나 덜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합니다. 단언하건대, 버릇처럼 억지로 쥐어짠 슬픔을 떠안기는 것을 경계합니다.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 따위로 소중한 아이들의 삶을 아무나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뉴시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려 합니다. 감히 한 점의 빛이 되려 합니다.

 # 엄마의 가출

 열두 살 희준(가명)이는 아빠(53)와 함께 두 평 남짓 컨테이너에서 삽니다. 엄마는 희준이를 낳은 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출했습니다. 지금껏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희준이는 엄마에 대한 기억도, 좋은 감정도 없습니다. 엄마를 찾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희준이는 처음 만난 사회복지사의 손을 덥석 잡고, 눈을 반짝이며 말을 늘어놓습니다.

 희준이는 제 또래보다 조숙하고, 몸집이 큰 편입니다. 하지만 생리대 사용법이나 속옷 착용법 등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집주인 할머니께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녀는 컨테이너에 삽니다. 어두컴컴한 방, 작고 네모진 문으로 보이는 밝은 빛은 방 안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봄이 온지 한참이지만 작은 철제 컨테이너는 어둡고 싸늘합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녀는 컨테이너에 삽니다. 어두컴컴한 방, 작고 네모진 문으로 보이는 밝은 빛은 방 안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봄이 온지 한참이지만 작은 철제 컨테이너는 어둡고 싸늘합니다.  [email protected]

희준이는 매일 아침 아버지 트럭을 타고 학교에 등교합니다. 열두 살 소녀가 걸어 다니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워낙 먼 거리에 학교가 있습니다. 집 주변에는 또래 친구가 한 명도 없고, 비좁은 컨테이너 안에는 공부할 공간도 없습니다. 하교 후 저녁 시간에는 늘 TV를 봅니다. 

# 수술비 200만원…한 달 생활비 75만원

 희준이의 아버지는 14년 전부터 컨테이너가 있는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허리디스크와 간 경화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3개월 이상 입원해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를 듣고도 선뜻 입원할 수 없습니다. 입원비도 입원비지만, 희준이를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친하게 지낸 동네 이장에게 수술비를 200만원을 빌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비는 온전히 빚이 됐습니다. 잠깐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공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이 어려워 일거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희준이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도가 높아 간 경화로 쓰러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홀로 남겨진 딸을 생각하며 늘 술을 줄이겠다고 다짐합니다. 희준이와 아버지는 75만원으로 한 달을 삽니다. 

# 창고에서 쫓겨나 컨테이너로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 해맑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열두 살 희준이는 꿈이 많습니다. 새롭게 기자라는 꿈을 갖게된 희준이가 카메라를 받아들고 사진을 찍습니다.(왼쪽 위) 2. 책읽기도 좋아하지만 집에 있는 책은 단 몇 권 뿐입니다. (오른쪽) 3. 만들기를 좋아하는 희준이가 미술작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희준이가 생각하는 가족은 나, 아빠, 할머니 입니다. (왼쪽위에서두번째) 4. 희준이는 아빠의 트럭을 타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가 너무 멀기 때문입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 해맑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열두 살 희준이는 꿈이 많습니다. 새롭게 기자라는 꿈을 갖게된 희준이가 카메라를 받아들고 사진을 찍습니다.(왼쪽 위)
 2. 책읽기도 좋아하지만 집에 있는 책은 단 몇 권 뿐입니다. (오른쪽)
3. 만들기를 좋아하는 희준이가 미술작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희준이가 생각하는 가족은 나, 아빠, 할머니 입니다. (왼쪽위에서두번째)
4. 희준이는 아빠의 트럭을 타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가 너무 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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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준이와 아버지는 불법으로 개조한 창고에 살다가 퇴거 명령을 받았습니다. 당시 희준이의 나이는 5살이었습니다. 갈 곳이 없을 때 지금의 집주인 할머니가 창고로 쓰던 컨테이너를 무상으로 내줬고, 7년째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자체 복지기관인 무한돌봄센터에서 방한 벽지를 도배해줬습니다. 당시 들쥐 똥이 한 봉지 가득 나왔습니다. 지금도 들쥐가 제집처럼 수시로 드나들고 있습니다. 또 컨테이너는 더위와 추위에 취약합니다.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한 채 겨울을 보내야 합니다. 너무 추울 때는 어쩔 수 없이 주인 할머니 댁에서 잠을 잡니다.

