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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복 "흙작업 40년...대형 '세라믹 회화' 내 속이 뻥 뚫려"

등록 2019.06.13 17:45:09수정 2019.06.25 1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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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로 유명...순수미술 상업화랑서 첫 전시

경남 거창 산골에 작업실 짓고 전업작가로 활동

삼청로 아트파크 갤러리서 21일부터 개인전

【서울=뉴시스】세라믹을 쌓아 만든 이흥복 개인전 '삶에 대한 기하학적 명상'전이 21일부터 아트파크갤러리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세라믹을 쌓아 만든 이흥복 개인전 '삶에 대한 기하학적 명상'전이 21일부터 아트파크갤러리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산속에서 흙하고 재미있게 놀아라"

1980년대 영남대 도예과에 입학한 그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목회자의 길을 권했던 아버지는 막내 아들이 '예술가의 길을 가겠다'고 하자 그렇게 한발 물러섰다. 남해에서97세까지 현역 목사로 활동했던 아버지는 2016년 세상을 떠났다.  생전 아버지는 작가가 된 아들에게 "목회자의 길이나 예술가의 길은 같은 것이여”라고 했다.

60이 된 아들은 이제 그 말을 백번 이해한다. "대형 교회 목사도 아니고 시골교회에서 평생 헌신해온 아버지처럼 오랫동안 꾸준하게 작업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를..."

"흙작업은 정말 힘듭니다.뼛가루가 있기때문에 무섭기도 하고요"

40여년째 흙을 만지고 있는 그는 도예가로 이름난 이흥복 작가다. 13일 오후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작가는 이름처럼 흥이 넘쳤다. 작가가 오랜만에 더 신바람이 난 이유가 있다.

그동안 도예계 화랑에서 전시하다, 순수미술 상업 화랑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삼청로 아트파크갤러리에서 '삶에 대한 기하학적 명상'을 타이틀로 전시한다.

작가는 "흙은 무궁무진한 재료"라며 이번 전시에 세라믹이 평면화된 '대형 세라믹 회화'를 선보인다. 이미 보여온 작품이지만 도자계를 벗어나 현대미술로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작가에게 의미있는 전시다.

"흙 작업은 힘드니까 많이들 포기합니다. 좋은 작가가 배출안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서울=뉴시스】이흥복 '삶에 대한 기하학적 명상'

【서울=뉴시스】이흥복 '삶에 대한 기하학적 명상'


그도 처음에 항아리를 빚었다. 하지만 1993년 뉴욕 플랫 대학원으로 유학오면서 달라졌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 화가 강익중(59)이 깨닫게 했다. "그릇을 만들지 말고 평면화된 그림으로 재조명하는게 어때? 힘이 들더라도 흙을 쪼개서 벽에 거는 작업을 하자" 당시 세계미술계는 그리기보다 오브제 입체회화가 트렌디했고, 강익중도 캔버스에 입체적인 작업을 했다.
 
'도자기의 평면화' 시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가난한 유학생의 생활은 허리를 휘게 했지만, '흙의 물성' 탐구와 흙 작업에 몰두하며 작가로서 열정을 쏟았다. 미국에서 20여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하며 이름을 알렸다.
【서울=뉴시스】이흥복 작가

【서울=뉴시스】이흥복 작가

흙조각을 잇대어 형상화하는 유희적이고 원초적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하고 작은 정방형들을 규칙적으로 나열한 작품을 발표하는 등 조형에 대한 실험정신을 멈추지 않았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오려낸 조각들을 붙여 한 덩이의 전체를 만드는 작업은 우리네 삶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제각각의 모양을 한 흙판들을 차곡차곡 쌓고 이어붙여 극적인 삶의 모습과 변화하는 시간의 면면을 나타냈다."

간결한 선과 면으로 구축한 그림같은 세라믹 작품은 이흥복의 브랜드가 됐다. 미니멀한 순백의 도자이면서 회화인 작품은 흙과 불이 빚어낸 신비로운 색채가 담담하게 울린다. 이번 전시는 전통적 도자 예술, 백자, 흙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견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큰 작품을 하니까 작업을 하면서도 속이 뻥 뚫리데요." 이번 전시에는 80호이상 크기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켜켜이 쌓고 붙이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으로, 옆에서 도움을 준 아내의 힘이 컸다. 2007년 뉴욕에서 귀국, 영남대 초빙교수로 활동하다, 4년전 경남 거창 산골로 들어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흙을 만지는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나는 수풀에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에 오아시스가 있기때문이다'등 시적으로 달린 작품 제목이 그의 생활을 말해준다. 


【서울=뉴시스】이흥복,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에 오아시스가 있기때문이다.2019, 62*114*3cm

【서울=뉴시스】이흥복,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에 오아시스가 있기때문이다.2019, 62*114*3cm


그가 작품이야기를 하다 시골교회 이야기를 꺼냈다. "12명이 다니는 작은 교회인데 저도 전도하러 다닙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니까 헌금을 잘 못내는데. 이번에 작품이 팔리면 십일조 하겠다고 목사님께 큰소리 쳤어요.하하하" 

"이번 전시에 최선을 다했고 나온 작품에 만족한다"는 그가 자신있게 말했다. "도자같은 회화, 회화같은 조각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 많은 사람들이 보아줬으면 합니다. 정말 볼만 할겁니다." 전시는 7월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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