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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난설' 김려원 "뮤지컬, 하면 할수록 더 떨리네요"

등록 2020.08.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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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초희 역..."한편의 시같은 뮤지컬"

9월6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

[서울=뉴시스] 뮤지컬 '난설' 김려원. 2020.08.21. (사진 = 콘텐츠플래닝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난설' 김려원. 2020.08.21. (사진 = 콘텐츠플래닝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 '난설'은 조선시대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 스스로 '난설헌(蘭雪軒)'이라는 호를 지은 허난설헌의 이야기다. 그녀는 당시 명나라의 사신에게 "난설헌의 시는 속된 세상 바깥에 있는 것 같다. 그 시구는 모두 주옥 같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일본에까지 명성을 떨쳤다. 뮤지컬은 유려한 시 세계와 삶을 국악과 피아노가 어우러진 음악으로 그린다.

자신을 향해 굳게 닫혀 있는 세상의 문을 오직 붓 하나로 열고자 한 허초희 역에 뮤지컬 배우 김려원이 새롭게 합류했다. 수묵화 같은 허초희를 그리며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김려원은 "'난설'은 허초희의 시처럼 작품 자체도 시적인 느낌이 든다"면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사와 가사도 시적"이라고 말했다.

허초희는 사실 여성에게 보수적인 조선시대에 진보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다른 남자 형제처럼 시를 배웠고 그녀의 부모는 칭찬을 해줬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난설' 김려원. 2020.08.21. (사진 = 콘텐츠플래닝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난설' 김려원. 2020.08.21. (사진 = 콘텐츠플래닝 제공) [email protected]


허초희의 삶을 연구하면서 이런 부분이 독특했다는 김려원은 허난설헌의 삶과 본인이 삶이 닮은 점이 있냐는 물음에 "극 중에서 '시를 빼면 제게 뭐가 남느냐'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했다.

극 중 '시'는 김려원에게 '뮤지컬'의 대체어다. 이미 팬들 사이에 알려진 것처럼 작년 말에 암투병을 하면서 자신을 뮤지컬을 정말 아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뮤지컬 '미스트'에 출연할 때였다.

다른 배우의 급작스런 사정으로, 그녀가 홀로 나혜인을 연기해야 했는데, 공연날 아침마다 치료까지 병행해야 했다. 김려원은 자신이 프로덕션에 피해를 줄까 아픈 사실을 숨겼고 치료가 끝나고 나서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실을 밝혔었다.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은 김려원은 씩씩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중한 시기였어요. 주변 분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몸이 아프니까 목소리가 바뀌고, 근육을 쓰는 것도 달라지더라고요. 아픈 것보다 작품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속상했었죠."

2014년 데뷔한 김려원은 항상 꾸준함을 잃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특히 재발견됐다.
  
일제강점기라는 안개로 뒤덮인 거대한 칠흑덩어리 밤 같은 시대에서 다른 줄기의 빛을 보고 독립 운동에 뛰어드는 뮤지컬 '미스트'의 귀족 자제 '나혜인', 여성 억압 서사에서 연약해 보이지만 언제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뮤지컬 '리지'의 '엠마 보든'.
  
김려원은 가냘픈 인상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 같은 뚝심이 배인 연기로 호평을 들었다. 그 효과는 내달 6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난설'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난설' 김려원. 2020.08.21. (사진 = 콘텐츠플래닝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난설' 김려원. 2020.08.21. (사진 = 콘텐츠플래닝 제공) [email protected]

김려원은 꿈이 많았다. 그림에 대한 소질도 있었는데 우선 가수의 꿈을 택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오디션, 투자 등의 문제 등 우여곡적을 겪었다. 그러다 뮤지컬을 보게 됐고 비교적 뒤늦은 나이인 스물두살 때 뮤지컬학과에 들어갔다.

조기졸업을 할 정도로 열심히 다녔다. 이후 앙상블을 거쳐 2016년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비중이 있는 '미리' 역을 맡아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후 뮤지컬 '이블데드' '오디너리 데이즈',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출연하며 안정된 가창과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렇게 대학생, 앙상블들 사이에서 롤모델로 꼽히는 배우 중 한명이 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계속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나중에 제작자분이나 연출자 분이 '괜찮은 신인이 없어?'라고 묻는 순간, 의지를 밝혔던 사람을 떠올리게 되거든요."

김려원은 과거 인터뷰에서 '뮤지컬배우 출신'의 누군가가 돼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한 적이 있다. "이은미 선배님 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연예인이 아닌 아티스트요. 뮤지컬배우도 아티스트죠. 물론 활동 영역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좋죠. 가수로서 녹음의 기회도 주어지면 좋고요. 그런데 그런 것을 위해 뮤지컬을 발판으로 삼고 싶지 않아요. 뮤지컬은 계속 할 거예요."

김려원은 뮤지컬에 출연하면 할수록 "더 떨린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멋 모르고 했는데 점점 부담감이 더 생겨요. '더 잘해야 한다' '관객분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점점 더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요. 설렘과 긴장감의 균형을 잘 맞추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편, '난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관객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문진표와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 작성, 체온 측정, 주기적인 방역 등을 시행하고 있다.서울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 9월 6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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