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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정월 초하루 '망궐례'…북경 자금성은 '비정상회담'

등록 2020.01.08 13: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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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근하신년, 이웃나라' 주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월호 발행

만국래조도 (사진=북경고궁박물원 소장)

만국래조도 (사진=북경고궁박물원 소장)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이 '근하신년, 이웃나라'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월호를 발행했다.

8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호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조선시대 외교사절단 활동과 각국의 교류양상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조선왕조실록' 정월 초하루 기록에는 임금이 궐내에서 여러 신하들을 거느리고 신년을 축하했다.

조선국왕은 중국황제의 신년을, 올량합과 왜인들은 조선국왕의 신년을 축하했다고 기록한다.

태조 대부터 조선의 국왕은 이 망궐례(望闕禮)를 해마다 행했는데 태종 2년의 기록은 왜와 올량합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월 초하루 북경 자금성에서도 중국황제에게 이웃나라의 국왕과 신하, 사신들이 신년을 축하했다.

이 자리는 중국, 조선, 올량합, 왜 등이 만나 서로의 관계와 질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중국사행단 중 가장 막중한 역할을 했던 이들이 바로 신년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된 사신들이었다.

이는 조선 뿐만 아니라 이웃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정월 초하루 자금성은 여러 나라 사신들로 북적였다.


◇조선 선비 이기헌, 북경에서 태국 사신들 만나

정용연 작가는 '이달의 일기'에서 조선 후기 이기헌(李基憲)이 쓴 '연행일기계본(燕行日記啓本)'이라는 사행일기를 재구성한 내용을 소개했다.

사행일기에는 1801년(순조 1년) 서장관으로 간 이기헌이 자금성에 갔다가 태국 사신들을 만난 일화가 기록돼 있다.

태국 사신들 (그림=정용연)

태국 사신들 (그림=정용연)

황제에게 인사하기 위해 명나라 관료들과 외국 사신들이 모두 나와 기다리던 참이었다.

기다림 끝에 실제 황제의 용안을 보지는 못했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황제의 의장물은 매우 간단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의 사신들과 태국의 사신들의 만남도 이뤄졌는데 태국 사신들의 성명이 몹시 길다고 했다.

'정공사(正貢使)의 이름은 비아소골립순가가팔라소돌(呸雅騷滑粒巡叚呵叭喇昭突), 삼공사(三貢使)는 랑발차나비문비돌(廊勃車哪鼻們卑突), 사공사(四貢使)는 곤제필고차(坤第匹哌遮)'라고 했다.

이기헌은 태국 사신들에 대해 "비록 고대의 예법에 맞는 복식은 아니었지만 저들 나름의 조복(朝服)을 갖춰 입은 것을 보니 그들의 문화 역시 마냥 오랑캐의 것으로 치부할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기록했다.


◇필담으로 관계 시작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글로 쓰면 되지 않겠소"

조창록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수석연구원은 '필담으로 하는 조선판 비정상회담'이라는 글에서 한자를 중심으로 한 필담으로 이뤄진 교류를 소개한다.

필담을 나눴던 홍대용과 엄성은 '천애지기(하늘 끝에서 자기를 알아주는 벗)', 박규수와 심병성은 '진정한 벗'이 됐다고 했다.

한필교와 박지원은 사행에서의 교류를 통해 당시의 현실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조경란 편집장(세종대왕기념사업회 편수부장)은 "이웃나라, 이웃나라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북경에 가서 경험했을 법한 조선판 '비정상회담'을 상상하며 현대 사회와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창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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