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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푸드]담양국수 먹으러 가면…"눈과 입이 한꺼번에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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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21 05:01:00
국수 한그릇 5000원, 약계란에 막걸리 한잔 걸치면 '만원의 행복'
멸치국물 국수의 깊은 맛, 칼칼하고 매콤한 열무비빔국수 인기
중면 사용해 구수하고 중독성 강한 식감…육전 더하면 '특별식'
10분 거리 죽녹원, 관방제, 메타세쿼이아길, 이색카페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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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시스] 송창헌 기자=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을 넣어 육수를 우려낸 뒤 다진 양념을 얹고 국수를 말아먹는 멸치국수(잔치국수). 담양국수의 대표 메뉴다. (사진=담양군 제공) 2020.02.20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산에서 쌀이 나오고 돌이 국수로 변한다면 배고픈 백성들이 식량걱정을 하지 않도록 될 것이요."

조선 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장유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1643년에 간행된 시문집 '계곡집(谿谷集)'의 일부다. 국수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대표적인 요깃거리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내로라 하는 국내 대표 국수만도 강원도 춘천 막국수, 고성 백촌막국수, 철원막국수에 경북 안동 누름국수, 포항 모리국수, 김해 물국수, 진주냉면에 부산밀면과 산청 어탕국수까지 전국에 즐비하다.

생선국수와 고기국수는 충북 옥천과 제주의 상징적인 먹거리다. 전라도 손맛이 깃든 담양국수도 '맛국수'하면 언제, 어디서든 빠지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담양국수는 가성비와 맛에서 단연 최고봉이다. 착한 가격에 식감도 일품이어서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남녀노소 찾는 이들이 끊이질 않고, 담양국수 마니아, 예찬론자까지 생겨날 정도다. 코로나19 여파로 요즘엔 평년보다는 한산하지만 그래도 "맛을 잊을 수 없어"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인근 대도시인 광주에 사는 유현성(40)씨는 "요즘은 코로나19로 뜸했지만 평소엔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찾아 국수의 깊은 맛도 음미하고 주변 산책도 즐겨왔다"며 "대도시 인근에서 부담없이 호사를 누리기에 딱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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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시스] 송창헌 기자=  칼칼하고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열무비빔국수. 멸치국수와 함께 담양국수의 대표 메뉴다. (사진=담양군 제공) 2020.02.20photo@newsis.com
담양국수는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을 넣어 육수를 우려낸 뒤 다진 양념을 얹고 국수를 말아먹는 멸치국수(잔치국수)와 칼칼하고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열무비빔국수를 일컫는다.

특히, 담양국수는 소면보다 굵은 중면을 사용해 그 맛이 더욱 구수하고 특유의 식감에 중독성 또한 강하다.

면은 탱글탱글하고 양념은 빨간 비주얼과는 달리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남도의 맛을 그대로 품었다"는 표현이 적격이다. 잘 익은 열무의 아삭아삭한 식감은 비빔국수의 매콤달콤함에 시원한 맛을 더해준다.

삶은 계란과 김가루, 여기에 콩나물까지 넣어먹으면 세상을 다 얻은 듯 금새 행복감에 젖어든다. 노오란 빛깔 추억의 양념단무지도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대를 이어 사랑받는, '머스트 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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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시스] 송창헌 기자=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을 넣어 육수를 우려낸 뒤 다진 양념을 얹고 국수를 말아먹는 멸치국수(잔치국수). 담양국수의 대표 메뉴다. (사진=담양군 제공) 2020.02.20 photo@newsis.com
담양국수 하면 또 하나 빼놓을 없는 것이 약계란. 죽향(竹鄕) 담양의 명물인 대나무에서 자란 댓잎과 멸치, 고사리 등을 커다란 솥에 넣어 삶을 달걀이다.

몸에 좋고, 음식궁합도 잘 맞아 보약이 따로 없다. 실과 바늘과도 같다. 고구마에 김치, 복어에 미나리, 선지와 우거지, 쇠고기와 깻잎 마냥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댓잎에 찐 계란도 특별한 향과 맛을 선사한다.

국수 만으로 부족할 땐 계란 한 두 개를 까서 소금에 찍어 먹거나 국물에 넣어 먹으면 근사한 일품요리,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식성 좋은 손님들을 위해 요즘엔 냉면에 고기 먹듯 국수에 담양식 숯불구이나 육전을 더해 판매하는 가게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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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시스] 송창헌 기자 = 담양국수의 조리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잘 반죽된 밀가루로 가지런히 국수면을 뽑아낸 다음 끓는 물에 국수면을 삶아낸다. 여기까기가 면작업. 그런 후,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으로 만든 육수에 국수를 넣고 끓이면 멸치국물국수가 완성된다. (사진=담양군 아카이빙 자료) 2020.02.20photo@newsis.com
담양국수의 조리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2, 3단계로 단순하다. 우선, 잘 반죽된 밀가루로 가지런히 국수면을 뽑아낸 다음 끓는 물에 국수면을 삶아낸다. 여기까기가 면 작업. 그런 후,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으로 만든 육수에 국수를 넣고 끓이면 멸치국물국수가 완성된다.

