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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외국인 150명 막겠다는 정부의 '상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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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10 17: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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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을 막겠다며 외국인 입국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에 대해 사증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정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발병이 국제사회에 공식 보고된 지 100일 만의 결정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오는 13일부터 외국인이 사증(비자) 없이 입국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대상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나라들로,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했다.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나라에 대해 우리도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 빗장을 걸지 않은 국가에선 여전히 비자 없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 및 지역은 총 146개다. 이 중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온 국가는 90개국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90개국 출신 외국인은 비자 없이 한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언뜻 많은 숫자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한국에 입국하는 90개국 출신 방문객은 그에 못 미친다.

법무부가 집계한 8일 입국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입국자 1510명 중 65%가 장기체류 비자를 받아 입국한 외국인이다. 단기 방문자 35% 중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외국인은 약 100명. 400명가량은 비자 없이 입국한 외국인이다. 이 중 60% 이상인 250명가량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다. 결국 이번 조치로 줄일 수 있는 외국인 입국은 150명가량이다.

비자 심사도 강화해 불필요한 입국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비자 심사에서 진단서를 받아 코로나19 증상을 확인해 대상을 가리겠다지만, 무증상자의 경우 관광 등 단기 체류는 여전히 가능하다. 비자 심사 강화로 '불요불급'한 입국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100일간 지켜온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과 여론 목소리에도 정부는 '문을 잠그기보다 흐름을 통제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코로나19로 입국을 금지한 지역은 우한·후베이성이 유일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확산으로 각국에서 한국에 빗장을 걸 때도 정부는 대응하지 않았다.

개방주의를 지켜왔던 정부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150명 안팎의 입국자를 줄이겠다며 제한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을까. 대유행에 대한 우려였는지, 혹은 다음주 치러질 나라의 '큰 행사'를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조치는 아니었는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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