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기자수첩

[기자수첩]통합당과 전광훈, 부정해도 자꾸 묶이는 이유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0/08/29 06:00:00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심상치 않다. 덩달아 미래통합당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7일 발표한 8월 4주차(24~26일) 주중 잠정 집계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8% 내린 30.3%였다. 두 정당의 지지도 격차는 10.0%포인트로 다시 두 자릿수가 됐다(만 18세 이상 1512명 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전 목사와 싸잡아 비판해 억지로 책임론을 부각시킨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전 목사의 관계를 생각하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의 대여 공세는 주요 국면마다 전 목사와 함께였다. 특히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전 목사의 '케미'(화학반응, 사람들 사이의 조화나 호흡)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5월12일 조계종은 황 전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합장 등 불교의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전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자격으로 우려를 표함으로써 황 전 대표를 옹호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예방해 악수 나누고 있다. 2019.03.20.  dadazon@newsis.com
한국당 쪽에서 전 목사의 이름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해 8월23일 황교안 전 대표와 자유한국당 상임고문단 오찬 자리에서였다. 당시 한 고문은 황 전 대표를 향해 "요즘은 한국당보다 전 목사가 하는 천만인무죄석방본부가 낫다. 이들처럼 전국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조언은 같은 해 10월3일 현실이 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북측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오후 2시에는 전 목사가 주축이 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가 광화문 광장 남측에서 집회를 열었다.

투쟁본부 집회에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참석해 "성스러운 날에 모인 여러분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 문재인 정권의 퇴진을 위해 모두 한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황 전 대표는 같은 달 25일 전 목사의 투쟁본부가 광화문에서 주최한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 철야 농성에까지 참석했다.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점, 연단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 전희경 대변인 등 지도부가 함께 참석해 사실상 집회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3.20.  dadazon@newsis.com
단식 투쟁에 나섰을 때도 전 목사는 황 전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황 전 대표는 단식 투쟁을 선언한 지난해 11월20일 전 목사가 주최한 집회에 함께 연단에 올라 손을 잡고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함께했다.

황 전 대표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 투쟁을 하기 위해 여기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며 "여러분이 존경스럽다. 함께 이길 수 있도록 저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전 목사가 황 전 대표를 향해 "자유한국당이 너무 얌전하다"고 말하자 황 전 대표는 "잘 싸울 수 있도록 하겠다. 여기도 (한국당에서) 많이 왔다"고 답했다.

단식 8일 차에는 전 목사가 황 전 대표를 찾아 응원하기도 했다. 아무런 제지 없이 황 전 대표의 단식 텐트에 들어간 전 목사는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한기총 대표 회장으로 가서 기도해주고 나왔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전광훈 목사가 2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 단식농성 천막에서 8일째 단식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11.27. bjko@newsis.com
황 전 대표와 전 목사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 내 개혁적 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황 전 대표가 전 목사 등 극우 세력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월22일 황 전 대표와 전직 비대위원장들의 오찬에서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은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목소리가 크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지만 우리 사회에 개신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광훈의 개신교도 개신교를 다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후 한국당이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과 합당하는 과정에서 전 목사의 세력은 자연스레 분화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 전까지 통합당이 전 목사와의 단절을 명확하게 표명한 적은 없다. 이번 8·15 광화문 집회 역시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됐음에도 통합당은 당 차원에서 자제를 요청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김종인 위원장도 지난 11일 당 정강정책특위원회의 보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이 당 차원에서 광복절 시민단체 집회에 참여하느냐'라는 질문에 "당원 스스로 참여하고 싶으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지 공식적으로 참여한단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따라서 그간 통합당 행보를 고려하면 현 지도부의 선 긋기 노력은 한동안 효과를 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을 위시한 새 지도부가 바라는 대로 통합당이 진정한 중도실용 정당으로 거듭나고 외연을 탄탄하게 확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극우와의 단절 선언 및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moonlit@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 뉴스

상단으로