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대회 100배 즐기기]'0.1초와의 승부' 수영복 변천사

【리우데자네이루=AP/뉴시스】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7)이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내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박태환은 예선 4조에서 49초24로 조 4위를 차지했다.
수영복은 직물의 재질과 촉감, 디자인에 따라 '0.1초'대를 넘나드는 기록 단축을 실현함으로써 승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헐렁한 형태의 전신 수영복이 등장한 이후 수영복은 반바지와 사각, 삼각 등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형태로 점차 발전해 왔다.
1960년대 처음으로 나일론 소재의 수영복이 등장한 이후, 폴리우레탄과 폴리에스테르 등 활동성이 높고 저항성이 낮은 재질들이 계속 개발됐다.
상어 돌기나 비행기의 원리를 적용해 저항을 낮춘 수영복이 속속 선을 보였고 최근에는 선수들의 체형을 3D로 입체 분석한 맞춤형 수영복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 이래 '기술 도핑' 논란을 불러온 첨단 수영복은 '밀착형 전신 수영복'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세계기록의 산실이었다. 특히 스피드를 다투는 경영 종목이 열린 8일 동안 무려 43차례나 세계기록이 새로 쓰였다.
100%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든 '밀착형 전신 수영복'의 등장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그러나 '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경영 종목을 중심으로 선수들의 능력보다 수영복의 기술이 부각되면서 경기 결과에 대한 시비와 논란이 확산했다.
실제 당시 로마대회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독일의 파울 비더만이 최첨단 수영복을 착용한 이후 세계기록을 2차례나 갈아치우며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를 누르는 대이변을 낳았다.
펠프스는 비더만의 수영복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이것은 수영이 아니다'라고 까지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당시(2009년) 국제수영연맹(FINA)은 기술위원회를 열고 향후 경기부터는 첨단 수영복 착용을 금지시켰다. 신소재로 만든 수영복이 세계기록을 잇달아 경신시키면서 '기술 도핑'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FINA는 수영복이 인위적으로 스파드나 부력을 늘려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새 규정을 2009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13회 대회가 끝난 뒤(2010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새 규정은 경기 참가 선수의 수영복 소재를 폴리우레탄이 아닌 통기성 직물로 한정했다. 남자 수영복은 배꼽 부위를 넘거나 무릎 아래로 내려가선 안 되고 여자 수영복은 목을 덮거나, 어깨선을 넘어가거나 무릎 아래로 내려가선 안 된다. 또 수영복을 몸에 꽉 끼게 하는 지퍼 사용도 금지시켰다.
FINA의 규정 개정으로 수영복을 만드는 업계는 혼돈에 빠졌지만 현재까지도 기술 경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수영복 제조사인 아레나의 경우 디자인팀이 금지된 폴리우레탄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골몰하던 중 '탄소섬유'에 주목했다.
디자인팀은 탄소섬유를 수영복에 섞으면 직물의 늘어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FINA의 규정에 맞는 합법적인 소재로 만든 '압착형 수영복'을 다시 출시했다.
수영복 제조 분야에서 아레나보다 두 배 가까운 긴 역사를 자랑하는 경쟁사 '스피도'도 이에 맞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영복을 디자인하는 데 매달렸다.
스피도는 항공기 디자이너부터 나노소재 기술자 등 다양한 전문가를 모아 2012년 당시 새로운 FINA 규정에 맞춰 선수의 전신을 가리지 않고 압착 패널도 적게 사용한 'LZR 레이서2'와 새로 디자인된 수영 고글·모자를 융합한 수영복 세트를 내놓았다.
'LZR 레이서'는 복근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디자인을 적용해 물속에서 몸의 위치를 적절히 잡아준다. 그 결과 물리적·심리적으로 빠르다는 느낌을 주는 수영복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7월12일부터 열리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선수들의 수영복 착용은 지난 2009년 FINA가 정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기록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경영' 종목을 예를 들면 남자는 사각 수영복이 허리 위쪽으로 올라가선 안 되고, 밑으로는 무릎 이하로 덮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어깨선을 넘어서는 안 되고 무릎은 남자와 같이 무릎 밑으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이번 대회에서 각국의 유명 선수들은 자신의 체형에 최적화된 '맞춤형 수영복'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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