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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용 수사결론 차일피일…잡음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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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14 15:24:54  |  수정 2020-08-19 21: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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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승계를 둘러싼 의혹 수사를 좀처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이 부회장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은 지난 2018년 12월로 거슬러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확대했고, 지난 5월 이 부회장까지 소환했다.

수사착수 1년6개월 만에 이 부회장을 직접 조사한 만큼 결론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이번 사건 가장 '윗선'으로 의심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 소환조사 두 달이 지났지만 결론은 감감무소식이다. 6월부터 펼쳐진 일련의 상황들이 검찰의 스텝을 꼬이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이 부회장 측이 지난 6월2일 꺼내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카드였다. 검찰은 1년 넘게 진행한 수사의 결과를 외부 전문가들 손에 평가받게 됐다. 검찰은 이틀 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수사심의위 판단과 관계없이 기소는 기정사실화될 터였다. 

하지만 법원이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검찰 구상은 틀어졌다. 나아가 수사심의위는 6월26일 이 부회장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놨다.

수사심의위 의견에 강제성은 없지만, 통상 검찰은 수사심의위 판단을 따랐다. 수사심의위가 검찰 개혁을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제도란 점도 수사팀엔 부담이다. 수사팀은 수사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곤 두달 반째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침묵이 길어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이 갈등이 결론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감한 사건에 대해 검찰 수뇌부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고, 매주 진행하던 대면보고는 7주째 서면으로 대체했다.

검찰이 수사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 사이에서 지나치게 길게 고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판단에만 두 달 넘게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수사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보면, 현시점에서 검찰 수사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사법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치권에서도 양분된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내외부 잡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만큼 수뇌부가 마비 상태이고, 국내 최고 기업의 총수가 연루된 상황이니 선뜻 결론을 내리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다만 고민의 시간이 길면길수록 검찰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검찰이 수사 내용 자체보다도 명분이나 재벌총수에 대한 정무적인 판단에 1년8개월간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럴 때일 수록 검찰이 원칙에 따라, 수사내용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당당히 짊어지면 어떨까. 이젠 결론을 내야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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