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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종선 "콘트라바순은 '장거리 육상', 바순과는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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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8-17 06:00:00
서울시립교향악단 바수니스트...헤겔사 악기 사용
길이 약 6m, 무게 10㎏...바순보다 1옥타브 낮은 저음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입단 7년만에 받아
"'SPO 패트론즈'덕분에 주문...후원회에 감사"
"내년 하반기 '바순 솔로곡' 독주회 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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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콘트라)바수니스트 최종선의 연주 모습(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2020.08.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바순은 목관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다른 악기들과 매우 잘 섞이고 전체 음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바순보다 더 낮은 음역을 내는 목관악기가 있다면? 심지어 이 악기는 바순과 이름도 비슷하고, 일부 바수니스트들이 병행해 배운다. 그러면서도 주법(부는 방법), 운지법(손가락을 쓰는 방법) 등 다른 부분도 상당히 많다.

이 주인공의 이름은 '콘트라바순'이다.

'콘트라파곳', '더블바순'이라고도 불리는 이 악기는 바순보다 음넓이가 전체적으로 1옥타브가 낮다. 크기도 상당한데 접혀 있는 관을 늘어뜨리면 그 길이가 약 6m에 달하며, 무게 또한 10㎏ 정도가 나간다.

"같은 가족군의 악기예요. 바순은 '단거리 육상', 콘트라바순은 '장거리 육상'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육상인데, 전공이 다르고 국가대표도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 리허설룸에서 만난 (콘트라)바수니스트 최종선(40)은 두 악기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콘트라바순은 바순의 소리보다 더 포근하고 넓은 음역대를 지니고 있어요. 더 저음을 낼 수도 있죠. 현악기 중에서는 콘트라베이스, 금관악기는 튜바가 그 역할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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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콘트라)바수니스트 최종선의 연주 모습(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2020.08.16 photo@newsis.com

많은 연주자들이 초등학교 시절이나 그 이전 시절에 전공 악기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최종선은 다소 늦다고도 말할 수 있는 중학교 시기에 대금으로 악기를 시작해 플루트를 거쳐 바순, 그리고 마침내 콘트라바순까지 연주하게 된다. 가히 동서양을 오가는 목관악기 전문가라 할만 하겠다.

그가 콘트라바순을 처음 만난 건 2006년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자브뤼켄 국립음대에 입학했을 당시였다. 학교에 입학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받은 레슨을 통해 콘트라바순에 입문했다.

그가 경희대에서 수학할 당시에는 한국에서 콘트라바순을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었다. 독주 악기로도 거의 활용되지 않는 만큼 전공도 개설돼 있지 않았고,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전공 면에서는 세계적인 추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두 악기를 하는 만큼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연습에 임했다.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사용하는 한정된 수의 연습실을 잡기 위해 매일 아침 6시30분까지 학교에 등교했으며, 오후에는 학교 문이 닫히는 오후 10시까지 연습을 이어갔다.

"어학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고 어렵게 간 만큼 죽기살기로 했죠. 어학을 시작하러 2006년 2월에 베를린에 떨어졌는데, 자브뤼켄에 합격한 후 8월이 되서야 베를린 시내 구경을 처음 해 봤어요."

콘트라바순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필요한 엄청난 호흡량은 물론 서양 사람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탓에 손이 작은 최종선에게 콘트라바순은 쥐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최종선은 "독일에서 콘트라바순을 처음 배울 수 있었다. 처음 레슨을 받았을 때 갑자기 시력이 흐릿해짐을 느꼈다. 왜 그러나 했더니(리드가 더 큰 만큼)떨림 자체가(커서 그것이)머리를 울려서 그랬던 거였다"고 회상했다.

"요즘 나오는 콘트라바순은 디테일한 부분이 살아있어요. 요즘엔 손이 작은 사람들도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악기들이 만들어지지만 옛날 악기는 키가 짧아서 어떤 키는 연주를 위해 연장이 꼭 필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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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콘트라)바수니스트 최종선의 연주 모습(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2020.08.16 photo@newsis.com
새로운 악기를 배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 만큼 바수니스트 중에서도 콘트라바순을 하지 않는 비율이 더 크다. 오히려 비슷하지만 다른 악기의 특성 때문에 콘트라바순을 시작했다가 바순에 대한 감각을 잃을까 두려워 엄두도 내지 못 하는 연주자도 많다.

"저도 처음엔 무척 힘들었어요. 불 때 입술 주변의 느낌이 달라요. 미세한 느낌 자체가 달라지니까 둘 사이에서 이를 잡아나가는 게 정말 어려웠죠. 그래도 음악적 욕심에 그만둘 수 없었어요."

그는 국내의 몇 안 되는 콘트라바순 연주자다. 서울시향의 단원으로서 국내 최초 최고의 악기제조사인 헤켈사에서 제작한 콘트라바순을 사용하고 있다.

그가 서울시향에 입단한 2011년에 주문해, 6년만인 2017년에야 받을 수 있었다. 일부 제조 과정 외에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의 숙성 기간, 수작업 제작 등의 이유로 현재는 주문 시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악기다.

"서울시향에 들어왔을 당시가 제가 악기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을 때에요. 그런 서울시향이 제가 입단하자 콘트라바순을 새로 주문해 줬죠. 후원회 'SPO 패트론즈'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에요. 일단 후원회에 너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2017년 1월21일 마르쿠스 슈텐츠 수석 객원지휘자의 취임 연주 때 새 헤켈 콘트라바순 연주를 선보였다. 7분 정도되는 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에서 처음 이 악기를 사용했다.

최종선은 "그전에 사용했던 악기는 음정 자체가 둘쑥날쑥했다. 그 악기로 6년이라는 세월을 감내하며 안 맞는 음정을 맞춰가며 연주했다. '티코'에서 '포르쉐'로 갈아탄 느낌이었다. 음정 잡기도 너무 편했고, 고음도 편하게 낼 수 있었다. 너무 좋고 행복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체격이 좋은 서양 연주자들의 경우 콘트라바순을 메고 연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종선은 그럴 경우 무게를 지탱하는 데 부담이 가는 만큼 '디테일'에 신경을 쓰기 어려운 만큼 이를 지양한다. 그는 "악기 자체가 10㎏인데 그걸 메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나"고 설명했다.

관객에겐 따뜻함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연주자, 학생들에겐 올바른 길로 잘 인도해주는 스승이 되고 싶다는 그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독주회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콘트라바순으로 '바순 솔로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클래식 '찐'팬들도 듣기 힘든 콘트라바순 솔로, 그의 독주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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