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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리움과 간절함…연극 '발렌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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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2-28 15: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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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발렌타인데이'. 2017.12.28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연극 '발렌타인데이'는 그리움과 간절함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 위해 예순 살 나이에 한 집에서 생활하는 두 여인 '발렌티나'와 '까쨔'의 사랑과 기억을 빌려온다. 그 중심에는 두 여자가 동시에 사랑한 한 남자 '발렌틴'이 있다.

발렌티나는 발렌틴이 까쨔와 결혼한 뒤에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를 너무나 그리워한다. 까쨔 역시 마찬가지다. 발렌틴이 자신과 결혼한 뒤 발렌티나를 그리워해도, 그가 세상에 없어도 끝까지 사랑한다. 이쯤 되면 두 사람에게 발렌틴은 신념에 가깝다.

번역까지 맡은 김종원(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연출은 이번이 한국 초연인 러시아 작가 이반 븨릐파예프의 '발렌타인데이'에서 정치적 상징을 덜어냈다.

2009년 독일에서 초연한 원작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다양한 정치적 선언과 해석을 낳았다. 발렌틴은 과거 체재 또는 지난 세대로 해석돼 그에게 집착하는 발렌티나와 까쨔는 러시아 근현대사의 혼란을 몸소 겪는 민중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버전에서는 대머리에 있는 반점, 고르바초프, 비텝스크 등을 통해 정치적 상황을 막연하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대신 겉으로는 세 사람의 지독한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사랑했던 기억만이, 현재를 지배하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여전히 두 여자의 삶을 지배하는 발렌틴처럼 한국 관객 그리고 한국 사회 모두 저마다의 발렌틴이 있다. 예컨대 과거에 대한 향수, 열렬히 좋아했던 우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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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발렌타인데이'. 2017.12.28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photo@newsis.com
'발렌타인데이'를 장악한, 몽환적이고 시적인 분위기는 관객이 저마다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원작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눈과 낙엽, 그리고 난장판이 된 방의 물건들이 무대 중앙 깊숙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 등 층고가 높고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활용한 무대 미학도 극의 독특한 정서를 부추긴다.

SBS TV 예능 프로그램 '싱글와이프'의 '우럭(우아한 럭비공) 여사' 정재은의 지난한 발렌티나, 영화 '옥자'와 '택시운전사'의 신스틸러 이봉련의 절규하는 까쨔, 연극 '푸르른 날에' 등에 나온 이명행의 아련한 발렌틴은 시적인 연극에 명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2018년 1월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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