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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좌담]"블라인드 채용, 또 다른 부작용들 초래"

등록 2019.07.1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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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미래연구원, '블라인드 채용 논의' 주제로 좌담회

"학벌 중심 부작용 개선 위해 시행…잘못된 신호 보내"

"직무군 맞게 채용방식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해야"

【서울=뉴시스】박수선(가운데) 갈등해결&평화센터 소장이 지난 6월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날 강순희 경기대학교 교수와 장재윤 서강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블라인드 채용 논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서울=뉴시스】박수선(가운데) 갈등해결&평화센터 소장이 지난 6월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날 강순희 경기대학교 교수와 장재윤 서강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블라인드 채용 논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서울=뉴시스】 국회 미래연구원은 지난 6월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블라인드 채용 논의'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박수선 갈등해결&평화센터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강순희 경기대학교 교수와 장재윤 서강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약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

사회자 : 좌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두 분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옳은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합의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갈등조정(調停, mediation) 기법을 활용해 공동의 정책목표와 원칙을 설정하고 양측이 블라인드 채용에 대하여 미래 통합 그리고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전제로 향후 나아가야 할 점을 점검하도록 합니다.

최근에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공론화 시민참여의 형태로 숙의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문가 토론에 있어서도 이러한 퍼실리테이터의 방식을 적용하여 상호 존중하면서 실현 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도출했으면 합니다. 토론에 앞서 그동안 논의되었던 블라인드 채용의 정책적 방향과 의미를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강순희 : 블라인드 한다는 것은 차별적인 요소를 블라인드하여 선입견과 편견이 개입하지 않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뽑는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학력 중심으로 채용했으나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재 상황에서 학력을 기준으로 채용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기업에서는 대졸자를 뽑아도 상당 기간 많은 비용을 들여 재교육을 시켜야만 하며 편견요소 때문에 서류전형에서부터 탈락한 구직 청년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채용과정의 공정성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장재윤 : 현재 블라인드 채용은 대다수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게 강압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채용 방식이나 절차를 국가에서 강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습니다.

인사심리학자로서 지원자의 능력과 인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입장에서 현재의 방식은 그간의 축적된 연구결과들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직무능력을 보고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개선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의제1. 차별과 역차별의 문제

사회자 : 첫 번째 의제인 차별과 역차별의 문제로 넘어가서 논의해봅시다. 이번에는 장 교수님부터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재윤 : 출신지, 가족관계, 외모는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나 학력은 채용에 있어 그 사람에 중요하고 정직한 시그널입니다. 직무능력 중심으로 보고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물들을 다 가리고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블라인드 면접(깜깜이 면접)은 불공정을 없앤다고 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불공정을 초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로지 면접 상황에서 면접관의 이야기에 동조하거나 인상관리를 잘하는(faking) 사람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면접의 타당도 연구에서도 지원자의 허위응답을 잡아내는 것은 우연 수준에 그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강순희 : 오해를 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부분이 블라인드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입사 전형은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각 단계에서 편견요소는 블라인드하되 직무관련 스펙 등 요소는 오히려 더 밝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채용에서는 2003년부터 블라인드 채용과 유사하게 차별요소를 배제한 전형절차를 거치고 있기도 합니다.

보통 1차는 서류전형, 2차는 필기시험을 보고 통과한 사람에 한해서 면접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서류에서 차별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항목은 블라인드로 진행하지만 직무와 관련한 모든 역량에 대해서는 모두 적어내도록 포맷이 정해져 있습니다. 직무를 중심으로 서술을 하되 직무관련 교육훈련부분에서 이수한 교과목명과 점수(학점), 훈련을 받았다면 훈련 과정명과 훈련시수를 기록하게 되어있습니다.

면접에서는 채점의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므로 단순히 인상만 보고 뽑을 수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비용이 들고 귀찮지만 최근에는 면접기법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에 헌신적이고 좋은 태도와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뽑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블라인드 채용의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자 : 사실관계를 확인하자면 면접 중심이지만 다른 것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시고 형식적 스펙보다는 직무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며 면접에서도 직무가 주류가 되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강 교수님께서는 실제 시행해보니 초기에는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고, 장 교수님께서는 직무능력을 보고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시나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추가 논의가 있으시면 말씀 해주세요.

장재윤 : 취업을 희망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경력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자신에 대해 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점, 외국어 능력, 자격증 몇 개 정도인데 그것을 쓰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시그널을 숨기고 다소 생경하고 어색한 정보로 지원자를 선발하는 것은 도리어 역차별의 소지가 있습니다. 중요 정보는 가리고 짜루리 정보로 판단하는 꼴입니다.

면접기법도 신뢰할 수준은 아닙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면접을 시행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모의 면접이지만 잘 하면 스카웃이 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하라고 한 상황에서 면접을 진행하고 촬영도 했습니다. 면접 종료 후 피면접자들에게 촬영한 영상을 다시 보여주면서 허위진술(faking)을 한 부분을 솔직히 체크하도록 하니 평균 7~8개 정도 나왔습니다.

