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성폭력 2차피해, 반복되는 트라우마의 위험성

등록 2020.08.06 12: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 2차 피해 겪어

트라우마·우울증·불안장애 등 증상

2차 피해로 증상 심화·장기화 되기도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전 비서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를 비롯한 한국여성의 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가 22일 오전 서울의 한 모처에서 열린 '박 시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2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고미경 한국여성의 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 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2020.07.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전 비서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를 비롯한 한국여성의 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가 22일 오전 서울의 한 모처에서 열린 '박 시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2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고미경 한국여성의 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 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2020.07.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났다.

미투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미투 당사자들은 여전히 2차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2차 피해로 인해 반복된다. 반복되는 고통은 트라우마를 심화시킨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의 후유증은 심할 경우 평생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 2차 피해 겪어

성폭력에는 대부분 2차 피해가 뒤따른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같은 권력형 성폭력에만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성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은 피해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그래서 2차 피해는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척, 지인들을 통해 이뤄진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서울해바라기센터의 박혜영 부소장은 "성폭력의 70~80%는 아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커뮤니티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2차 피해는 정말 흔하게 발생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공인에 대한 '미투' 후에는 훨씬 광범위하고 가혹한 2차 피해가 발생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는 2차 가해 중단을 호소하며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 역시 심각한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A씨는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일부 여권 인사들과 박 전 시장의 지지자 등으로부터 엄청난 2차 가해에 시달렸다.

◇2차 피해로 증상 심화 및 장기화

성폭력 피해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7.2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7.28. [email protected]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트라우마), 우울증, 불안감, 자살 충동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이 같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업무 능력 저하, 실직 등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문제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 증상들이 2차 피해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트라우마는 반복될 때 더 위험하다는 특성이 있다"며 "보통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표현하는데 좌절이 반복되면 희망을 잃게 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본인이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2차 가해가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성폭력으로 인해 PTSD 증상이 나타났던 피해자가 30년 뒤 재난을 목격한 경우 일반인보다 PTSD가 재발할 확률이 2배 더 높다는 외국의 보고도 있다"며 "한번 무너진 것은 다시 무너질 때 더욱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취약성 이라고 한다. 심리적으로 취약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 2차 피해가 계속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수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차 피해로 인해) 재 경험을 할수록 트라우마가 내적으로 반복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복할 기회를 놓치게 돼 심해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트라우마를 한 번 경험한 사람은 외상을 또 경험하면 재발할 확률이 훨씬 높다. 뇌가 한번 놀랐었기 때문에 비슷한 자극이 왔을 때 더 크게 반응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정신적 피해의 장기화도 문제다. 주수현 교수는 "성폭력 자체도 힘든 일인데 2차 가해 때문에 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성폭행 자체에 대한 트라우마에 2차 가해가 더해져 병의 기간이 훨씬 길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이어 "급성기에는 보통 자꾸 사건이 생각나서 잠을 못자고, 악몽을 꾸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 것은 조금 완화가 된다"며 "그러나 2차 가해 때문에 억울하고 화가 나고, 우울해지고 이런 식으로 병의 증상이 바뀌면서 장기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2차 가해는 중요한 문제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주변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정의를 실현하면 회복이 빨라 진다"며 "반면 똑같은 피해를 본 사람도 2차, 3차 가해 즉 '행실에 문제가 있다' 같은 소문이 돌고 증거도 애매하고 경찰 수사도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2차, 3차 가해가 계속 발생하면 만성화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로 인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꺼내놓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명호 교수는 "(2차 피해 등)그런 것을 잘 아는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주수현 교수도 "피해자의 심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