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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제약사가 뛴다]4년 전 준비된 코로나…뷰노, 'AI 의료' 힘 보여주다

등록 2020.07.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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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료 솔루션 기업 뷰노 김현준 대표 인터뷰

연내 상장…해외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

5개 제품 허가…전국 130개 의료기관서 사용

"올해가 영업의 원년…부족한 영업 일손은 제약사와"

[서울=뉴시스] 김현준 뷰노 대표

[서울=뉴시스] 김현준 뷰노 대표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4년 전에 개발했지만 시장성이 없어서 출시 못한 기술을 코로나19에 적용해볼 수 있다고 생각되자, 2주간 직원들이 밤을 세워 다시 만들어냈다."(김현준 뷰노 대표집행임원)

의료 AI(인공지능) 솔루션 개발기업인 뷰노는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던 지난 4월3일, 코로나 폐렴 병변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비정상 정도를 정량화하는 AI 솔루션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했다. '흉부 CT 영상 판독 솔루션'(뷰노메드 렁퀀트)과 '흉부 엑스레이 판독 솔루션'(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코로나19 버전)이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라, 전 세계 어느 의료기관에서든 클라우드에 접속해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뷰노 기술의 핵심은 오진율을 최소화하고, 의사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보조하는 데 있다. 이 중 뷰노메드 렁퀀트는 1분 안에 폐 CT 영상을 분석해서 코로나19 소견에 해당하는 병변의 분포와 부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료진의 신속한 진단을 보조한다. 체스트 엑스레이-코로나19 버전은 3초 만에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폐렴 진단에 도움이 되도록 의심 병변과 비정상 여부 소견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4년 전 개발했던 AI 기술을 코로나19 폐렴 진단에 맞게 재설계한 것"이라며 "당시 폐 섬유화 등을 초기에 발견하고자 개발했지만 시장성이 없어 기술개발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코로나 발발 후 보니, 4년 전 창고에 넣어둔 이 기술이 코로나로 인한 폐렴 진단에 유용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국내 한 병원에선 놓칠 뻔 했던 환자를 확진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아니었던 다른 환자의 엑스레이·CT에서 코로나 의심 소견을 발견한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은 60개국의 200개 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브라질, 이탈리아 등 확산세가 심한 국가일수록 니즈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국내 정식 인허가를 받지 않은 모델이라 연구 목적으로 제공했지만, 일부 국가에선 제품을 사들여 직접 허가받아 서비스하겠다고 해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코로나 의심 환자로 간주 안 돼 놓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AI가 스크리닝 역할을 할 수 있다. AI를 개척하는 입장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코로나를 포함해 더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의 조기 진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AI 흉부 엑스레이 솔루션의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우리 정부와 미국 빌게이츠재단이 공동 출자한 '라이트펀드'의 연구개발 지원 과제로 선정됐다.

그는 "상용화의 필요성을 느껴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어느 정도 완성되면 일선 병원에서 X-ray·CT로도 호흡기 감염병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도록 목표한다"고 말했다.

◇삼성 출신 연구원 3명, 의료 AI 시작

뷰노는 삼성종합기술원의 정보기술(IT) 연구원 출신 3명이 지난 2014년 12월 창립한 벤처다. 김 대표와 이예하 이사회 의장, 정규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삼성에서 AI 관련 어플리케이션 및 음성인식 기술을 주로 개발했다. 창립 후엔 불모지지만 전망이 밝은 의료 AI에 주력하기로 했다.

뷰노는 X-ray·CT(컴퓨터 단층 촬영)·MRI(자기공명영상) 등 의료 영상과 생체 신호를 분석해 의료진의 질환 진단을 보조한다.

김 대표는 "X-ray, CT 등 환자의 몸속 영상을 판독하는 작업은 해상도나 촬영 숙련도에 따라 퀄리티에 차이가 있다. 또 아무리 촬영을 잘 했다고 해도 X-ray로 볼 수 있는 건 제한적"이라며 "AI 시스템은 X-ray나 CT가 판독할 수 있는 소견을 미리 학습해서 실제 영상에 적용했을 때 자동으로 소견을 제시한다. 예컨대, 공기가 찼거나 폐암으로 보이는 혹 등 의료진이 발견할만한 후보를 먼저 찾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보통 의료진이 판독할 때 AI의 소견을 같이 보는 경우가 많다. 먼저 AI를 돌려본 후 의료진이 특별히 집중하는 부분에 AI가 이상 소견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판독을 다 완료한 후 AI를 가동해 자신의 판독과 맞는지 대조하기도 한다.

