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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불안하지만 학교 준비 믿고 보내요"…초1·2 오늘 첫 등교

등록 2020.05.27 1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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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2 온라인 입학 38일만…가방엔 쌓인 숙제, 방역물품

학교 곳곳 줄서기에 경찰 나와 거리두기 지원 나서기도

"불안하지만 학교가 준비를 잘 해줘서 안심하고 보낸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0.05.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0.05.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87일만에 초등학교 1·2학년이 등교하는 27일 오전 8시22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학교에 가지 못했던 이 학교 학생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이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이다. 지난 4월20일 온라인 입학식을 가진 후 38일만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모두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학교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헤어지면서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더운 날씨 탓인지 덴탈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유난히 큰 책가방도 공통점이다. 책가방을 하나 더 든 학부모도 많았다. 컴퓨터 속에서만 만났던 선생님들이 준비해오라고 내 준 과제물, 학교에서 쓸 개인 방역물품들이 한가득이었다.

세륜초 2학년5반 박하연 학생의 책가방 속에는 지난 4월20일부터 이날까지 38일간 쌓인 과제물로 꽉 차 있었다. 국어 교과서, 학교에서 방역 목적에서 준비시킨 손소독제, 휴지, 물, 개인용 수저도 들어 있었다.

학생들은 점차 늘어나서 세륜초 쪽문부터 사거리 횡단보도까지 198m 거리에 줄이 늘어섰다. 이날 학생들은 교사들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확인 받았다. 손소독제도 손에 뿌려야 했다.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해서 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방은 무겁고 기다리는 동안 힘들었을 법한데 우는 아이 하나 없었다. 방역을 위한 출입절차를 마친 학생들 중에서는 처음 가는 학교가 설렌 듯 신나듯이 뛰면서 달음박질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지켜본 뒤로도 학부모들은 한동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였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2020.05.2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2020.05.27.  [email protected]

27일 전국 초등학교 1·2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그리고 유치원 학생들이 올해 처음 학교에 갔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등교가 재개되면서 모든 학교가 이날 본격적인 교실 수업을 시작했다.

상황은 여전히 외줄을 타듯 위태롭다.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고 확진된 학생, 교직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세륜초는 교실 문을 열었지만, 서울 강서·양천·도봉 지역에서 17개 유치원과 학교는 등교를 못했다. 경기·경북과 대구까지 포함하면 459개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지난 26일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첫 의심사례가 2건 나왔다.

학부모들도 불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학교의 적극적인 대처 덕택에 마음을 가라앉혔다고 입 모아 말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학교 측은 사전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교내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사진을 촬영해 공지했다.

교실은 시험대형으로 책상을 배치했다. 딱딱하지 않은 아크릴판을 책상마다 붙여 비말이 튀는 걸 막도록 조치했다. 바닥에는 1m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스티커를 부착했고, 화장실도 학년별로 사용하도록 분리했다.

1학년과 2학년의 동선도 분리했고, 전 학년 교사가 학생들의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이날부터 학교 현장에 투입됐다. 12시부터 시작하는 40분의 급식시간은 선택제로 운영한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2020.05.2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전국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이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2020.05.27.  [email protected]

학교 측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거리두기를 유지하도록 돕고, 덴탈마스크를 나눠줬다. 송파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7명이 나와 교문 앞에 선 학생, 학부모들의 거리두기 유지를 도왔다.

등교 요일과 날짜도 학부모들의 설문을 받아 진행했다. 세륜초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이란(30대 중반·여)씨는 "주1~3회, 등교할 요일을 나눠 세부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며 "학년 전체가 등교할지 말지도 학교알리미로 의견을 물어줘서 감사했다"고 설명했다.

1학년 학부모인 이씨는 "학교에서 준비한 걸 사진으로 많이 보내줬다"며 "저학년은 학교에 보내자는 반응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세륜초에 따르면 이날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해 학교에 오지 않은 학생은 1학년 2명, 2학년 4명이다. 전교생은 1학년 92명, 2학년 110명이다.

세륜초는 9시10분부터 교실 수업 종을 친다. 4교시만 진행하며, 학생들은 12시부터 급식을 먹고 가거나 바로 집에 간다. 돌봄교실도 운영한다.

세륜초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했던 5학년 담임 박현지 교사는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아이들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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