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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엄청난 열정'? 때론 실패 부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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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13 06:30:00
32살에 중국어 학원 개업하며 사업 시작
온라인강의-출판 등 무리한 투자가 사업에 부담 줘
"엄청난 열정이 오히려 실패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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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심희연 아이런 차이니즈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생각을 뒤집었어야 했다는데 그대로 유지를 했다"며 "직원을 줄이거나 내가 더 강의를 뛰었어야 했다"고 돌아봤다. (제공=심쿵컴퍼니)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너무 구색을 다 갖춰야한다고 생각했다. 수익이 충분히 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무리한 투자를 이어간게 화근이었다."

심희연(39)  아이런 차이니즈 대표는 2012년 32살에 경기 동탄에 중국어 어학원을 차렸다. 22살부터 종로 소재 대규모 어학원에서 8년을 일한 경험을 살렸다.

이 때심 대표는 '구색'을 다 갖춰야한다고 생각했다. 32평 규모 사무실에 강의실 5개를 꾸몄다. 당시 '인강' 붐이 일던 때라 스튜디오를 만들어 인터넷강의도 직접 만들었다. 매월 중국어 어학 관련 교재를 출판하기도 했다. 강사 6명을 뒀고, 행정업무를 보는 직원도 5명이나 채용했다.

동탄에서 꽤 입 소문을 탄 학원사업은 하루 150명의 수강생을 넘어섰다. 월 2200만원에서 2500만원의 매출이 나왔다. 학원이 잘 되는것 같아 더 많은 투자를 했다. 문제는 30~40% 이상은 수익이 남아야 하는데 매월 출판비용을 대고, 서버비를 내고 강사와 직원 급여를 주면 남는게 없었다. 그렇게 약 1년 동안 학원들 유지했다. 수익이 나지 않은채 재투자를 이어갔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학원이 휘청했다. 하필이면 동탄이 메르스 발병의 진원지 중 하나였다. 학원 수강생은 3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후 8개월 동안 수강생 숫자는 30~40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때 심 대표는 학원을 유지한 상태에서 스타트업 창업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강좌를 들으며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학원은 애초부터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해당이 안되는 걸 몰랐다. 정부는 학원업에 스타트업 창업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사교육 조장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자신의 실패 원인에 대해 이도저도 아닌 투자, 무리한 확장을 꼽았다. 돌아보니 엄청난 열정을 갖고 일에 매진했던 것인데, 이게 오히려 독이 됐다. 한가지에 집중하지 못했고, 수익이 충분히 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무리한 투자를 이어갔다. 특히 책 한종을 낼 때마다 2000만원이 들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총 5종까지 책을 냈다. 1억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때 출판한 책은 아직까지 재고가 4000만원어치가 남아있다.  그나마 몇년 전 7000만원 어치 재고가 쌓인 상태와 비교하면 나아진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강의 촬영용 카메라 한대가 200만원, 전자칠판은 1000만원을 들였다. 홈페이지 관리에는 매월 120만원이 인건비로 들어갔다. 

심 대표는 "생각을 뒤집었어야 했는데 그대로 유지를 했다"며 "직원을 줄이거나 내가 더 강의를 뛰었어야 했다"고 돌아봤다. 심 대표는 "창업을 하는게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스타트업을 해보라는 주변의 권유로 스타트업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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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심희연 아이런 차이니즈 대표가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다.(제공=심쿵컴퍼니)
결국 심 대표는 36살이 되던 해에 학원을 폐업했다. 학원을 폐업하기 직전에는 하루 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오전  7시부터 저녁 12시까지 일을 했다. 이 생활을 1년동안 이어갔다. 학원을 폐업하면서 큰 빚을 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투자 대부분을 벌어서 넣은 것이라,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받은 2000만원이 빚의 전부였다. 사업이 망해 수억, 수십억의 빚을 지는 다른 사례보다 양호했다.

심 대표는 "시간을 무식하게 썻다. (내 시간을) 어디에 쏟아야할지 몰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현재 심 대표는 교육 컨텐츠의 영상을 제작하는 사업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사명은 '아이런 차이니즈'로 정했다. 현재까지 동영상 강의, 화상 중국어 강의. 중국어도서 등 모든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유통하고 있다. 지금 2만명까지 구독자가 늘어 나름 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달라진 점은 '속도조절'이다. 버는 돈이 없는 상황이라 사업에 대해 속도 조절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사업이 본격 시작한 단계는 아니다는게 심 대표 판단이다. 현재는 유튜브를 통한 수익이 조금 나는 정도지만, 적당한 시기가 되면  컨텐츠를 유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초보창업자에게 조언해줄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심 대표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게 있더라"고 입을 열었다. 심 대표는 "시류, 욕심, 엄청난 열정이 오히려 실패를 가져올 수 있더라.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에 다른 조언은 없냐고 다시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심 대표는 "돈은 내 돈이든 남의 돈이든 함부로 쓰면 안 된다"며 웃었다. 정부지원금 이야기였다. 심 대표는 교육컨텐츠 사업을 하면서 스타트업 정부지원금 4800만원을 처음 받아봤는데, 이걸 받고 지원이 끊어질 때 쯤 조바심이 났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정부 지원금이 끊어지거나 바닥나는 그 순간에 다시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서류내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제는 그걸 하다보면 2~3년이 훅 간다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면 내가 하는 사업이 중심이 돼야하는데 정부지원금을 받기위한 사업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정부의 지원금이 나의 매출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소 의외였지만 정부지원금을 '매출'로 착각하는 창업자들도 상당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실패를 듣다'=성공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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