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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미용앱을 개발했더니 카카오헤어가 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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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6-25 06:00:00
이민정 대표, 2010년 미용실앱 개발 착수...카카오헤어 진출로 무산
미용용품 개발 및 제조 시작해 '악전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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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민정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하고 싶다고 내 돈과 내 생각을 가지고 투자했을 경우 큰 재앙이 온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내가 하고 싶다고 내 돈과 내 생각을 가지고 투자했을 경우 큰 재앙이 온다."

이민정 엠제이뷰티 인터네셔널 대표는 미용업계에서 약 20년을 일했다. 미용실 직원으로 10년 정도 근무했고 2010년 서울에 미용실을 오픈했다. 그 가게를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미용실을 처음 차렸을 때 하루 손님은 40여명이 됐다. 매출은 월 4000만~6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고 병이 생기면서 미용실 운영보다 창업을 생각했다.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늘 생각했던 아이템을 본격적으로 개발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미용실 고객관리 프로그램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용업계에 대기업이 본격 진출하기 전이었다. 미용실에서 체계적으로 고객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1년 반 정도를 투자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자금은 4000만원 정도가 투자됐다. 미용실과 고객을 매칭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주요 기능이었고, 고객 예약부터 상세한 관리까지 가능했다. 이 대표는 상용화에 앞서 미용실 8000개 업체를 모집해 플렛폼에 참여시켰다. 이후에는 이 프로그램에 미용실 구인구직을 서로 연계하는 서비스와 교육서비스까지 넣을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지독한 불운이 닥쳤다. 2012년 카카오가 '카카오헤어'라는 이름으로 미용실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그들(카카오)이 밀고 들어오니 방법이 없었다"며 "고객 확보도 했고 서비스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대기업을 이길 순 없었다"고 돌아봤다.

미용업계에 오래 있었으면서 대기업이 이 사업에 진출한다는 정보를 사전에 전혀 몰랐느냐고 물었다. 하 대표는 "카카오가 준비하고 있다는걸 전혀 몰랐다"며 "당시에는 이 시장이 얼마나 큰지, (대기업이 할 만한 시장인지)조차 몰랐다"고 고백했다. 결국 이 대표는 개발한 프로그램을 출시조차 해보지 못하고 접었다.

이후 이 대표는 2016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정부지원을 조금 받아 미용용품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진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셀프파마 홈엔펌 등 미용용품 5종을 개발했다. 4종 개발에만 1억원 정도 투자됐다. 금형설계 등 제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군에서 함께 복무한 후임이 금형설계를 도와줘 비교적 저렴하게 개발을 마쳤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제조를 하는데 든든한 협력사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 발품을 뛰었지만 결국 금형부터 유통, 판매 등 판로까지 전부 혼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욕만 앞서서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타격은 공영쇼핑에 무리하게 들어갔던 부분이다. 공영쇼핑 측에서 홈쇼핑 방송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물량을 요구했다. 방송을 하려면 수만개의 물량을 미리 찍어서 확보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준비하는데 3억~4억원 정도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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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민정 대표는  미용실 고객관리 프로그램 앱을 만들어 창업에 도전했다.
문제는 막상 방송이 나간 후 고작 5000만원 어치가 팔렸다. 준비했던 물량은 고스란히 재고가 됐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소진하고 있다.

2017년 공영쇼핑을 다시 찾았다. 한번 크게 손해를 보고도 왜 홈쇼핑 출연을 결정했느냐고 물었다. 하 대표는 "사업은 도박과 같다. 꿈을 쫓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방송도 망했다. 아니 첫번째 방송보다 더 좋지 않았다. 볼륨업스틱이라는 제품이었는데 방송을 통해 단 100개가 팔렸다. 이 대표는 "이때가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경영과 건강에서 모두 최악이었다"고 돌아봤다.

다행히 이 제품들은 이후 온라인에서 뷰티 전용채널에 팔리는 중이다. 상품자체의 품질이 좋은 수준이라 공영쇼핑에서 성과는 안 좋았지만, 이후 사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주문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초보창업자에 대한 조언과 함께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이렇게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것을 하나만 꼽아 달라고 부탁했다.  대표는 "정부 지원을 받으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가 처음 개발할 때는 사비로만 개발했다"며 "지금 과거로 들어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정부기관이 검증을 해줬을 때 사업을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정부기관은 자금도 지원해주지만 시장이 있는지도 판가름해 준다"고 설명했다. 자금지원은 물론, 자기가 만들려는 제품과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멘토링을 받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었다.

이 대표는 "개발과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조언을 잘 받아야한다"며 "그냥 내가 하고 싶다고 내 돈과 내 생각을 가지고 투자했을 경우 큰 재앙이 온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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