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미래생각]'일하는 사람'의 노동, 노동법적 보호의 현실은?

등록 2020.02.07 13: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김경원 기자 =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실직과 은퇴에 대비한 일자리 안전망 강화를 위하여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예술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하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고용노동부 산하의 고용보험위원회에서는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예술인과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방안을 논의하였고 2018년 7월에 개선방안을 개진하였다.

이를 반영하는 법률 개정안은 의원 입법의 형태로 발의되었는데 2018년 11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그것이다.

이 개정 법률안의 취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은 실업의 위험에 노출되어 사회·경제적 보호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실업 상태에 있는 경우 생활 안정을 기하고 조기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을 적용함으로써 이들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개정 법률안에서 상당히 의아한 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개정 법률안 제2조 제3호에는 명확히 "예술인이란 '예술인복지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예술인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하는 점과 대비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상당하는 용어는 개정 법률안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발견된다. 이 조항은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를 정하고 있는 조항인데 여기에서는 네 유형의 인적 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첫 번째 유형은 근로자, 즉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근로자, 즉 직업의 종류와 관계 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이다.

두 번째 유형은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 유형은 근로자가 아닌 예술인 중 문화예술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문화예술용역을 목적으로 한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근로자를 사용하지 않는 사업의 사업주 또는 사용하는 근로자의 규모, 사업개시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갖춘 사업의 사업주 중 고용노동부령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원하는 사람, 즉 자영업자이다.

이렇게 보면,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이 개정 법률안의 제안 이유에서 언급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바로 두 번째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정 법률안의 제안 이유에서 버젓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왜 정작 법문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는 이미 2007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에 의해서 도입된 법적 개념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제1항에서는 특수고용형태종사자를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이하 이 조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한다)"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첫째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고 둘째는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 정의와 위의 개정 법률안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 정의를 비교해 보면 매우 유사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종속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형태종사자도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 즉 보수를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형태종사자는 경제적으로 어떤 하나의 사업에 경제적으로 의존하여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높은 수준의 경제적 의존관계, 즉 경제적 종속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주로 하나의 사업'과 '상시적으로'이라고 하는 전속성이라는 조건을 부가한 것이다.

이러한 존속성으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형태종사자에 대해서 보험 관계에 관한 각종 신고를 하고 보험료를 부담·납부하는 책임을 지게 되는 사업주는 복수로 존재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 개정 법률안에서는 전속적인 경제적인 의존관계를 묻지 않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관한 각종 책임을 사업주는 복수로 존재할 수도 있게 된다.

만약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2019년 1월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용어라는 점을 고려하여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되는 '일하는 사람'의 유형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게 될 것이다.

첫째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둘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형태종사자, 셋째 전속성이 없는 특수고용형태종사자이다. 이러한 순서대로 이들 일하는 사람이 받게 되는 노동보호의 범위가 좁아질 것이다.

물론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의 일하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노동보호의 범위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 비하여 매우 미미한 수준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특수근로형태종사자에게 일정 부분 적용된 것처럼 향후 보호 필요성이 부각되면 그 범위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 범위가 확대될 때까지는 현재로서는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일하는 사람들은 헌법 제33조의 노동3권 보장이 그나마 자신의 노동 조건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급증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는 이 세 유형의 어디에 해당할까? 이에 대한 답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을 지휘 감독하는 관계에 있다고 한다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을 지휘 감독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전속성의 정도에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산업안전보건법, 고용보험법에 따른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도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전속성이 없는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3권의 보장 이외에는 노동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일하는 사람'의 노동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의 현실이다. 물론 모든 일하는 사람을 일률적으로 노동법적 보호의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여 생활하는 사람'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는 고용보험의 적용 정도는 넘어서는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보호법의 모든 규정을 다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람의 노동을 보호하기 위해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법률이나 조항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