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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후발업체 차리고보니, '판매관리비' 수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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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07 06:00:00  |  수정 2020-05-07 09:58:02
옥토이엔씨 윤경식 대표, 유아용품 창업에 '실패'
"1000원에 사서 2000원에 팔면 된다고 생각... 판매관리비 생각을 못했다"
현재 '봄봄매트'로 재도전 중..."19번째, 20번째 후발업체가 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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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토이엔씨 윤경식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새 회사를 차렸는데, 막연하게 열심히 하면 된다, 인터넷을 통해 팔아야지라고 생각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회사를 차렸다.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팔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사업이라는 게 1000원에 사서 2000원에 팔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판매관리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게 패인이었다."

옥토아이앤씨 윤경식(49) 대표는 매일유업에서 4년 간 근무하며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한 후 퇴사했다. 아는 선배가 유아용품 전문회사를 차리면서 윤 대표를 영입했다. 매일유업에서 기획을 맡았던 만큼 신상품 개발 쪽을 담당하는 직원으로 영입해 같이 일하자고 했다.

그러나 '아는 선배'를 따라 회사를 입사한 경우의 대부분은 끝이 좋지 않다고 했던가. 선배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윤 대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됐다.

이때가 2009년이다. 윤 대표는 상품기획 업무 경험을 살려 창업을 결심했다. 주요 아이템은 유아용품이었다. 서울 동대문 A타워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주력 판매통로는 온라인판매로 잡았다. 300여개 품목을 취급했다. 주 판매 품목은 아기용 젖병 등이다. 윤 대표는 이때에 대해 "막연하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한 시간 일하면 나는 두 시간하면 되겠다'는 식이었다. 세밀한 준비와 계산 없이 일을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막상 해보니 작은 회사는 달랐다. 윤 대표는 1000원에 물건을 사다 2000원에 팔면 1000원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판매비용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또 회사 규모가 작기 때문에 판매비용이 덜 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액수로 보면 확실히 큰 회사에 비하면 판매비용이 덜 드는게 맞지만, 회사의 '체급'에 비해 판매비용 비중은 결코 적지 않았다. 윤 대표와 경쟁하는 업체가 한 달에 5000만원을 판매비용으로 쏟아 붓는다고 가정하면, 윤 대표는 같은 돈을 쓸 수 없는 처지였다. 문제는 같은 돈은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비용을 투입해야 경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손익분기점에 대한 개념도 애초에 잘못 생각했다. 예를 들어 30% 마진을 생각했다면 100개의 물건을 사서 1개를 팔기 시작할 때부터 30%의 마진이 손에 들어오는게 아니었다. 70개의 물건을 팔 때까지 본전이고 그 이후 30개를 팔 때부터 이익이 생기는 구조였다. 게다가 판매기간이 늘어날수록 마진이 생기는 손익분기점은 70개가 아니라 80개, 90개가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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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토이엔씨 윤경식 대표는 2009년 유아용품 회사를 창업했다가 폐업했다. 위 사진은 윤 대표가 차린 유아용품 매장의 모습.
결국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바로 빚을 지기 시작했고, 빚은 2억원까지 늘어났다.

윤 대표는 2013년 폐업을 결정했다. 매달 매출 3억~4억원을 찍고 있었지만 갈수록 물건을 살 돈이 없어졌다. 현금유동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재고로 쌓여있던 물건이 1억원 어치였는데, 이 물건을 1000만원에 팔아 치웠다. 역시 이 재고를 현금화하기 위한 비용보다, 당장 1000만원에라도 넘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윤 대표는 "경쟁사가 매출 10억원을 올릴 때는 판공비 등을 써가면서 올린 것 이었다"며 "그 때 나는 내가 정점에 오르면 (경쟁사를)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번째 사업은 2017년 3월께 시작했다. 첫 번째 창업과 달랐던 점은 판매경로를 미리 만들어놓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모차를 수입하는 업자를 대상으로 유모차용 액세서리 계약을 미리 체결했다. 공급처를 미리 확보하고 보니, 마진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따로 비용이 들어갈 일이 거의 없었던 장점이 있었다. 첫 번째 사업에는 어떻게 했었냐고 묻자 윤 대표는 "그냥 인터넷에 팔겠다고 생각했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재창업 지원을 신청해 선정된 뒤, 이를 토대로 2017년 말 층간소음을 줄여주는 매트를 개발했다. 현재 회사의 히트상품이 된 '봄봄매트'였다. 이 매트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옥토아이앤씨는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넘기면서 성장했다.

윤 대표의 봄봄매트가 성공을 거둔 뒤로 비슷한 재품을 파는 20여개 업체가 새로 생나났을 정도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나는 지금 층간소음 매트에 대해 선도업체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 생긴 업체들, 19번째, 20번째 회사들은 판매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가 1000만원을 쓰면 거기도 1000만원을 써야 대등하게 경쟁이 될 텐데, 100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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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경식 옥토이엔씨 대표는 봄봄매트를 출시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초보 창업자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윤 대표는 곧바로 "19번째, 20번째 업체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사업에서 윤 대표는 19, 20번째 쯤에 자리한 업체였다. 그리고 실패했다.

윤 대표는 사업을 전쟁에 비유했다.

 "창업을 했는데 전쟁을 하러 가서 끝나는 경우가 있다. 멋있는 총을 만들고, 내가 명사수라고 치자. 그런데 총알이 30개인데 적이 100명이면 지는 것 아닌가. 내가 가진 것을 정확히 세고, 전쟁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전쟁의 성패는 내 총의 성능(아이템), 명사수 여부(내 능력) 역량(총알의 갯수) 중 어느 것의 문제인가. 결국 총알일 수도 있다."

윤 대표는 “자기 능력, 상품의 질, 자본의 규모 중에 하나라도 없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세개가 모두 있으면 성공하겠지만 이걸 모두 갖추기 힘들다. 결국 사업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준비가 안 된 창업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실패를 듣다'=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담는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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