이후 경력 10년이 넘는 HR 전문가들에게 촬영한 면접 영상을 보여주면서 피면접자가 허위진술을 하는 부분을 찾아보라고 했을 때 우연 수준이상으로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즉 경험 많은 면접 전문가들조차도 면접에서 인상관리하면서 허위진술을 하는 것을 걸러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퓨어리스트(purist)보다는 면접학원을 통해서 연습하고 언변이 뛰어난, 자기 포장을 잘하는 소위 말하는 '플레이어'(player)가 선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합니다. 이제까지의 오랜 기간의 노력은 무시하고 '면접만 잘하면 된다'는 신호를 노동시장에 보내는 꼴입니다.

강순희 : 좀 더 보자면 올바른 스펙인데 예를 들면 직무와 관련한 인턴 등 경험과 자격증은 권장하고 있으며 면접 이전에 서류전형과 필기전형 등 선발과정들이 있으니 적절한 스펙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아니며 면접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 편견요소를 제외한 NCS 기반 평가를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벌이 좋은 학생들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차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사회자 : 정리하자면 면접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지만 검증 과정은 서류부터 필기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하게 되어 있고 면접은 앞에서부터 걸러진 사람이 온다고 봐야겠네요. 지금까지 어떤 차별이나 아니냐의 가치문제를 논의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차별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어서 연결된 다음 의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의제2. 평가기준의 문제

사회자 : 결국 앞서 논의한 의제에서 이어지는 문제가 되겠네요.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채용을 진행해야 공정하고 차별이 없는지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인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지, 블라인드 채용의 평가 기준 문제에 대해서 이어서 논의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강 교수님부터 말씀해주시겠습니다.

강순희 : 인재를 채용함에 있어서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채용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여는 것이기에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만능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공공기관, 기업에서는 인재채용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블라인드 채용을 하게 되면서 예전에 고민하지 않았던 '인재채용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정부부터 NCS기반 능력중심 채용을 시행해왔는데 처음에는 직무내용보다는 NCS 직업기초능력의 일부인 대인관계, 사회성 등 기존의 인·적성평가 중심의 채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고 또한 채용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여 왔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은 능력중심 채용을 강화하기 위하여 평가기준으로서 직업기초능력은 물론 직무내용까지도 NCS기반으로 평가하도록 하여 직무능력중심으로 채용에 공정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장재윤 : 학점을 배제하고 표정과 언변으로 평가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명확한 평가 기준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의 경우 선발된 사람도 본인이 왜 선발되었는지 모르고 탈락한 사람도 본인이 어떤 이유로 탈락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인재를 채용하는 공공기업 혹은 기업의 입장에서 정보를 많이 가져야 공정하고 정확하게 뽑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강순희 : 정보를 많이 가져야 공정하게 채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요즘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교육을 이수하기 때문에 학력을 기준으로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도 예전처럼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학력이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대기업(삼성, 현대기아차, 롯데 등)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제도가 나오기 이전부터 학력을 대체할 SSAT 등의 시험을 개발하여 시행해왔습니다.

장재윤 : 삼성의 SSAT 개발에 전문가로 참여해왔습니다만,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 전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국내 대기업들의 다양한 인성 및 인지능력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이 학력이나 전공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하지 않습니다. SSAT라는 평가 도구가 있어도 직군별로 학력이나 능력을 보고 그들만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강순희 : 학력이나 학벌이 명확한 평가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는 어차피 채용을 해도 기업의 상황이나 직무에 따라 채용한 인력을 상당한 기간 재교육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력이나 학벌이 그 사람의 직무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인력이 과잉 공급되어 있고 재교육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직무중심으로 인재를 평가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더 효율적인 평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장재윤 : 예전에는 채용한 후 기업에서 추가로 교육을 시키면서 육성했지만 현재는 사회가 변해서 채용 후 바로 바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학교육이 산업 교육 중심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대학 고유의 기능(학문의 장)이 있습니다. 기업이나 채용 위주의 교육으로 바뀐다면 대학은 모든 과를 경영학과나 공대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수행, 즉 학력은 그 사람의 성실성이나 업무 수행을 위한 잠재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자 :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들어보니 평가기준으로 학력과 지역을 아는 것이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인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학력기준만 고려하면 선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직무역량 중심으로 고려하면 탈락할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직무역량은 뛰어나지만 학력기준을 적용하면 탈락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육의 방향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렇다면 블라인드 채용의 평가 기준은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장재윤 : 미국의 경우 다인종 국가로서 1964년에 제정된 민권법에서 이러한 내용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고용에 있어서 차별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차별금지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는 다소 의미가 다릅니다.

그들의 차별 금지는 단순히 학력을 멀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채용 과정에서 공정한 룰을 적용하였는지를 철저히 판단하는데 핵심은 채용 과정에서 기술, 능력, 지식, 학력 수준 등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이나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출신지나 외모(유색인종), 가족관계는 직무 상 관련성이 없기에 당연히 배제됩니다.

