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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수갑 찬 채 포토라인서 '찰칵'…국가 배상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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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11 07:01:00  |  수정 2020-07-11 14:02:03
공익보다 사생활 비밀 이익 우월 쟁점
피의자가 가려달라고 요구한지 여부도
法 "피의자 촬영 원하지 않음 명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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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로 소환되거나 송치 혹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경우에 주요 피의자는 이른바 '포토라인'에 서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보통 수갑을 차거나 호송줄에 묶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고(故)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1993년 검찰에 소환됐을 당시 일순간에 몰려든 취재진에 탓에 정 회장 이마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 과도한 취재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포토라인이라는 관행이 생겼다.

포토라인 관행은 약 26년 동안 유지되다 지난해 큰 변화를 맞았다. 법무부가 수사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새 공보준칙을 시행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 폐지를 지시하면서다.

이후 검찰 포토라인은 사실상 폐지된 상태지만, 검찰을 제외한 일부 포토라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으로도 이미 유죄로 단정 짓는 사회 분위기와 수갑 찬 모습이 공개되는 좌절감 등으로 인해 포토라인에 서는 이들은 극심한 중압감을 느낀다고 한다.

만약 호송 과정에서 수갑 찬 자신의 모습을 포토라인에 서게 한 수사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배상이 가능할까.

핵심은 초상 공개 행위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피의자의 사생활 비밀 유지 이익보다 우월한지, 피의자가 초상을 가려달라고 요구했는지 여부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진상범)는 김모씨가 정부와 당시 검사 등 수사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 수사 당시 자신이 공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포토라인에 세웠다면서 인격 침해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김씨 측은 당시 수사팀이 양팔을 잡아 강제로 포토라인 앞에 세워 사진이 촬영되게 함으로써 초상권을 침해했고, 모자,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려주는 조치도 하지 않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신원을 공개할 공공의 이익이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을 유지할 이익보다 우월하지 않은 이상, 피의자가 초상의 공개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송되는 피의자는 신체의 결박 등으로 인해 얼굴을 가리는 등 스스로 초상 촬영을 방어할 능력에 제약된다"면서 "초상 공개로 인한 피해 회복은 어렵고, 옷가지 등으로 가리는 것은 용이하게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점퍼를 뒤집어쓰고 보도되는 것을 더 굴욕적으로 느끼거나 초상 노출을 감수하고서라도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자 하는 피의자도 있을 수 있다"며 "수사관이 피의자가 초상 촬영을 원하지 않음을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을 때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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