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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매출은 괜찮았는데....'과투자'가 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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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26 06:00:00  |  수정 2020-03-26 09:31:58
자판기 운영업-유학컨설팅으로 사업 시작
위성안테나 사업에 진출, "잘 모르는 기술사업에 도전"
개발에만 10억원 이상 투자, 과투자가 부담돼 결국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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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덕규 스마트셋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전혀 모르는 사업에 뛰어들어 과투자한게 폐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제공=스마트셋)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어려서 자판기사업, 유학컨설팅으로 돈을 많이 벌었고 사업의 시작과 정점, 끝을 모두 경험했다. 그 뒤에 내가 전혀 모르는 사업에 뛰어들어 과투자한게 폐업으로 이어졌다."

김덕규(52) 스마트셋 대표는 26살이었던 1994년부터 자동판매기 운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기아자동차 공장에 음료 자동판매기를 운영하는 사업이었다. 하루에 커피가 1만4000잔이 팔릴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IMF 경제위기가 닥치고 기아차가 부도가 나면서 자판기 매출의 90%가 급감했고, 서둘러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는 "돈을 꽤 벌었는데, 너무 어린나이에 돈을 벌다보니 무서운게 없었다"고 돌아봤다.

두번째 사업은 유학컨설팅에 손을 댔다. 중국의 자비유학 개방에 맞춰 중국 유학생들을 뉴질랜드 대학교에 소개해주는 일이다.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1500명에 대해 자비유학을 개방한 뒤, 하루만에 유학생 모집이 마감됐다. 일주일 뒤에 다시 1500명을 모집했다.

김 대표는 아예 베이징에 유학원을 차려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1년에 1000명 정도의 유학생을 뉴질랜드 유학으로 안내했다. 2년 정도 이렇게 사업을 벌이자 뉴질랜드에 중국유학생이 더 갈만한 학교가 없을 정도가 됐다.

이 때 김 대표는 재학생수가 16명 정도인 대학교를 인수해 아예 교육 사업을 벌였다. 대박을 쳤다. 인수한 학교는 재학생 수가 2000명으로 불어났고 캠퍼스 숫자도 5개까지 늘어났다. 물론 대부분이 중국 유학생들이었고, 김 대표가 컨설팅한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2003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감염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왔다. 사업은 곤두박질 쳤다. 뉴질랜드 당국이 중국 유학생의 입국을 막아버렸다. 신규 유학생 조달이 불가능해 졌다. 학교를 운영하는데 인건비만  한달에 7억원 이상이 나가는 상황이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학교 문을 닫았다. 곧 바로 청산절차를 밟은 김 대표는 2003년 말께 운영하던 학교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의 창업의 정점과 끝을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며 "회사를 하다보면 측근도 생기고 도와준 사람들도 생기지만 결국은 비즈니스 관계에서 끝난다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사업의 시작과 정점, 그리고 끝을 모두 경험해봤다는 자신감으로 김 대표는 제조업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휴대용 위성안테나 제조·판매 사업이었다. 위성 안테나를 택배로 보내면 가정에서 전기만 꼽으면 작동이 되는 누구나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을 고안했다. 호주 모 기업이 연간 5만대를 구매하겠다는 말을 믿고 2008년까지 개발에 매달렸다. 하지만 비싼 단가를 이유로 수출은 거절당했다. 이후 가정용을 캠핑카용으로 전환해 독일 기업에 10억원 어치 정도를 판매했지만 2010년께 유럽금융위기가 오면서 거래가 끊어졌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내가 전혀 모르는 사업에 뛰어든게 실수였다"며 "제품자체와 기술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이해가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기술에 대해 잘 모르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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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덕규 스마트셋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전혀 모르는 사업에 뛰어들어 과투자한게 폐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제조업의 가장 큰 산은 금형(금속틀)이라고 한다. 기술을 개발해도 원하는 제품을 '제작'하는 것은 금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에 1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는데, 금형제작에도 5억원이상이 들어갔다.

게다가 일부 제조업체들은 도급생산을 하려고 하면, 아예 아이템을 가져가려고 했다. 금형을 보유한 제조업체가 제품을 생산해주는 대신 개발자의 아이템을 아예 가져가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개발자는 판매수익 일부를 받아가는 '영업직원'으로 전락한다. 김 대표는 "이런식으로 제조업체와 손을 잡아 시간과 돈을 날린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

진짜 문제는 과투자였다. 개발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시점이 너무 늦었버린 것이다. 뒤늦게 독일 기업에 일부 제품을 팔았지만 이미 투자한 돈을 메우기에도 벅찼다. 5~6년동안 6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애초에 빚을 내서 10억원 이상을 기술개발에 쏟아 붓다 보니 거래 업체들에 대금을 주기도 힘겨웠다. 김대표는 이 때에 대해 "돈을 벌어 앞에 것 막기에 급급했다'"고 표현했다.

결국 김 대표는 2014년 12월 사업을 청산했다. 당시 기술보증기금에 5억원의 빚이 남았다. 거래업체에 줘야할 돈을 못 준 것도 꽤 됐는데, 이 돈은 두고두고 갚아나갔다.

이후 김 대표는 2016년부터 휴대용, 차량거치용 위성안테나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진행형이다. 또 신규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힘든게 금형이라는 점에 착안해 유휴금형을 공유하는 플렛폼을 구상중이다. 쓰지 않는 금형 여러대를 확보한 뒤, 확보된 금형과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제작하려는 사람에게 대여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금형협동조합 등과 함께 구상중이며 올해 론칭이 목표다.

초보창업자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김 대표는 "창업은 살면서 한번만 잘 되면 된다. 여러번 잘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 한번의 기회를 살리려면 준비를 많이해야 한다"며 "이 사업에 활용할 자원, 내 능력, 정부지원. 전후방을 모두 살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업은 그 분야의 일을 10년은 해봐야 하는 것 같다"며 "사업이 한번 완성되는 사이클은 10년으로 봐야하는데, 준비를 많이해야 그 기간만큼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듣다'=성공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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