국수면에 담양특산물인 죽순을 비롯해 열무김치, 오이, 상추, 양배추, 고추장 양념장에 약간의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별미 중 별미인 열무비빔국수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수는 한 그릇에 4000원에서 5000원. 약계란이나 댓잎에 찐 계란 등을 3∼4개 주문하더라도 호주머니에는 큰  부담이 없다. 내친 김에 막걸리 한 잔 들이켜도 만원이 넘지 않는다. '만원의 행복'이랄까. '소확행'의 기쁨을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다.

'막둥이국수' 문선희 사장도 담양국수의 가장 큰 인기 비결로 '가성비'를 꼽는다. 국수거리 인근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이웃 향교리 출신 남편과 7년째 국숫집을 운영 중이다. 담양국수의 장수 비결을 묻자 주저없이 "어릴 적 그맛 그대로, 한결같은 맛"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뒤 "신선한 재료에 정성과 손맛이 더해졌기 때문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가성비 만큼이나 담양국수는 몸에도 좋다. 국수의 주재료인 밀은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피로물질을 분해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고, 전신 무기력이나 다발성 신경염을 예방하는 비타민 B1를 비롯, 복합 탄수화물인 섬유소(셀룰로오스), 단백질 등이 풍부하다.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피부미용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소맥(小麥)이라고도 불리는 밀은 기원전 7000년께 첫 재배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국내 재배역사는 기원전 1∼2세기쯤 평남 대동군 미림리 유적에서 밀알이 출토된 점으로 미뤄 그쯤에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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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시스] 송창헌 기자 = 국수에 관한 국내 문헌들. (사진=담양군 아카이빙 자료) 2020.02.20photo@newsis.com
국수는 중국 황하강 유역 라자지방에서 4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국수가 발견된 이후 중국와의 무역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자연스레 들어왔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조선후기 문신 이의현은 청나라를 다녀온 후 1720년에 작성한 견문록을 통해 "(중국에는) 이른바 분탕(粉湯)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물국수로서 간장 물에 계란을 넣은 것으로, 역시 열과탕과 같은 종류인데 조금 담백해서 기름기가 그다지 많지 않다. 모든 음식은 젓가락을 쓰되, 숟가락은 쓰지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담양에서는 죽세공품이 거래되던 과거 전통시장에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요깃거리로 인기를 끌었다. 죽물(竹物)시장이 한창 번성했던 1970∼1980년대에는 죽세공품 5일장이 서기도 했다.

전라도는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와 채반을 비롯해 소반과 석작, 말석, 참빗, 소쿠리, 대나무발, 세대삿갓(대나무로 만든 삿갓)까지 담양의 다양한 죽세공품들을 사기 위해 모여 들었고, 먹고 사는 것이 넉넉히 않았던 시절, 저렴하고 맛있는 국수는 상인들과 서민들에게 더 없는 먹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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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국수의 거리. 지난해 모습으로 코로나19 이후에는 인적이 줄었다. (사진=뉴시스DB)
죽물시장은 세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졌고, 추억의 시장터엔 이제 국수거리가 들어섰다. 담양천을 따라 50m 남짓한 국수거리에는 국숫집 10여 곳이 늘어서 있다.

진우네집국수, 옛날진미국수, 관방천국수, 우리네국수, 막둥이국수, 뚝방국수까지.

모두가 알아주는 '맛집'으로 지상파 방송 유명 프로그램에서 한 두 번씩은 소개될 정도로 담양의 명물이자 먹거리 명소로 자리잡았다. 실외 평상은 국수거리의 또 다른 이색 풍경을 연출하곤 한다.

평상에 오손도손 앉아 어릴 적 시골할머니집에서 식사 한 끼 하던 추억을 되살리고, 관방제와 풍치림을 따라 유유자적 흐르는 관방천을 바로보며 도시 탈출의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다.

개천 너머로 31만㎡의 울창한 대나무숲과 정자문화를 자랑하는 '죽녹원'이 있고, 도로 너머로는 2㎞에 걸쳐 풍치림이 빼곡히 들어선 천연기념물 '관방제림'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시사철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들이었다. 인증샷 명소로도 모두들 유명하다. 반려동물이 있다면 함께 산책하기에도 딱 좋다. 볼거리를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국수거리는 먹을거리 고민까지 덜어준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대나무박물관과 송강정, 식영정에 조선시대 민간정원 중 최고로 손꼽히는 소쇄원, '작은 유럽' 메타프로방스까지 이런저런 남도의 볼거리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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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시스] 송창헌 기자= 죽녹원과 관방제림, 담양 국수거리를 끼고 유유자적 흐르는 관방천. 국수거리의 또다른 볼거리다. (사진=뉴시스DB) 2020.02.20photo@newsis.com
담양군청 공무원은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가볍게 한끼 해결한 뒤 근처 죽녹원이나 관방제림을 산책하면 힐링도 되고 속도 든든해 종종 애용해왔다"며 "요즘엔 사회적 거리두기로 찾기가 쉽지 않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꼭 다시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수거리 한 상인은 "국수거리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한 갤러리 카페는 물론이고 아기자기한 상점들, 관광 명소들이 모여 있어 볼거리, 먹을거리를 함께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며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돼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귀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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