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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낙태논쟁, 다시 도마 위…자유화vs허용조건 강화

등록 2018.01.11 1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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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AP/뉴시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1일(현지시간)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추진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P통신, 라디오 폴란드 등 외신에 따르면 여성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 수천 명은 이날 항의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고 바르샤바의 의회 앞에 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2016.10.02

【바르샤바=AP/뉴시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1일(현지시간)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추진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P통신, 라디오 폴란드 등 외신에 따르면 여성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 수천 명은 이날 항의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고 바르샤바의 의회 앞에 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2016.10.02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전 세계에서 '검은 시위’를 촉발한 폴란드의 낙태 관련 법안이 다시 한 번 의회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의회는 이날 낙태자유화를 위한 시민발의 법안인 '여성보호 2017’ 채택을 거부했다. 심리적 및 사회적인 이유로 임신 12주까지 자유로운 낙태를 허용하고, 처방전 없이 사후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좌파 정치인이자 여성인권운동가 바버라 노바카 의원은 "기독교 성향의 집권보수당 법과정의당(PiS)이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일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태어나면 거대한 고통을 겪으며 죽음의 운명을 기다리는 존재를 낳도록 강제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노바카 의원은 이날 논의에 앞선 의회 연설에서 "지난해 폴란드 여성은 감소한 피임과 생식권을 목도했다"며 "우리는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의 존엄과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위선적인 법 하에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의 정상적인 폴란드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의회는 오히려 현행 낙태 관련 조건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 현행법은 임신으로 산모에게 치명적인 건강상 위험이 예상되거나 태아가 심각한 기형인 경우와 강간, 근친상간 등의 상황에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폴란드 낙태중단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기형아를 임신했을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시민 발의했다. 이  시민 발의에 참여한 카야 고데크는 "지난 2016년 폴란드에서 시행된 낙태의 96%가 태아가 기형이라는 이유"라면서 "이같은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데크는 "장애 아동이나 어린이를 죽일 위험이 있는 현행법안의 철회를 요구한다"며 "두 달 만에 83만명이 우리의 움직임에 서명해 동참했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이에 대해 "다운증후군 등 장애아동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폐지하기 위해 의회에서 채택된다면 서명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낙태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 100여명이 다시 의회 앞에 모였다. 2016년 낙태금지 뿐 아니라 관련자 처벌까지 요구한 전면금지 법안에 반발해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나선 지 1년여 만이다.

 당시 여성들이 신체 자기결정권과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어 '검은 시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위가 확산되자 폴란드 의회는 낙태 전면금지 법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했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AFP통신에 "이민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나의 조국 폴란드를 너무 사랑하지만 뒤바뀐 정치환경과 분위기에 출산이나 자녀 양육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반대로 낙태금지법에 찬성하는 15여명의 시위대도 같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대형 스크린에 낙태된 태아의 사체 이미지를 띄우는 한편 대형 스피커로 아기 우는 소리를 틀었다. 활동가 마치에 비에비오르카는 "낙태는 무고한 아동살해"라고 주장했다.

 폴란드 여성단체는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시술되는 낙태는 연간 약 1000건에 불과하지만 불법으로 또는 해외에서 매년 10만~15만건의 낙태가 시행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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