◇5개 제품 허가…전국 130개 의료기관서 사용
[서울=뉴시스] 김현준 뷰노 대표

[서울=뉴시스] 김현준 뷰노 대표

뷰노는 지난해 6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그동안 수익을 내지 못했는데 올해 2개 솔루션을 더 허가받으면서 저변을 쭉쭉 넓히고 있다. 전국의 130여개 의료기관에서 5개 솔루션 제품을 사용 중이다.

이 중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지난 2018년 5월 국내 1호 AI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이다. 소아의 손뼈 엑스레이 영상으로 뼈 나이를 측정해서 성조숙증·저신장증 등이 의심되는지 확인케 한다.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해 전문의가 판독했을 때 정확도는 약8% 향상, 판독 시간은 최대 40%까지 감소했다. 전국 100여곳의 의료기관에서 쓰이고 있다.

작년 6월 허가받은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치매 관련 주요 뇌 영역에 대한 정량적인 측정값을 리포트 형태로 제공해 의료진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성 진단을 지원한다. 뇌 MR을 분석하는데 1분가량 소요돼, 내원 시 영상 촬영 직후에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는 결절, 기흉 등 흉부 엑스레이 영상의 이상소견을 탐지하고, 병변 부위를 정확히 제시해 의료진 판독을 돕는다. 작년 9월 허가받았다. 허가 임상에 따르면, 이 솔루션 활용 시 의료진의 평균 판독 시간이 약 50% 감소했고 병변 탐지 성능은 평균 5.8% 개선됐다.

'뷰노메드 펀더스 AI'는 망막의 안저 영상에서 12가지 주요 이상 소견 유무를 자동으로 탐지해 진단을 돕는 '안저 판독 솔루션'이다. 소견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초 정도. 올해 4월 허가받아 최근 국내 1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뷰노메드 폐CT AI'는 흉부 CT 영상에서 폐결절을 탐지해 위치·부피 정보를 제공하는 폐결절 검출 솔루션이다. 올해 4월 허가받았다.
[서울=뉴시스] 뷰노메드 펀더스 AI™ 제품(사진=뷰노 제공)

[서울=뉴시스] 뷰노메드 펀더스 AI™ 제품(사진=뷰노 제공)

이들 5개 허가 제품은 모두 유럽 CE 인증도 획득했다. 허가 제품 외에도 음성인식 기술 ‘뷰노메드 딥에이에스알’은 현재 국내 주요 중·대형 병원에 수십 곳에 도입돼 있다. 의료진이 영상 판독문을 읽으면 자동으로 문서화해 타이핑의 불편을 줄인다.

◇"올해가 영업의 원년…부족한 영업 일손은 제약사와"

김 대표는 "올해가 뷰노 영업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에 의미 있는 시장 안착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2개 제품을 추가로 허가받았고 고객 병원의 숫자가 빨리 늘고 있어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해외 매출 타격을 고려할 때 올해 약 25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뷰노는 전략적 투자를 맺은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력을 빌어,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뷰노의 영업사원은 8명에 불과하다. 동화약품과 동구바이오제약은 뷰노에 각 30억원씩 투자했다. GC(녹십자홀딩스)는 2018년 11월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섰다.

김 대표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제약기업은 차세대 먹거리가 필요했고, 뷰노는 영업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니즈가 맞아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전화·이메일 영업이 가능한 일본에선 더 일찍 추진해 지난 6월 소니 자회사 M3와 판권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소니가 지분 33.9%를 보유한 M3는 일본 최대 의사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

◇연내 상장…해외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

코스닥 상장을 위한 작업도 한창이다. 기술성평가를 통과해 이달 말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상장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산업이 더 커지려면 쓸 만한 제품이 더 많아야 한다. 시장을 선도하는 뷰노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의 또 다른 목적은 해외 진출이다. 국내에서 이룬 기술 고도화로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해외에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해외 JV 설립을 추진 중이고, 상장 후 더욱 박력 있게 진행할 것"이라며 "의료 AI는 전 세계가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오히려 국내가 앞서 있다. 뷰노는 AI 및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분야에서 GE나 필립스 같은 글로벌 회사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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