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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에 묵으며 방값 내는 대학생들…'널뛰기 주거' 왜?

등록 2018.06.06 13: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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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엔 학교 근처 친구 집에 묵고 주말엔 본가로

1~2년 계약인 자취·하숙 대신 '친구와 거래' 선택

언제 휴학하게 될지 앞일 모르는 예측 불가능 탓

통학 시간, 경제적 여건 등 고려…친구도 '부수입'

"단기간 안정적 거주할 환경 부족한 현실 반영"

친구집에 묵으며 방값 내는 대학생들…'널뛰기 주거' 왜?

【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대학생 최은영(22·가명)씨는 올 3월부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주초에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대학 근처에서 머물지만 주말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위해 본가가 있는 인천 주안으로 돌아온다. 최씨는 양가 부모님 동의 하에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서 일주일에 2번 자고 월 10만원을 주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친구 사이라 약속을 쉽게 어기진 않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주 2회보다 더 잔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가에서 자취나 하숙 대신 친구 집에 잠시 얹혀 살며 '방값'을 주고받는 대학생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신들에게 맞는 적당한 주거 형태를 찾기 힘든 탓이다. 최씨는 "기숙사도 살아보고 셰어하우스에도 살아봤지만 모두 쉽지 않았다"며 "당장 다음 학기 휴학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1~2년 계약을 맺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은 6개월 앞을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 갑작스럽게 수강신청에서 밀려 필수 과목을 수강하지 못해 휴학을 고려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원하는 강의로 시간표를 짜지 못해 불가피하게 휴학까지 택한 최씨는 살고 있던 셰어하우스의 남은 계약기간으로 골치를 썩였다. 최씨는 "집을 나가고 싶으면 사람을 구하고 나가야 했는데 구해지지 않았다"며 "결국 공실로 몇 달간 두다가 양도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일정한 지역을 오가는 직장인들과 달리 대학생들의 예측 불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대학생 양회상(25)씨는 "휴학 계획을 세우는 시점이 휴학 5~6개월 전일 때도 있고 갑작스럽게 시간표 탓에 1~2개월 전이 될 때도 있다"면서 "주변에서 단기 임대를 구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청년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군대, 휴학 때문에 이동성이 기본적으로 높은 세대"라면서 "고정적인 임대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학을 해도 서울에 남아 있곤 하는 지방 출신 대학생들과 달리 수도권 출신 대학생 대부분은 주말이면 가까운 본가로 돌아간다.

 통학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해 친구 집에서 지낸 장모(27)씨는 "친구 집에 그냥 얹혀 살기 미안해 20만원을 주고 살았다"며 "목요일이나 금요일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가족, 친구들이 모두 본가 근처에 있어 주말이면 비는 대학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친구 집을 전전하는 데는 경제적인 요인도 한몫을 차지한다. 경기 시흥시에서 서울 노원구 공릉동까지 통학했던 대학생 양씨는 왕복 5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양씨는 이번 학기부터 도저히 통학을 할 수 없어 친구 집에 살기로 하고 매달 20만원을 친구에게 건네고 있다.

 양씨는 친구 집에 살게 된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자취를 하게 되면 돈이 두 배로 나가게 돼 비용적인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집을 빌려주는 학생들도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 있어 친구를 들인다.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하던 친구와 함께 산 채모(26)씨는 "주당 몇일이라 못박진 않았지만 친구가 주 3일 정도 묵고 갔다"며 "친구라서도 가능했지만 월 10만원을 받아 경제적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널뛰기 주거'는 단기간 묵을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대학생 주거 환경이 부족한 현실을 반증한다.

 기숙사 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도권 학생들은 배정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7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21.0%로 학생 다섯 명 중 한 명만 기숙사에 살 수 있다. 수도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더 낮아 16.1%에 불과하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기숙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필요성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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