 컨테이너 안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주인 할머니가 집에 계시는 경우에는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외출하신 경우나 밤에는 집 옆 공터에서 용변을 봅니다. 또한, 추운 겨울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는 일은 열두 살 소녀에게 벅찬 일입니다.

 희준이는 일주일에 딱 한 번 씻습니다. 한여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더워 땀이 많이 나면 계곡에서 물놀이하고 오거나 지역에 있는 목욕탕에 다녀옵니다.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는 김치와 젓갈 딱 두 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아버립니다. 고기도 과일도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지역 사회복지사들이 가져다주는 과자가 유일한 군것질입니다.

 친구들도, 학교 선생님도 이런 어려운 희준이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그나마 오갈 데 없는 희준이와 희준이 아빠를 컨테이너에 살도록 받아주신 집주인 할머니가 겨울에는 방한 점퍼도 사주시고, 김치와 반찬 등도 나눠 주십니다.

 할머니는 “여기 오지 않았으면 아빠가 매우 아프니 희준이가 보육원에 갔을지도 몰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녀가 춤을 춥니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귀 끝까지 걸린 입. 활짝 웃는 천진난만한 열두 살 소녀는 손님들이 온다며 가장 좋아하는 옷을 꺼내 입고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소녀는 컨테이너에 삽니다. 어두컴컴한 방, 작고 네모진 문으로 보이는 밝은 빛은 방 안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봄이 온지 한참이지만 작은 철제 컨테이너는 어둡고 싸늘합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녀가 춤을 춥니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 귀 끝까지 걸린 입. 활짝 웃는 천진난만한 열두 살 소녀는 손님들이 온다며 가장 좋아하는 옷을 꺼내 입고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소녀는 컨테이너에 삽니다. 어두컴컴한 방, 작고 네모진 문으로 보이는 밝은 빛은 방 안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봄이 온지 한참이지만 작은 철제 컨테이너는 어둡고 싸늘합니다.  [email protected]

희준이네는 LH의 임대주택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가 있더라도 자기 분담금과 이사비용 때문에 입주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 희준이의 꿈

 요리사, 제빵사, 학교 선생님, 패션디자이너….

 희준이는 또래처럼 꿈이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이런 희준이에게 꿈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웠나 봅니다. 

 ‘어린이는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1957년 처음 제정된 이래 개정을 거쳐 공포된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입니다. 동화작가 강소천, 마해송, 방기환 등이 당시 아동 복리 법안을 기초하는 과정에서 보건사회부의 의뢰를 받아 처음 만들었습니다. 개정 전에는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 등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모든 어린이는 차별 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고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함을 지표로 삼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희준이가 사는 컨테이너는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잠 자는 공간과 그 외의 공간입니다. 오른쪽 아래 보이는 것이 부녀가 먹는 쌀 입니다. 이외에도 이곳저곳에 살림살이들과 먹을 것을 아무렇게나 놓아두었습니다. 지자체 복지기관인 무한돌봄센터에서 컨테이너 방한 벽지를 도배해주면서 보니 들쥐 똥이 한 봉지 가득 나왔습니다. 지금도 들쥐가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식료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희준이가 사는 컨테이너는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잠 자는 공간과 그 외의 공간입니다. 오른쪽 아래 보이는 것이 부녀가 먹는 쌀 입니다. 이외에도 이곳저곳에 살림살이들과 먹을 것을 아무렇게나 놓아두었습니다. 지자체 복지기관인 무한돌봄센터에서 컨테이너 방한 벽지를 도배해주면서 보니 들쥐 똥이 한 봉지 가득 나왔습니다. 지금도 들쥐가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식료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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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아동종합실태조사(2013년) 통계에 따르면 주택의 견고성 및 주요 구조부 재질의 양호성 여부에 대해 양호하지 않은 환경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이 전체 아동(9,670,353명) 중 8%(773,628명)나 이릅니다. 희준이보다 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사는 아동도 있을지 모릅니다.

 희준이와 희준이 아빠의 스스로 일어서기가 벅찹니다. 꿈 많은 열두 살 희준이가 끼니를 거르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이웃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후원문의 및 일시후원계좌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031-965-8101
- 농협중앙회 790-127555-296-98 /예금주: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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