무엇보다 직무분석을 철저히 하여 필요로 하는 KSA를 추출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선발하는 지가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민권법에 저촉되는(차별금지를 어긴) 채용을 한 것으로 소송을 당하지 않기 위해 회사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철저한 직무분석에 기반한 채용을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학력은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로서 높은 지적능력이 요구되는 직무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시그널들을 무시하고 선발을 할 바에는 차라리 할당제가 더 나은 방안일 수 있겠습니다.

강순희 : 말씀하신 부분은 아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적용할 때 있어서 모든 영역에 일괄 적용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직무에서 요구하는 경우 연구 분야나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경우까지 학력을 가린 채 블라인드 채용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직군을 나누어 별도로 적용해야 하는데 정책 시행을 하고 이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공공기관들이 일괄적으로 적용해버리는 점이 없지 않습니다.

정부의 기준은 불가피하게 학력이 직무능력의 필수요소인 직군, 예를 들면 연구직과 같은 경우에는 이를 보도록 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이 적용할 때 애매한 경우는 감사 지적 등을 의식해서 일괄 적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결국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논문 등을 보기 때문에 학력을 포함하여 중요한 평가 정보를 빼뜨리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자 : 정리하자면 원래 블라인드 채용에 있어 학벌은 무조건 보지마라 하는 건 아니네요. 적용상의 문제라면 행정적인 시스템이 더 정교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거나 직군에 따라 좀 더 세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겠네요.

경우에 따라서는 학력이 중요한 채용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고 일괄 적용하는 것은 정확한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두 분 모두 평가기준에 학력이 아주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직군에 따라 세부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셨네요.

◇의제3. 인재선발의 자율성 침해문제

사회자 : 다음으로 인재선발의 자율성 침해문제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장교수님께서 먼저 말씀해주시지요.

장재윤 : 죄송한 말씀이지만 인사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블라인드 채용은 다소 정치적 구호라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비합리적인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은 다소 구시대적이고 아마추어적 방법입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인재선발의 자율권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국가가 강제하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강순희 : 블라인드 채용이 국가에서 강제하고 있는 사항은 아닙니다. 민간기업에게는 권고사항이라고 할까요, 의무적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현재도 이 제도는 계속 발전 중에 있고 기업이 필요하다고 하면 블라인드 채용의 방법과 내용을 참고하여 도입할 수 있는 겁니다.

장재윤 : 말로는 강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긴다고는 하지만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되어 있고 기업은 권고사항이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정권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어떻게든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억지로 맞춰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권고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의무사항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죠(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으면 돌아올 불이익에 대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순희 : 기업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장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아직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도적으로 발전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구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지켜봐야 합니다.

이 제도가 작동하는 것에 문제가 있음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인재채용의 자율권을 침해할 의도는 없으며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좀 전 논의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직군에 따라서 달리 적용할 수 있다던가 하는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경우들이 생기기 때문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지 블라인드 채용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재윤 : 블라인드 채용이 그간의 불공정한 관행들을 혁신하는 데 기여하기를 저 역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 시행되어 과정에서 의도한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현재의 방식이 학벌 중심이라는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지만 이것이 또 다른 부작용들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먼저 앞서 말씀드린 노동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본질에 충실하지 않고 단순히 면접 준비나 기타 주변적인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제성도 문제입니다. 취지는 좋으나 어떤 정책이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는 타당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이 이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정부가 기업의 채용방식에 까지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순희 : 그 점에 대해서는 동감입니다.

사회자 : 인재 채용의 자율성 부분에 있어서는 두 분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부분 공감을 해주셨네요.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 두 분 다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적용을 함에 있어 작동기제에 문제가 있었고 좀 더 제도적인 수정 보완이 있어야 하고 가이드라인을 유연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점이네요.

처음 취지와 의도에 맞지 않게 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 분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 각자 의견을 개진해주시고 혹시 추가로 알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강순희 : 블라인드 채용의 방향과 취지에 대해서는 장교수님과 공감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도의 작동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직무중심의 채용은 좀 강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도를 공공부문은 강제하고 있으나 직무능력을 평가함에 있어 학력 역시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공감합니다.

모든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까지 당연하게 이러한 방식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공기업의 경우에도 직무군에 맞게 채용방식을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찬성합니다.

실제 지침 자체에서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닌데 시행하는 과정에서 적용할 때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취지에 공감하고 있으니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흡한 부분을 함께 개선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관계기관과 논의하여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친절한 매뉴얼을 구성하고 부족한 점을 메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여러 가지 점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공감대를 찾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장재윤 : 이제까지 대척점에 있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오늘 여러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무리로 저의 지향점은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함에 있어서 진짜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금까지 적용되었던 부분을 짚어보면 부작용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인재를 뽑는 과정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며 투자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라인드 채용을 왜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맞춰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국의 민권법 시행 이후 관련된 위원회가 많이 생겼고 고용 관련하여서도 EEOC라는 위원회 중심으로 차별 또는 불공정한 고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의 원래 취지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결국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고 봅니다.

사회자 : 두 분이 각자의 입장과 더 알아야 하는 점을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좌담회를 진행하기 전에 관련된 의제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공부를 했습니다만,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두 분이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상당 부분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정리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좌담회에 참여하여 주시고 상호 존중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강순희·장재윤 :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회자 : 이상으로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한 미래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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