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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종영 ③] 달라진 팬덤 문화의 사례

등록 2017.06.17 11: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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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프로듀스 101' 시즌2 마지막회. 2017.06.17. (사진 = 엠넷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프로듀스 101' 시즌2 마지막회. 2017.06.17. (사진 = 엠넷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인기리에 종영된 음악채널 엠넷의 보이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 시즌2(연출 안준영)는 달라진 팬덤 문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아이돌 팬덤 문화는 '동경'이 핵심이었다. 수동적 의미의 '오빠부대'로 불렸다. 신비주의 콘셉트가 강했고 그것이 통했던 시대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등이 급격히 발달한 디지털 시대에는 신비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도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활동하지 않으면 또 금세 잊혀진다.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앨범 발매, 콘서트 개최를 계속 지켜본 아이돌에 대한 팬덤이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이제 아이돌은 동경의 대상을 넘어 챙기고 돌봐야 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팬들이 연습생마다 성장 서사를 부여하게끔 만드는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이런 구조를 잘 활용한 영리한 프로그램이다. 지하철 역마다 걸려 있던 '프로듀스 101' 시즌 2 출연자 광고 등에서 볼 수 있듯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인기와 성장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서울=뉴시스】 '프로듀스 101' 시즌2 마지막회. 2017.06.17. (사진 = 엠넷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프로듀스 101' 시즌2 마지막회. 2017.06.17. (사진 = 엠넷 제공) [email protected]

휴대용 전자 애완동물 사육기인 '다마고치'를 경험한 30~40대 여성 팬들이 10~20대 여성 팬 못지 않게 '프로듀스 101' 시즌2에 몰입한 이유다.

딸을 두고 있다는 40대 초반의 B씨는 "수려한 외모의 남자 아이돌 지망생들이 열심히 노력하며 꿈을 이뤄가는 모습에 응원을 해주고 싶다"며 "일종의 내 '길티 플레저'"라고 했다.

사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런 감정들은 이미 아이돌 문화에서는 익숙하다. 특히 2015년을 전후로 데뷔한 아이돌 3세대 그룹 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흐름이다.

대표적인 팀은 '꽈당그룹'으로 통하는 걸그룹 '여자친구'. 쏟아지는 빗속에서 8번이나 넘어지며 '오늘부터 우리는'을 끝내 부르는 모습은 '꽈당 유튜브 영상'으로 통하며 '7전8기’, 아니 '8전9기' 걸그룹으로 회자되게 만들었는데 이후 '우리가 챙겨줘야 하는 그룹'이라는 인식이 팬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인 아이돌로지의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 씨는 "아이돌 팬들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아이돌을 무조건 추종하기 보다는 챙겨주거나 기특하게 여기는 대상으로 보게 됐다"고 봤다.
여자친구, 가수

여자친구, 가수


문 평론가는 그러면서 아이돌과 팬들 사이에 권력관계가 역전됐다는 지적도 했다. 최근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출신 문희준과 2세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성민에 대한 일부 팬들의 보이콧이 대표적이다. 두 멤버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소속이었거나 소속인데 '오빠부대'였을 당시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다.
 
문 평론가는 "일종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내가 이만큼 지지를 해줬으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이런 사례는 팬덤이 인터넷으로 옮겨오면서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 씨는 "오프라인에서 폐쇄적이던 활동하던 팬덤이 3세대에 접어들어 인터넷을 만나면서 개방적, 개인적이 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랩몬스터, 지민, 제이홉. 2017.05.2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랩몬스터, 지민, 제이홉. 2017.05.29. [email protected]

이런 달라진 팬덤 문화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선이 많다. 지난해 일부 팬들이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의 가사에 여성 혐오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자 이 팀은 "팬과 사회의 조언에 귀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사과했고 이후 더 승승장구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사회적 문제 대한 인식이 있는 아이돌 그룹으로 통하기도 한다.

문 평론가는 "기획사의 기획된 아이돌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일부 휘둘리는 상황을 넘어 능동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그룹과 성숙한 팬덤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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