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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회의원이 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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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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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주홍 기자 = "페이스북을 하지 마세요!"

21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한 초선 국회의원이 기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의정활동에 대한 조언을 물었다.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꿀팁'을 기대한 그에게 기자들은 "페이스북을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간결한 한 마디를 건넸다.

농담이 아니다.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각광받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정치의 공간에서 파문의 장이 돼버렸다.

최근 문제가 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유출 논란도 발단은 페이스북 글이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법무부의 입장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ㅉㅉ(쯧쯧)'이라는 글과 함께 올렸다. 하지만 법무부 발표도 전에 먼저 올렸다는 논란이 일자 이내 삭제했다.

최 대표는 보좌관 등을 통해 입수한 것이고, 실제 입장문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추 장관 역시 "오해될 만한 일이 없다"며 유출 의혹을 일축했다.

글은 삭제됐지만 논란은 남았다. 법무부 장관과 여권 성향 초선 의원 간 유착관계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국정농단' 시비까지 붙었다. 불필요한 페이스북 글이 불필요한 논쟁을 자초한 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에 가속 페달을 밟게 한 것도 그가 숱하게 남긴 페이스북 글들이었다. 비록 그가 정치의 영역에 들어오기 전에 쓴 글들이지만 현안에 대해 지나치게 자주 비판 때로는 조롱 글을 올렸던 게 조 전 장관의 발목을 잡았다. 그의 과거 페이스북 글들은 지난해 '예언'이라며 회자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에서도 SNS 논란은 빗겨가지 않았다. 손혜원 전 의원은 박 전 시장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제보해 해제한 것을 두고 "박 시장님 아이폰 비번을 피해자가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페이스북 글을 남겨 2차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전 시장 아래서 행정1부시장을 지냈던 윤주병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박 시장이 죽음으로 답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행정1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를 보아왔고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었다"고 첨언해 '가짜 미투' 의혹까지 제기했다. 2차 가해 파문이 일자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미래통합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차명진 전 의원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글을 썼다. 올해 총선에서는 '세월호 텐트' 관련 발언으로 결국 제명됐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세월호 좀 그만 우려 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물론 SNS의 장점도 있다. 정치인과 일대일로 만날 기회가 적은 국민에게는 그들의 입장을 여과 없이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장이 된다. 소통의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글이 범람하고, 정제되지 않은 직설들이 창궐하는 순간 소통의 장은 배설의 장으로 변질된다. 지지자들만을 향한 일방향적 글을 쏟아내다 보면 소통보다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삽시간에 퍼진 글이 논란을 위한 논란, 소모적 갈등과 공방을 촉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여론이 들끓은 후엔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휘발성이 높다. 그리고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 결국 정치 혐오만 부추긴다.

국회 보좌진들은 "국회의원들이 SNS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SNS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단순히 우스개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의 충고는 정치인들에게 가장 해당될지 모른다.

물론 SNS 기사를 쓰는 기자의 반성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창구만 다를 뿐 공인의 공개적이고 사회적인 발언을 언론이 무시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있다. 부디 21대 국회에선 페이스북 기사를 조금 덜 쓰게 되길, 또는 좀 더 정제된 글들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되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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