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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내 경험·추측에 의존했던 개발, 이용자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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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16 06:00:00  |  수정 2020-04-16 11:52:32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 2014년 창업
입사지원 입력기 개발해 사업화 나섰지만 실패
"구체적인 구상 없이 내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한게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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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영(37) 엔닷라이트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용자의 구체적인 피드백 없이 내 경험, 막연한 추측으로 상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제공=엔닷라이트)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사용자의 구체적인 피드백 없이 내 경험, 막연한 추측으로 상품을 개발했다. 사업성이나 수익에 대한 구상도 추상적이었다.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세부적인 지표와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고 가야했다."

박진영(37) 엔닷라이트 대표는 대학 시절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학교를 비교적 늦게 졸업했다. 2009년 삼성전자(개발부문)에 입사했다. 그 곳에서 박 대표는 스마트폰 개발팀에서 일을 배웠다. 3년 뒤엔 삼성을 퇴사해 다음으로 이직해 2년 동안 '유저 리서치'를 경험했다. 사용자의 반응 등을 듣고 이를 개발에 반영하는 업무였다.

입사까지 박 대표는 100곳 넘게 지원서를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회사가 요구하는 정보가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학교, 나이, 출신, 성적, 수상경력 등. 지원서 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과 다음에서 얻은 경험으로 박 대표는 2014년 창업을 결심했다. 입사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것을 사업화하기로 했다. 자동으로 입사 지원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정도 했으면 이제 내 사업을 해봐도 되겠다 싶었다"며 "당시에는 조금 자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6개월 정도면 충분했다. 익스플로어에 툴바를 설치하면 바로 입사지원을 할 때 각종 기본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출시했다. 이때가 2015년 12월이었다. 박 대표를 포함해 개발자 3명으로 창업을 했다. 이후에 디자인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3명을 늘려 총 6명까지 직원을 늘렸다.

그러나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거의 받지 않았던게 가장 문제였다. 박 대표가 아는 주변 후배 몇 명에게 물어보는 정도에 그쳤다. 취준생들이 이 서비스를 실제 이용할지 말지에 대한 시장조사나 연구는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표 스스로의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내가 대표사용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내가 그랬으니 사람들도 그렇겠지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당시 사업에는 기획자가 없었고, 개발자만 있었다"며 "그래서 '너희들도 취업해봤잖아'라는 식의 개인의 경험에 따른 추측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몇 가지 패착이 이어졌다. 사용자들이 툴바 설치를 매우 꺼린다는 걸 알면서도 강행했다. 대부분 포털들도 툴바를 운영하다가 현재는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툴바를 설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강행했다. '그래도 이 프로그램이 편리하니 쓸 거야'라는 일종의 자기설득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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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영(37) 엔닷라이트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세부적인 지표와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제공=엔닷라이트)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냐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도 문제였다. 당초 박 대표는 자동 입사지원 서비스로 많은 취준생들의 데이터를 확보한 뒤 취업에 활용이 가능한 가이드나 첨삭을 해주는 방향으로 수익을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빅데이터'가 모였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취준생은 1만여명에 그쳤고, 그나마 재방문률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취준생이 실제 취업에 성공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전적으로 이용자의 '선의'에 기대야 박 대표가 원하는 '취업에 활용이 가능한 가이드'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몇 명 정도의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전략도 세우지 않았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금이라면 이 서비스를 이용했던 1만명 중 단 100명에게라도 이 서비스에 대한 장단점, 고쳐야할 점을 묻고 고민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약 1년 6개월을 버텼던 박 대표는 2017년 폐업을 결정했다. 인건비와 운영비 등 상당한 돈도 투입됐다. 결국 "더는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은 후였다. 이 사업으로 얻은 매출은 0원이었다.

현재 박 대표는 3D프린터 프로그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학교 및 메이커 스페이스 등에서 3D 모델링을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인 '엔닷캐드'를 개발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박 대표는 첫번째 사업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실수를 할 뻔했다. 개발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기능을 더 넣고 싶은 욕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이 너무 무거워졌고 자칫 사용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용자 250여명으로부터 하나하나 피드백을 받아 개발하는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실제 사용자의 의견을 바로 다음 패치에 반영하니 확실히 반응이 좋았다. 정식 출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고정 테스터만 250여명이 확보됐다. 현재 오픈베타를 거치고 있다. 기관에는 유료, 개인이용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정식 출시는 5월이다. 또 이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 인력, 비용을 엄청나게 구체적으로 산정했다. 팔 수 있는 거래처 등을 어디까지 세분화될 수 있을지, 마켓사이즈와 대상을 세분화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이 프로그램 이용 대상을 특정하고 있을 정도다. 이 전 사업에서 막연하게 취업 준비생이라고 대상을 생각했던 것과 달라진 점이다. 

초보창업자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박 대표는 "신중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세부적인 지표와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고 가라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실패를 듣다'=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담는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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