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방진의 "동성애자 다룬 '펀홈', 우리 뮤지컬 다양성에 보탬"
첫 라이선스 공연 '앨리슨 벡델'역 맡아 호평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펀홈' 주연 배우 방진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 취하고 있다. 2020.08.10. [email protected]
방진의는 뮤지컬 '펀홈' 첫 라이선스 공연에서 43세 앨리슨 벡델 역을 맡아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 작가 앨리슨 벡델의 자전적 동명 그래픽 노블이 원작.
영어 선생이자 장의사였던 동성애자 아버지 브루스 벡델의 삶, 작가 자신의 레즈비언의 삶의 계보를 추적하면서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앨리슨이 자신의 기억을 따라 아버지를 차차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해하지 못할 세계로부터 내동댕이쳐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누그러지고 슬며시 위로가 찾아온다.
작품 정서가 국내 관객에 다소 낯설 수 있으나, 방진의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앨리슨과 외모뿐만 아니라 대사 톤까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며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하고 있다.
최근 장충동에서 만난 방진의는 "가족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점과 기억이라는 퍼즐로 이야기를 맞춰가는 것은 전개 방식이 새롭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펀홈' 주연 배우 방진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 취하고 있다. 2020.08.10. [email protected]
지난달 16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개막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소재다. 그래서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공연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 관계자는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폐막일을 기존 10월11일에서 이달 30일까지만 앞당겼는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한달반 동안만이라도 이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진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면서 "우리 뮤지컬계 다양성에도 보탬이 되는 것 같다"고 여겼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방진의는 뮤지컬계를 지켜온 대표적 여성 배우 중 한명이다. 2000년 뮤지컬 '드라큘라' 앙상블로 데뷔한 뒤 2002년 연출가 겸 가수 김민기가 이끄는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선녀' 역을 맡았다. 당시 그녀의 나이 22세로 역대 '선녀'들 가운데 최연소로 눈도장을 받았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펀홈' 주연 배우 방진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 취하고 있다. 2020.08.10. [email protected]
방진의는 국내 뮤지컬배우 중 가장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중 한명이다. '헤어스프레이'의 뚱뚱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트레이시', 동명 영화가 바탕인 '웨딩싱어'에서는 드루 베리모어가 연기한 매력적인 여인 '줄리아', 동명드라마가 원작인 '파리의 연인'에서는 주체적인 '강태영’ 등을 연기해왔다.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을 뮤지컬로 각색한 '마이 스케어리 걸'로 '뉴욕 뮤지컬 시어터 페스티벌'(NYMF)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유연함의 비결을 묻자 "어떤 작품과 캐릭터를 만날 때, '무의 상태' 또는 '스펀지 상태'로 모든 것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답했다.
"단풍잎이 물들어가는 것처럼, 배역에 물들고자 해요. 그리고 매번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하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합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뮤지컬 '펀홈' 주연 배우 방진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 취하고 있다. 2020.08.10. [email protected]
방진의는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8년 출산 후 처음 본 오디션작이었던 '마틸다'를 시작으로 '시티오브엔젤', 이번에 '펀홈'까지 행보가 멈추지 않고 있다.
차기작도 이미 정해졌다. 오는 9월16일부터 11월29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하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서 사교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엘렌' 역을 맡는다.
"출산 이후 일을 보는 시각이 넓어진 거 같아요. 전체를 보려고 하죠. 그런데 이전만큼은 용감하지는 않아요. 사실 20년 동안 일이 좋아서 꾸준히 해온 것밖에 없어요. 계속 도전해보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 그것 자체가 행복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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