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부동산, 30대는 '마이 웨이'…식지 않는 매수 열기
서울 30대 집주인, 3월 2772건 최다…40대보다 15.4%↑
서울 아파트값 올라도, 내려도…30대 매수 행렬 '꾸준'
노원·구로·도봉 등 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수요 몰려
"집값 거품 가능성도 대비해야"…추격 매수시 주의 당부
정부의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 각종 규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경기 불확실성까지 덮치면서 시장의 관망세가 커졌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매수에 나서는 30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집값 회복은 더딘 데, 소득을 뛰어 넘는 과도한 대출로 원금 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대출 등으로 집을 소유했지만 빈곤한 계층)로 전락할 수 있어 추격 매수에 주의를 당부했다.
21일 한국감정원 '아파트 매매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신고일 기준(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지난 2월21일부터 30일 이내) 30대가 매입한 서울의 아파트는 2772건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많았다.
30대 집주인이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 9152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3%로, 40대 26.2%보다도 우위다. 거래량은 30대가 40대(2402건)보다 15.4% 더 많다.
이어 ▲50대 18.8%(1718건) ▲60대 12.7%(1161건) ▲70대 이상 5.2%(478건) ▲20대 이하 3.5%(324건) 순이다. 전년 같은 달(496건)과 비교하면 30대 집주인은 458.9%나 급증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노원구가 378건으로 가장 많고, 강서구(204건), 구로구(189건), 성북구(183건), 도봉구(163건) 등 순으로 나타나 정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수혜지역으로 평가 받은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송파구(105건), 강남구(53건), 서초구(49건) 등 강남3구 지역도 전체의 7.5%(207건)를 차지하고 있다.
자치구 내 전체 거래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구(41.9%), 성동구(41.2%), 강서구(39.7%), 마포구(36.6%), 성북구(35.1%) 등 순으로 높았다.
서울에서 30대 집주인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 3월 한 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올해 1분기(1~3월) 30대가 매입한 아파트는 910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421건) 대비 540.5%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30대가 주축으로 떠오른 배경은 청약제도의 30대 소외 현상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는 '서울 아파트 불패 신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상가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젊은 층의 주택 매수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30대 집주인의 주택 매수 성향은 아파트에 집중되는 경향이 높다.
지난 3월의 경우 30대가 서울에서 구입한 주택은 3806건 중 아파트는 72.8%(277건)로, 40대(54.9%), 50대(51.5%), 60대(48.0%)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감정원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3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은 0.67% 올라, 연립주택(0.35%) 등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30대의 주택 매수세를 저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행 청약제도를 '희망고문'이라고 생각하는 30대가 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로 자산 증식에 대한 욕망이 커지면서 30대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다만 "최근 30대의 아파트 매수세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나 최근 집값 하락 장세에 따른 거품 가능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용감하게 내지르는 경향이 크다"면서 "급격한 집값 하락에 대한 고민 없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하우스 푸어로 이어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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